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왜 짬뽕 아니면 짜장면인가…양당 카르텔, 증오정치만”

엄지원 2023. 11. 1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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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인터뷰][22대 총선][한겨레S] 인터뷰
‘모자정당 합당 금지법’ 발의…합리적 보수·다양한 진보 필요
“비례성 강화 연동형으로…민주당, 연합정치 맏이 역할해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선거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입성 뒤 정치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 카페에서 만났을 때,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으로 선거제 개혁을 주장해온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왜 유권자들은 짬뽕 아니면 짜장면만 선택해야 해요? 우리, 다른 메뉴도 선택할 수 있게 합시다.” 이 의원은 한 선거구에서 단 한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 대신 선거구당 많게는 9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거대 양당의 두 후보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짬뽕과 짜장면의 시대’를 넘어 잡채밥과 마파두부, 채식 짜장까지 등장하는 선거제라니, 꿈같은 이야기였다.

“촛불 요구로 준연동형제 실현했지만…”

1년이 지났다. 내년 4월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5개월. 여야는 이번에도 선거일 1년 전에 획정해야 하는 선거구를 방치하고 있고 ‘정치 개혁’은 공염불이 됐다. 소선거구제를 뜯어고치는 건 이미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됐다. 거대 양당이 ‘꼼수 위성정당’을 낳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개선하기는커녕 20대 총선까지 적용한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개악’하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돈다.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이 의원은 전보다 결연하고 절박했다. “1년 반 동안 선거법 개혁을 얘기했어요. 개혁은 못 하더라도, 개악은 막아야 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대선이 있는) 2027년까지 증오정치만 계속될 겁니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12월12일)이 한달여 남았지만 양당은 여전히 ‘밀실 협상’ 중이다. 이 의원은 이제 “직을 걸었다”며 개악을 막아내자고 호소한다. 선거제 개혁을 외쳐온 중진들도 현실론으로 돌아서는 상황이다. 지역구 관리에 공들여야 할 초선 의원이 왜 선거제 개혁이라는 대형 의제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을까.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을 고발하고 법원을 떠난 그인 만큼 사법개혁에 다걸기하는 게 명분도 실리도 크지 않을까.

“3년6개월 국회의원을 하면서 보람 있는 순간도 있었지만 좌절감을 느낀 순간도 많았어요. 이태원 참사, ‘800원 버스기사’, 신림동 반지하에서 폭우로 돌아가신 분들…. 이런 사건들을 접할 때 제 나름대로 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는데 잘 안됐어요. 깊이 성찰한 결과 이 증오정치의 구조 안에선 국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800원 버스기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오석준 대법관이 2011년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해 논란이 된 것을 말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짚어 당시 후보자였던 오 대법관을 비판했지만, 정작 그의 대법관 임명에는 동의했다. “국민들은 그 판사에게 대법관의 자격이 없다고 봤어요. 그런데 왜 그렇게 됐을까요? 대법관 인준 부결이 양당의 증오정치 구조에서 별로 도움 되지 않는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봐요. 상대방을 타격해서 증오심을 부추기는 데 도움이 되는 이슈가 아니면, 관심받지 못하는 거예요. 현재의 정치 구조가 문제지요.”

이 의원은 여당이 주장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양당 카르텔법”이라고 규정했다. ‘인물’보단 ‘가치’로 정당 득표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소수정당의 공간을 배제하는 까닭이다. 국민의힘이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데, 민주당 역시 내심 이에 기운 상황이란 게 정치권 안팎의 전망이다. 다만 준연동형 비례제를 택한 21대 국회보다 병립형 비례제를 적용한 20대 국회가 다당제의 역동성을 보여준 전례가 있다. 정말 제도의 문제인가. 이 의원은 답했다. “20대 국회가 역동적이었던 건 촛불혁명 때문이에요. 촛불 때문에 극우 보수와 합리적 보수가 분화되며 역동성이 생긴 거죠. 그 촛불의 요구로 만들어진 게 준연동형 비례제지만, 양당이 위성정당으로 제도를 ‘해킹’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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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정당만 막아도 선택 공간 열려”

차기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려면, “해답은 연합정치밖에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생각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살려 합리적 보수, 다양한 진보정당이 원내에 들어오면 민주당이 이들과 손잡아 개혁과제들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야권 연합 200석’ 논란으로 변질돼 진땀을 빼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는 “숫자는 얘기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정했다”며 답변을 이어갔다. “‘민주당 단독 200석’ 주장과는 오히려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민주당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비례대표 골목상권 47석’을 보장해서 다양한 세력과 함께 정치를 하자는 거죠.”

현행 제도 아래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만 막아내도 유권자에게 의미 있는 선택의 공간이 크게 열린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위성정당은 거대 양당이 나중에 합당할 걸 전제로 미리 별도의 비례형 정당을 만들어서 47석 골목상권 의석을 탈취하는 방식이에요. 그 골목상권만이라도 지켜내면 여러 정당이 22대 국회엔 들어올 수 있어요.” 그는 총선 뒤 2년 안에 ‘모정당’과 ‘위성정당’이 합당할 경우 국고보조금을 절반으로 깎아 위성정당 창당을 막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지난 6일 발의했다.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은 “위헌 소지가 없고 불이익을 보면서까지 합당할 정당은 없으니 실효적인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게임의 룰을 만지는 정치 관련 법은 여야의 합의가 없으면 처리하기 어렵다. 입법으로 막지 못해 여당이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민주당 안에선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이 비등할 가능성이 크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위성정당 없이도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설사 여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우리는 위성정당을 만들 필요 없어요. 2020년 당시처럼 위성정당을 만들면 국민이 표를 줄까요?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외면받을 거예요.”

선거 구도로 봐도, 연합정치 구도가 민주당에 이득이라는 게 이 의원의 계산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건 아니라는 거 모두가 동의할 거예요. 김태우 후보를 공천한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구도 하나로 이겼지요. 다음 총선도 그렇게 치를 수 있을까요? 여야 일대일 구도로 선거를 치르는 건 가장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해요. ‘윤석열 정부 심판’이란 구도 아래 연합정치 토대에서 민주당이 맏이 역할을 하겠다고 해야 돼요. 그러기 위해, 기득권을 조금 내려놓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그러면 지역구에서 의석수 지켜낼 수 있습니다.”

※열쇳말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할 경우 비례대표에서 부족한 의석수를 일부 채우는 현행 방식. 2020년 총선 때 도입.

■ 병립형 비례대표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단순 배분하는 방식. 2016년 총선까지 시행.

엄지원 강재구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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