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1초에 60번 날개짓하는 벌새, 좁은 틈 지날 때는 ‘탄도 비행’

이병철 기자 2023. 11. 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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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와 열대의 울창한 산림 지대에 사는 벌새는 1초에 60차례나 날개짓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버트 더들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벌새는 몸통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비스듬히 비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좁은 틈을 통과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특이한 비행 패턴을 보였다"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비행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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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실험생물학 저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 발표
날개 관절 접지 못하는 벌새 비행 능력 분석
몸통 비스듬히 틀거나 날개 몸에 붙여 탄도비행해
드론, 소형비행체에 적용해 비행 능력 개선할 수도

아열대와 열대의 울창한 산림 지대에 사는 벌새는 1초에 60차례나 날개짓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몸길이가 수㎝에 불과한 작은 몸체에서 나오는 빠른 날갯짓 덕분에 모든 새들 중 가장 뛰어난 비행 능력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날개 관절을 접지 못하는 벌새가 울창한 숲의 빼곡한 나뭇가지 틈 사이를 날아다니는 비행 능력의 비결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마크 배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통합생물학과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10일 국제 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에 “벌새가 좁은 나뭇가지 틈 사이를 비행할 수 있는 비결은 ‘탄도비행’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벌새가 좁은 틈을 지나가기 위한 비행 패턴을 찾아냈다. 날개를 접지 못하는 벌새는 날개를 몸 뒤로 붙여 면적은 최소화한 채로 '탄도비행'해 좁은 틈을 통과했다./마크 배저

새들은 복잡한 환경에서 비행하기 위해 저마다 전략을 갖고 있다. 좁은 틈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날개의 관절을 접어 날갯짓 반경을 줄이는 방식이 사용된다. 사람으로 치면 손목이나 팔꿈치를 접어 좁은 틈을 통과하는 식이다.

문제는 날개에 관절이 없어 날개를 접지 못하는 새들이다. 대표적으로 벌새는 비행 중에 날개 관절을 접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좁은 틈도 문제없이 통과한다. 워낙 날갯짓이 빨라 벌새가 어떻게 좁을 틈을 통과하는지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다.

배저 연구원은 “새들이 좁은 틈, 돌풍이나 난류 같은 환경을 극복하는 방식을 이해하면 드론과 소형비행체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적용할 수 있다”며 “새들의 비행은 기하학적, 공기역학적, 대사적으로 장기간 자연환경에 적응해 최적화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설탕물을 담은 먹이통 사이에 칸막이를 두고 벌새가 양쪽을 오가는 모습을 분석했다. 칸막이에는 작은 구멍을 뚫어 벌새가 통과할 수 있게 했다. 구멍 크기는 벌새가 날개를 펼쳤을 때 길이인 12㎝에서 시작해 몸 길이인 6㎝까지 줄어든다. 연구진은 벌새가 이 구멍을 통과하는 과정을 고속카메라로 살펴봤다.

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서 부리와 날개의 위치를 추적해 분석한 결과, 벌새의 비행 패턴이 드러났다. 벌새는 좁은 틈을 통과하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이 분석한 벌새의 비행 모습. 날개 폭보다 좁을 틈을 통과하기 위해 날개를 먼저 통과하거나 날개를 몸 뒤로 붙여 탄도비행했다./마크 배저

첫 번째 전략은 몸을 기울여 머리가 아닌 한쪽 날개를 먼저 틈 사이로 통과시키는 방식이었다. 마치 사람들이 좁은 틈을 통과할 때 몸을 비스듬히 돌려 어깨를 앞으로 두는 것과 비슷한 패턴이다.

로버트 더들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벌새는 몸통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비스듬히 비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좁은 틈을 통과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특이한 비행 패턴을 보였다”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비행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실험을 반복하자 벌새는 장애물에 익숙해지면서 더 효율적인 비행 패턴도 선보였다. 날개를 몸통 뒤쪽으로 붙이면서 빠른 속도로 탄도비행 하면서 부피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틈을 통과한 이후 벌새는 날개를 앞으로 펼치면서 속도를 늦추고 다시 날갯짓을 이어갔다. 연구진은 이같은 비행 방식에 ‘탄도 버즈 스루’라는 이름을 붙였다.

특히 벌새가 통과해야 하는 틈이 작아질수록 탄도비행을 하는 비율은 점차 늘었다. 연구진은 벌새가 장애물에 익숙해지면서 자신감을 갖고 보다 효율적인 비행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틈을 넘어가면서 실수해 부딪친 경험이 있는 벌새도 여러 차례 재시도 끝에 틈을 넘어가는 데 성공했다.

배저 연구원은 “아무리 드론, 소형비행체 기술이 발전했더라도 자연에서의 비행 능력은 새에 미치지 못한다”며 “자연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울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의 뇌를 이식한 사이보그 새의 탄생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DOI: https://doi.org/10.1242/jeb.24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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