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與 인요한 혁신위원장 '입 꾹'…취재진 뿔났다

신진환 2023. 11.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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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朴, 대구서 12일 만에 재회동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국감장 '도마 위'
한-중 공문서 인증 절차 간소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백브리핑'을 잘 하지 않아 취재진으로부터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새롬 기자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인요한 혁신위원장에 대한 취재진 불만…왜?

-국민의힘은 혁신위원회가 화제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취임한 후 주중·주말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정치 뉴스가 인 위원장과 혁신위의 얘기로 도배되고 있어. 그런데 취재하는 기자들에게서 볼멘소리가 나온다면서?

-응. 요즘 많은 기자가 인 위원장의 일정을 따라붙고 있어. 물어볼 게 많거든. 1·2·3호 혁신안 및 다음 혁신안,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등을 향한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 이준석 전 대표와의 만남이 어떻게 될지 등. 그런데 인 위원장이 좀처럼 말을 잘해주지 않아. 몇 시간씩 기다린 기자들 입장에서 허탈하지.

-지난 8일 대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날 때도 그랬어. 홍 시장은 공개된 모두발언부터 특유의 날 선 말투로 당과 지도부를 비판했어. '듣보잡'이라는 속어와 '설친다'는 강한 표현까지 써가며 말이야. 공개된 모두발언이 이 정도니,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은 어떨지 싶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앞서 논란이 된 발언들을 모두 부인하면서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지는 않았다. /이새롬 기자

-인 위원장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정관계 지적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건 '월권'이라며 피해 갔거든. 핵심을 피해 간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지. 그래서 일부 기자들은 비공개 면담 때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등을 묻고 싶었다고 해. 대구까지 갔는데도 별 소득 없이 서울로 복귀해야 했지.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사업추진회 출범식 때,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때 등도 마찬가지야. 인 위원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말하지 않는 것보다 더 심각한 건 따로 있어. 인 위원장이 어떤 말을 했다고 보도된 후에 논란이 되면 인 위원장이 보도를 부인하는 경우가 몇 번 있거든.

-맞아. 인 위원장이 '지도부·중진·윤핵관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권고한 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두 중진의원의 이름을 거론했다는 보도가 나왔어. 인 위원장은 바로 다음 날 부인했지. 이보다 앞서 임명된 직후엔 한 언론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매일 통화한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 또한 인 위원장은 부인했어. 진실은 해당 기자들과 인 위원장만 알겠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이후 12일 만이다. /대통령실 제공

◆12일 만에 尹-朴 재회, '보수 대통합' 행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보수 텃밭 '대구'로 내려갔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또 만났다고?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 이후 12일 만에 재회한 거야.

-대화는 어땠어? 윤 대통령 취임 후 두 사람이 잠깐 인사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긴 시간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이잖아. 과거 '국정농단 수사'로 어색한 사이이기도 하고.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약 1시간 환담이 이어졌다고 해. 두 사람은 박 전 대통령 대구 자택의 거실에서 마주 앉아 정상외교 활동, 산업 동향 등 굵직한 현안은 물론 날씨, 반려동물, 꽃 등 가벼운 주제로도 대화를 나눴대. 특히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라고도 했어. 또 집 현관 진열대에는 지난달 주도식 때 두 사람이 현충원 오솔길을 함께 걸어 내려오는 사진도 진열돼 있었는데 윤 대통령이 사진을 보고 "누가 (우리 두 사람이) 누나와 남동생 같더라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대. 이 말을 들은 박 전 대통령도 '하하' 웃었다고 해. 환담 후에는 함께 사저 정원을 산책하기도 했어.

-'박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환대했다'는 점을 부각한 대통령실 설명이 눈길이 갔어(웃음). 대통령실은 먼저 당선인 시절인 지난해 4월 방문 때는 박 전 대통령이 집 안에서 맞이했는데 이번엔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왔다는 점을 비교해 설명했어. 또 박 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홍차와 우유, 감과 배는 물론 홍차 농도까지 윤 대통령 선호를 반영해 맞춰 준비했다고 전했어.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이번 행보가 '영남 무소속 연대' 움직임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사진은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부터 시계방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새롬·이동률 기자

-이번 대구 방문은 정치권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윤 대통령은 사저 방문 전에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하고 전통시장도 방문하긴 했는데, 이번 대구행의 핵심 목적은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라는 게 중론이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 핵심 지지층인 TK(대구·경북) 지역 민심을 다잡기 위해서라는 거야.

-하긴. 과거 보수 정권과 비교하면 윤 정부는 TK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어.

-게다가 친박계 인사들의 영남 지역 총선 출마설까지 나오면서 지역 정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해. '친박(친박근혜) 좌장' 격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옛 지역구 경북 경산시 출마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고,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 출마도 노린다는 말이 나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출마설도 나오고.

-국민의힘 입장에선 딜레마네. 최 전 부총리를 국민의힘 후보로 내세우면 '탄핵' 이야기가 재점화할 수 있어. 그렇다고 공천을 안 준다면 최 전 부총리가 무소속 출마해 당선될 수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TK 기반의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고 밝혀서 이들이 손을 잡고 '영남 지역 무소속 연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와.

-12일 만의 박 전 대통령과의 재회동을 추진한 건 용산의 총선 전략 셈법이 그만큼 복잡해졌다는 방증 아닌가 싶어. 박 전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 등 전통 보수층을 다독이고 보수 분열을 사전에 막으려 한다는 거야. 여권 내 공천을 놓고 앞으로 파워게임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국회사무처의 고발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고발 안 해요?"...국감장에서 난타당한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러 차례 언급됐다며?

-맞아.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국정감사를 열고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한국위에 대해 집중 질의했어. 한국위는 국회사무처 산하 사단법인이거든.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을 시작으로 같은 당 김성원·정경희·정희용·서범수·서정숙 의원은 한국위가 국민과 국회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며 국회사무처 차원에서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어.

-앞서 한국위는 이름과 달리 국제기구 유엔(UN) 또는 그 산하 유엔해비타트로부터 공식 인가 없이 4년여간 활동하며 기업 등으로부터 44억 원의 기부금을 모아 논란이 된 바 있어. 또 한국위는 법인 설립의 근간이 되는 정관에 '유엔해비타트와 기본 협약을 준수한다'고 명시했지만, 알고 보니 이를 체결한 사실이 없기도 했지. 이에 국회사무처가 한국위에 시정 조치를 여러 번 요구했는데 지켜지지 않았어. 결국 국회사무처는 지난 2일 한국위의 법인 등록 취소를 의결했지.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위에 대한 고발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국회사무처는 한국위 고발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응.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한국위에 대한 법인 설립 과정을 검토한 결과, '유엔해비타트 사무총장의 서한' 한 장만으로 법인 설립을 허가해 줬다며 잘못한 점이 분명히 있다고 사과했어. 국회사무처 내규에 따르면 사단법인 심사는 국회사무총장이 하도록 돼 있거든. 물론 한국위 설립 당시 이 사무총장은 재직하고 있지 않아 다소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오늘날 재임 중 벌어진 사건이라 고개를 숙인 거지. 이 사무총장은 법제팀과 논의 끝에 "고발을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답했어.

-국정감사에서 한국위가 언급될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여당 의원 거의 전원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그만큼 사안이 엄중하고 시급하다는 게 아닐까 싶어. 한국위와 관련해서는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인해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 이번엔 국회사무처의 고발까지 추가된 상황이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한번 지켜보자고.

지난 7일부터 한국과 중국 사이의 공문서 인증 절차가 간소화됐다. 사진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임영무 기자

◆한-중 공문서 인증절차 편해진다…'아포스티유' 협약이란?

-7일부터 한국과 중국 사이에 아포스티유 인증이 적용됐다는데. 이게 뭐야?

-아포스티유 협약의 정식명칭은 외국 공문서에 대한 인증의 요구를 폐지하는 협약(Convention Abolishing the Requirement of Legalization for Foreign PublicDocument)이야. 협약 가입국 사이 공문서 또는 공증문서의 국제적 활용을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외국 공관의 영사확인 등 복잡한 인증 절차를 폐지하고 문서 발행국가의 인증만으로 협약 가입국 사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야.

-이 협약은 1961년 10월 5일 헤이그에서 작성돼 1965년 1월 24일 협약 가입국 간 최초로 발효됐어. 우리나라는 2007년 7월 14일 발효됐고 중국은 올해 3월 8일에 가입해 이달 7일부터 발효된거지. 올해 11월 기준 126개 국가와 지역이 가입돼 있다고 해.

-뭐가 편해졌다는 얘긴지 잘 모르겠는데.

-예전에는 두 나라 중 하나라도 아포스티유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공문서에 대해 '영사확인'이라는 절차가 적용됐어. 예를 들어 중국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한국 고등학교 졸업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치자. 그러려면 예전엔 '이 문서 내용은 진짜입니다'를 증명하는 두 가지 절차가 필요했어. 하나는 한국 외교부(재외동포청) 영사확인, 주한 중국대사관(총영사관)에서의 영사확인이야. 내가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 한국 대학에 진학하려고 해도 마찬가지야. 중국 외교부(지방 외사판공실) 영사확인, 주중 한국대사관(총영사관) 영사확인을 하고 나서야 사용이 가능했지. 외교공관이 설치된 도시 자체가 일부에 불과하잖아. 문서 사용국 영사확인을 받기 위해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드니까 대행업체를 통해 처리하는 경우도 많았고.

지난 6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재외동포청 재외동포서비스지원센터가 개소식을 열고 운영하는 모습. /뉴시스

-이제부터 협약 국가 간에는 '아포스티유 인증' 절차가 적용돼. 이제 문서 발행국에 주재하는 문서사용국 재외공관의 영사확인 절차는 생략되는 거야. 이를테면 한국 고등학교 졸업증명서에 대한 영사확인은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받을 필요가 없고 한국에서 아포스티유 인증만 받아 가면 돼. 절차가 간소화하면서 시간, 비용이 절감되는 장점이 생겼지.

-주의해서 알아 둘 것들이 있을까?

-원칙적으로 문서를 사용하는 국가로 나가기 전에 필요한 서류에 대해 아포스티유 인증을 받아둬야 해. 우리나라에선 광화문에 있는 재외동포서비스지원센터에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신청해 발급받을 수 있어.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는 문서 종류는 아포스티유 인증 누리집에 자세히 나와 있어.

-다음으로 번역문 제출이 필요한 경우, 문서 원본과 번역문 둘 다에 아포스티유 인증을 받아 가야 해. 문서 원본과 번역문 내용이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선 '번역문 공증'이라는 절차를 먼저 거치는데 번역문이 첨부된 공증문서에만 아포스티유 인증을 받을 경우가 많다더라고. 원본과 번역문 둘 다 인증을 받지 않으면 문서사용국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니 참고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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