11월 11일은 해군창설일...국내외 해군 영화 10선

정석우 기자 2023. 11. 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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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첫 번째 214급 잠수함인 '손원일함' /조선DB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우리 바다를 지키는 대한민국 해군의 생일이기도 합니다. 초대 해군참모총장 고(故) 손원일 제독(1909~1980)이 광복 직후인 1945년 11월 11일 해군의 전신인 해방병단을 창단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마침 영화제의 계절인 가을이 끝자락에 접어들었네요. 해군 정훈장교 출신인 기자가 해군 창설일을 기념해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 볼 만한 국내외 해군 관련 영화 10편을 직접 골라봤습니다. 이민웅 해군사관학교 명예교수의 ‘임진왜란 해전사’(2004),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 자료, 국방일보 기사 등을 참고했습니다. 깊은 바닷속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게요. ‘스포’ 있습니다.

1. 크림슨 타이드(감독 토니 스콧‧주연 덴젤 워싱턴‧진 핵크만‧1995년 개봉)

영화 '크림슨 타이드' 스틸컷 /IMDb

옛 소련의 쿠바 내 미사일 배치로 미국과 소련 간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뻔했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가 배경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핵전쟁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건이죠. 영화 제목인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는 심한 적조(赤潮)라는 뜻과 함께 ‘1급 비상사태’를 의미하는 미 해군 용어입니다.

잠수함과 잠수함의 싸움이 아니라 잠수함 함장과 부장(副長‧부함장)의 갈등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은 모든 군의 핵심 가치지만, 해군은 ‘명령에 죽고사는 해군’이어야 한다고 한 마디를 더 보태게 됩니다. 망망대해에 있는 폐쇄적인 함정 안에서 작전을 수행하려면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필수기 때문입니다. 바닷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은 특히 그렇죠.

영화 속 잠수함에서는 명령과 또다른 명령이 충돌합니다. 러시아 핵미사일 기지를 점령한 반군은 미국과 일본에 핵 공격을 가하겠다고 협박하고, 프랭크 램지 대령(진 핵크만 분)이 지휘하는 잠수함 ‘앨러배마호’는 반군 기지에 선제적으로 핵미사일을 발사할 준비를 하라는 통신문을 받아요.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던 앨러배마호가 러시아 반군 잠수함의 공격을 받아 통신이 끊기면서 문제가 터집니다. 통신 장애로 오다가 만 또다른 통신문으로는 상부의 진의를 파악할 수 없었어요. 러시아가 반군을 진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는데, 이 경우 미사일을 발사하면 3차 대전으로 번질 수 있었습니다.

뼛속까지 군인인 램지 함장이 마지막으로 수신한 명령대로 핵미사일을 발사하자고 하자, 하버드대 위탁교육을 받은 엘리트 론 헌터 소령(덴젤 워싱턴 분)은 통신 장비를 고치고 최종 명령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자고 해요. 함장이 “우리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러 왔지, 실천하러 온 게 아니네”라며 발사를 밀어붙이자, 부장은 함장과 부장이 모두 동의해야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맞섭니다. 규정도 미합중국이 내린 준엄한 명령이죠. 함장파와 부장파가 갈리고 함장이 감금됐다가 부장이 감금됩니다. 결국 통신이 재개, 러시아 반군이 진압됐으니 미사일 발사를 중지하라는 최종 명령이 확인됩니다. 이후 청문회에서 램지 대령은 조기 퇴역을 신청하고 헌터 소령의 조기 진급을 추천합니다. 청문위원들은 “둘다 옳고, 둘다 틀렸다”는 명언을 남겨요. 영화 ‘탑건’으로 유명한 고(故) 토니 스콧 감독의 또다른 명작입니다. ‘붉은 10월’, ‘유보트’ 등과 함께 대표적 잠수함 영화로 꼽혀요.

2. 맨 오브 오너(감독 조지 틸만 주니어‧주연 로버트 드니로‧쿠바 구딩 주니어‧샤를리즈 테론‧2000)

영화 '맨 오브 오너' 스틸컷 /IMDb

미국 해군 최초의 흑인 심해잠수사이자 미 최초의 장애인 잠수부인 칼 브래셔(1931~2006‧쿠바 구딩 주니어 분)의 일대기를 다룬 실화입니다. 1943년 미국 켄터키주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브래셔는 1948년 해군에 입대해요. 이후 초급 수준의 잠수사 자격을 갖게 된 그가 본격적인 심해 잠수사의 꿈을 갖게 된 계기는 6‧25 전쟁 참전용사로 활약한 1950~1953년이었다고 해요.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호에 승선, 갑판에서 해군 잠수부들을 지켜보면서 흑인 최초의 미 해군 심해 잠수사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6‧25 전쟁 당시 침몰한 미 기뢰제거함의 수색작업 경험이 미 해군 잠수부의 기술을 끌어올린 원동력이 됐다고 합니다.

브래셔는 온갖 조롱과 멸시를 견디며 1954년 잠수학교를 졸업하고, 잠수부가 됐죠. ‘학폭’을 주도한 레슬리 W. 빌리 선데이(로버트 드 니로 분) 상사는 이후 브래셔의 든든한 후원자가 됩니다. 1966년 불의의 사고로 왼쪽 다리가 절단됐고 의족에 의존해야 했지만 4년 만인 1970년 미 해군 잠수부 최고 영예인 마스터 다이버(Master diver)에 올라요. 알코올 중독의 사고뭉치 다이버 빌리 선데이는 눈물겨운 집념의 브래셔 재활을 도우며 자신만의 명예를 찾아나갑니다.

대한민국 해군의 경우 SSU(Sea Salvage & Rescue Unit) 장병들이 브래셔처럼 본격적인 잠수 훈련을 받고 수색구조 임무를 수행합니다. 2010년 3월 폭침된 천안함 함미를 수색하다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가 몸담았던 UDT(Underwater Demolition Team)도 해상 특수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잠수 훈련을 받은 대원들로 구성됩니다. “아직 한 발 남았다”는 명대사를 남긴 영화 ‘아저씨’ 차태식(원빈 분)은 국군정보사령부 산하 UDU(Underwater Demolition Unit)로 나옵니다.

3.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주연 김무열‧진구‧이현우‧2015)

영화 '연평해전' 스틸컷 /(주)NEW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 2척과 우리 해군 참수리 357호 고속정이 서해 연평도 서쪽 해상에서 맞서싸운 2002년 6월 29일 연평해전을 다룬 영화입니다. 1999년 6월 15일 제1 연평해전(서해교전)과 구분해 제2 연평해전이라고 해요. 북한 경비정이 화염에 휩싸인 채 패퇴했지만, 30명 승조원 가운데 정장 고(考) 윤영하 소령(제2 연평해전 당시 대위‧1계급 추서‧김무열 분) 등 6명이 전사하는 등 우리 피해도 컸습니다. 고속정은 침몰했어요. 부장(부정장) 이희완 중위가 양쪽 다리에 총상을 입는 등 19명이 다쳤죠. 배우 김태희 남동생으로 최근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의 개탈 공범을 연기한 배우 이완이 이희완 중위를 연기했습니다. 이희완 당시 중위는 제2 연평해전 이후에도 20년 넘게 해군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령 계급으로 해군본부 인사참모부에서 근무하고 있고, 다음달 1일 대령으로 진급할 예정입니다.

북한이 미리 조준된 85㎜포로 먼저 공격했고, 우리가 40㎜·20㎜포나 소총으로 맞선 결과입니다. 서해 2함대에 경비정을 일격에 침몰시킬 수 있는 미사일 ‘하푼’을 갖춘 을지문덕함이 있는데, 조그만 고속정에서 이토록 힘겹게 싸웠을까요. (큰 배를 ‘함(艦)’, 작은 배를 ‘정(艇)’이라고 합니다. 함정은 함과 정의 합성어입니다.)

NLL을 둘러싼 남북간의 동상이몽 때문이에요. 우리는 NLL을 명실상부한 해상분계선이라고 보지만, 북한은 NLL을 우리 배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일 뿐 북한 배는 넘나들 수 있다고 봅니다. 확전을 막기 위해 북이 먼저 공격해야 우리도 공격할 수 있다는 ‘필요성의 원칙’, 공격받은 강도에 비례해 대응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 같은 교전 수칙을 지키며 싸우고 있어요. 제1 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도 NLL 문제에서 비롯된 비극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바다를 철통 같이 지키는 해군·해병대 장병들을 응원합니다.

4. 제독의 연인(감독 안드레이 크라프추크‧주연 콘스탄틴 카벤스키‧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2008)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린 1917년 3월 ‘2월 혁명(2월은 당시 러시아 달력 기준)’과 블라디미르 레닌(1870~1924)이 이끈 같은 해 11월 ‘10월 혁명(볼셰비키 혁명)’, 이후 혁명군(적군)과 반(反)혁명군(백군) 사이에 벌어진 ‘적백 내전’이 시대적 배경입니다. 영화는 제정 러시아의 해군 소장으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혁명 이후 백군을 이끈 실존 인물 알렉산드르 콜차크(1874~1920) 제독의 일대기입니다. 1차 대전 중 독일 함대를 격퇴시키는 기뢰전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전장은 쥐락펴락할 수 있었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지휘할 수 없었던 콜차크의 ‘금지된 사랑’이 영화가 제작된 배경이라고 해요. ‘제독의 연인’이기에 앞서 ‘부하의 아내’였던 안나 티미료프(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 분)를 만난 콜차크는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집니다. 제독의 장모는 제독의 아내에게 “저 여자(안나 티미료프)는 너무 예쁘다”며 자포자기하는 듯한 경고를 날립니다. 영화는 혁명부터 내전을 거쳐 콜차크가 적군에 체포돼 총살당하기까지 안나가 썼던 53통의 편지가 러시아 해군함대 보관소에서 발견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사실 이 영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두 번째 대통령 임기(2004년 5월~2008년 5월) 중 ‘강한 러시아’를 강조하기 위해 만든 계몽 영화에요. 3연임을 제한한 헌법 때문에 푸틴이 잠시 총리로 물러나 있던 2008년 9월 개봉합니다. 영화의 러시아 원제는 ‘제독(Адмиралъ)’이고, 영미권 제목도 ‘제독(The Admiral)’이에요. 한국 배급사가 바람난 제독의 이야기를 부각, ‘제독의 연인’으로 제목을 바꿉니다. 해군은 준장‧소장‧중장‧대장 등 장성급 장교들을 육군‧공군‧해병대처럼 장군(general)이라고 하지 않고 제독(admiral)이라고 해요. 참고로 육군‧공군‧해병대에서 대위를 뜻하는 캡틴(captian)은 해군에서는 대령입니다.

적백내전을 다룬 또다른 명작은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닥터 지바고(1965)’입니다. 소설은 노벨문학상을 받았죠. 봉오동·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1868~1943) 장군은 볼셰비키 적군에 일정 부분 가담한 이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요.

5.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주연 박해일‧2022)

지난해 개봉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배우 박해일이 학익진을 구상하는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임진왜란(1592~1598)의 대표 해전 한산해전을 다룬 영화입니다. ‘크게 이겼다’는 의미의 대첩(大捷)을 붙여 한산대첩이라고도 해요. 한달전 개봉작 ‘헤어질 결심’에서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라는 명대사를 남긴 해사한 외모의 배우 박해일이 전라좌수사 이순신(李舜臣·1545~1598)으로 분합니다. ‘상남자’ 배우 최민식이 연기한 같은 감독의 ‘명량’ 후속작이라 “의외의 캐스팅”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죠. 사실 전 ‘옳거니’ 했어요.

‘필사즉생필생즉사(必死則生必生則死·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금신전선상유십이(今臣戰船尙有十二·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같은 비장한 어록 때문에 이순신 제독 하면 결기 충만한 용장(勇將)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임진왜란 7년 전쟁을 관통하는 이순신 제독의 전략은 ‘이길 방도를 미리 정해놓고 싸운다’는 선승구전(先勝求戰)에 가깝습니다. 좁은 바다에서 피터지게 싸우는 것보다 빠르지만 작고 무른 일본 배를 멀찌감치 두고 총통을 발사하는 ‘원거리 해전’이 지장(智將) 이순신 전략의 핵심입니다. 백병전에 능한 일본 군은 군사들을 태운 아타케부네(안택선)·세키부네(관선)를 조선 판옥선에 돌진시켜 ‘선상 백병전’을 원했어요.

배 밑바닥이 ‘V자’ 모양으로 뾰족한 일본 배는 빠른 속도가 강점이었죠. ‘U자’ 형태의 판옥선은 느렸어요. 대신 뱃머리를 쉽게 돌려 좌현·우현에서 번갈아 사격할 수 있었고, 단단한 재질의 소나무 배라 화포를 싣는 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일본 군은 반동을 견디기 어려운 무른 재질의 삼나무·전나무 배에 화포를 싣기 어려웠어요. 다만 조선 수군도 일본 군과의 근접전을 모조리 피할 방법은 없었어요. 그래서 좌수사가 부하 장수 나대용(1556~1612)을 시켜 기를 쓰고 만들게 한 배가 거북선입니다. 갑판의 지붕이 일본 군의 등선을 무력화할 수 있어 돌격선 역할을 했다고 해요.

오랜 왜구 침략의 반면교사로 좁은 싸움터 대신 넓은 싸움터로 적을 유인, 사정거리가 긴 총통을 발사해 왜선들을 ‘분멸’하는 게 이순신의 전법이었어요. 대표적 진법이 학익진(鶴翼陣)입니다. 아군에는 유리하고 적군에는 불리한 필승의 상황을 만들기 위해 박해일의 이순신은 결코 만만해보이지 않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6. ‘명량’(감독 김한민‧주연 최민식‧2014)

영화 '명량'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지금은 육군·해군·공군이라는 병종(兵種) 구분이 있지만,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만 해도 수군은 독립된 병종이 아니었어요. 미국의 윌버 라이트(1867~1912)·오빌 라이트(1871~1948)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하기 전이니 공군도 없었고, 육군이 곧 군이었죠. 1592년의 연전연승 이듬해인 1593년 조정은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 수군을 지휘하는 ‘삼도수군통제사’ 직을 신설하고, 1대 통제사로 이순신을 임명합니다. 이로써 수군이 하나의 병종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옥포·합포 등 1차 출전, 사천·당포 등 2차 출전, 한산·안골포 등 3차 출전, 부산포·다대포 등 조선 수군의 4차 출전에서 모두 고배를 마신 도요토미 히데요시(1537~1598)는 해전 금지령을 내려요. 바닷길 보급로가 막혀 명나라 정벌이라는 당초 계획에 제동이 걸리자 오랜 강화교섭에 들어가지만, 끝내 결렬됩니다. 결국 정유년인 1597년 일본 군이 전쟁을 본격화하면서 ‘정유재란’이 벌어졌어요. 안타깝게도 이순신은 통제사에서 파직된 상태였습니다. 일본의 반간계(反間計)와 선조의 오판 등이 빚은 참사였죠. 후임 통제사 원균(1540~1597)이 이끈 수군은 칠천량에서 참패를 당하고 조선 수군의 전략 자산인 거북선도 모두 소실됩니다.

망망대해에서 싸워야 유리한 조선 수군에게 칠천량(漆川梁) 같은 좁은 바다는 좋은 싸움터가 아니었어요. 칠천량해전에서 조선 수군은 일본 군의 야간 기습에 처참하게 무너집니다. 량(梁)은 육지와 섬, 섬과 섬 사이의 좁은 물길을 뜻해요. 영화의 배경인 명량(鳴梁)도 좁은 바다죠. 일본 함대가 명량 일대를 뚫고 서해 바닷길을 확보하면 일본의 보급로가 뚫리고 전세는 조선은 물론이고 일본의 최종 목표인 명나라에게도 크게 불리해집니다. 다시 통제사에 오른 이순신 제독은 ‘신에게는 12척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라고 보고한 후 1척을 추가로 수습해 13척의 배로 330여 척의 왜선과 맞서 싸웁니다. 좁은 물길이라는 한계를 변화무쌍한 빠른 물길이라는 명량(울돌목)의 특성으로 극복합니다. 실제로 전투를 벌인 일본 배는 133척이고, 200여 척은 먼 곳에서 대기했다고 해요(이민웅).

7. 노량(감독 김한민‧주연 김윤식‧12월 개봉 예정)

영화 '노량'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입명가도(入明假道‧명나라를 칠 테니 길을 비켜달라)’의 장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98년 9월 지병으로 사망합니다. 임진왜란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은 3개월 뒤 벌어져요. 조선 백성들의 뼈에 사무친 원한을 풀기 위해 탈출 작전을 벌이던 일본 군을 궤멸시킨 해전이 노량해전입니다.

승전으로 끝났지만, 좁은 물길에서 싸우다보니 일본 군뿐 아니라 조선군, 명나라 연합군 모두 피해가 컸어요. 이른바 ‘23전23승’ 가운데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낳은 해전이 노량해전입니다. 통제사 이순신도 “전쟁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戰方急 愼勿言我死)”는 말을 남기고 전사합니다. 지장 박해일과 용장 최민식 대신 영화 ‘남한산성(2017)’에서 139분 내내 결사항전을 주장한 맹장 김윤식(예조판서 김상헌 대감)이 통제사의 마지막 활약을 연기합니다.

이순신 제독은 ‘바다에서 오는 적은 바다에서 막자’는 방왜해전론(防倭海戰論)을 군 수뇌부에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요. 지금 와서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만 해도 ‘바다에서 오는 적은 육지에서 막자’는 방왜육전론(防倭陸戰論)이 중론이었어요. 이순신 제독이 그 필요성을 몸소 입증한 독립 병종으로서의 수군, 그리고 삼도수군통제사직은 300년 넘게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이순신 제독은 1643년 인조 때 충무공(忠武公)이 됩니다. 살아 생전에는 어느 누구도 충무공이 될 수 없어요. 충무는 혁혁한 공로를 세운 무관에게 사후 내리는 시호(諡號)이기 때문입니다. 이순신 제독을 포함해 진주성 전투를 이끈 진주목사 김시민(1554~1592), 여진족을 토벌한 남이 장군(1443~1468) 등 9명의 충무공이 있습니다. 충무공 이순신 제독의 부하 장수였던 방답첨사 이순신(李純信)은 무의공(武毅公)이라는 또다른 시호를 받아요. 대한민국 해군 구축함(수상함) 충무공이순신함(DDH-975)은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에서, 잠수함 이순신함(SS-068)은 방답첨사 이순신에서 각각 이름을 따왔어요.

8. 어퓨굿맨(감독 로브 라이너·주연 톰 크루즈·잭 니콜슨·데미 무어·1992)

영화 '어퓨굿맨' 스틸컷 /IMDb

1980년대 실제 일어난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 살해 사건을 둘러싼 법정 스릴러입니다. 악명 높은 군기로 유명한 관타나모 해병 기지에서 한 병사가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조국의 안보는 해병대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유지된다는 신념을 가진 나단 제섭 해병 대령(잭 니콜슨 분)은 부대 기강을 확립해야 한다는 이유로 가혹 행위 악습인 ‘코드 레드’를 명령합니다. 부대장의 지시에 따라 부적응 병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두 병사가 재판을 받게 됩니다. 조안느 겔로웨이 소령(데미 무어 분)과 다니엘 캐피 중위(톰 크루즈 분) 등 2명의 해군 법무 장교가 각자의 스타일로 진실을 파헤쳐 뼛속까지 해병인 제섭 대령의 자백을 받아냅니다.

영화 제목인 ‘어퓨굿맨(A Few Good Man)’에 가장 가까운 인물은 잭 니콜슨이 연기한 제섭 해병 대령입니다. 어퓨굿맨을 ‘은폐된 진실을 파헤친 소수의 훌륭한 법무 장교’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어퓨굿맨은 ‘소수정예’라는 의미의 해병대 모병 슬로건입니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우리나라 해병대 구호와 일맥상통하죠. 해병대 사건을 해군 법무관들이 다룬 이유는 해병대가 직제상 해군 소속이기 때문이에요.

상륙작전 수행이 주 임무인 해병대는 해병이나 전차 등을 상륙시키는 상륙함을 운용하는 해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미 해병대는 미 해군부 소속이고, 우리나라 해병대사령부도 해군본부 소속입니다. 다만 해병대 특유의 자부심과 육상전투부대라는 특성 때문에 상당 부분은 독립적으로 움직입니다. 해병대사관학교가 따로 없어 해병대 장교가 되고자 하는 고3 수험생은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하면 됩니다. 4년제 대학 졸업자·졸업예정자를 모집하는 학사장교 후보생(OCS)은 해군과 해병대를 따로 뽑습니다.

9. 사관과 신사(감독 테일러 핵포드‧주연 리차드 기어‧데브라 윙거‧1982)

영화 '사관과 신사' 스틸컷 /IMDb

불우한 가정 출신 잭 마요(리처드 기어 분)가 미 해군 항공 사관후보생(AOCS‧aviation Officer candidate school)으로 입대해 사관(士官)과 신사(紳士)로 거듭난다는 이야기입니다. OCS는 미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가 아닌 일반 대학 졸업자들을 위한 해군 장교 등용문입니다.

‘어퓨굿맨’과 ‘사관과 신사’의 공통점은 해군과 해병대가 함께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마요가 사관이 되는 과정은 신장 193㎝의 살벌한 해병대 부사관 에밀 폴리(루이스 고셋 주니어 분)가 맡습니다. 마요에게 고성과 조롱을 서슴지 않던 폴리는 마요가 천신만고 끝에 교육을 마치고 자신의 어엿한 상급자가 된 마요에게 절도 있는 동작으로 거수 경례를 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두 영화의 차이점은 ‘사관과 신사’에서는 잭 니콜슨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감독이 당초 폴리 역할로 니콜슨을 점찍었는데 니콜슨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6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4억원)의 저예산 영화로, ‘탑건’ 같은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은 나오지 않습니다. 마요의 고된 훈련과 함께 영화를 이루는 또다른 축은 마요의 성장통 같은 사랑입니다. 마요 어머니에게 마요는 짧은 사랑 후 떠난 해군 연인이 남긴 사생아였습니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마요는 필리핀 해군기지의 아버지를 찾아가 유년 시절을 보냅니다. 제지공장 여공 폴라 포크리피키와 가볍게 시작한 사랑은 닮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짧은 사랑을 떠올리게 하고 마요의 방황 속에 사관후보생과 여공의 사랑은 진통을 겪습니다. 결국 마요는 아버지를 닮지 않기로 결심하고 ‘신사’로 거듭납니다. 영화 ‘블루라군’ ‘주홍글씨’를 쓴 더글러스 데이 스튜어트가 자신의 경험을 이 영화 극본으로 썼습니다. 스튜어트는 드라마 ‘아이리스(2009)’의 스핀오프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2010~2011)’의 헤드를 연기해 눈길을 끌었죠.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불멸의 주제곡 ‘업 웨어 위 빌롱(Up Where We Belong)’은 이후 수십년간 광고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10. 탑건(감독 토니 스콧‧주연 톰 크루즈‧1986)‧탑건: 매버릭(감독 조셉 코신스키‧주연 톰 크루즈‧마일즈 텔러‧제니퍼 코넬리‧2022)

영화 '탑건' 주연 배우 톰 크루즈가 해군 정복을 입은 모습 /IMDb

해군의 날을 맞아 영화 ‘탑건’, 후속작 ‘탑건: 매버릭’에 대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탑건’이 해군 영화라는 점입니다. 공군 영화가 아니에요. 1986년 ‘탑건’이 히트를 치자 미 해군 지원자가 급증했었죠. 해상 비행과 항모 이착륙은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해군 파일럿의 자부심은 엄청납니다. 세계 현대 군사 전함 디렉터리(WDMMW)에 따르면, 세계 해군력 1위 국가인 미국의 항공모함이 11척으로 해군력 2위 중국(3척)의 3.7배입니다. 미 해군 공군력이 미 공군에 이어 세계 2위라는 말이 나올 정도에요.

‘탑건’은 1969년 설립된 최정예 해군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인 ‘탑건’(정식 명칭은 미 해군 전투기 전술 훈련 프로그램)을 배경으로 했습니다. ‘탑건’과 후속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빠 친구’입니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피트 미첼 대위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파일럿이었지만, 규칙을 어기는 등 제멋대로 구는 사고뭉치 조종사였어요. 전설의 파일럿이었던 아버지를 의문의 비행 사고로 잃은 아픔 때문이죠. 비행 중 동료들이 미첼을 부르는 ‘콜사인’ 매버릭(Maverick)은 보통 명사로 ‘개성이 강한 사람’, ‘이단아’라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해요.

탑건 교장은 매버릭 아버지의 전우였던 마이크 멧캐프 중령(콜사인 ‘바이퍼’·톰 스커릿 분)이었어요. 친구 아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었던 그의 추상 같고 진심어린 조언으로 매버릭은 방황을 마치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냅니다. 하지만 매버릭은 비행 훈련 중 동료 파일럿 닉 브래드쇼 중위(콜사인 ‘구즈’·앤서니 에드워즈 분)가 목숨을 잃는 또다른 아픔을 갖게 됩니다. 36년 만의 후속작 ‘탑건: 매버릭’에서는 매버릭은 ‘아빠 친구’가 됩니다. 매버릭 대령은 움푹 패인 좁은 분지 안에 위치한 적국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젊은 파일럿들을 훈련시키라는 임무를 받습니다. 자기처럼 반항아 기질이 다분해 보이는 교육생은 ‘친구 아들’ 브래들리 브래드쇼 대위(콜사인 ‘루스터). 루스터를 연기한 마일즈 텔러가 아빠 역 앤서니 에드워즈와 너무 닮아 ‘친자(親子) 논란’이 일기도 했죠. 아빠 친구 때문에 친구 아들이 철들고 친구 아들 때문에 아빠 친구도 철드는 스토리는 후속편에서도 반복됩니다.

철들면서 사랑도 무르익습니다. ‘탑건’에서 제독의 딸과 ‘썸’을 타다가 항공물리학 교관(소령)과 사귀던 매버릭은 중년이 돼 나타난 후속편에서 제독의 딸과 재회해요. ‘탑건’을 연출한 토니 스콧 감독은 2012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 영화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죠. 후속작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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