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단 1발로 막는다”…해군이 쓸 ‘바다의 첨단 방패’ 정체는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3. 11. 1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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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오는 11일 창설 78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바다를 통해 접근하는 위협세력을 저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던 모습에서 벗어나 내륙 지역 깊숙한 곳에 있는 표적을 타격하는 전략적 억제력을 확보하려는 모양새다. 

바다 밑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잠수함에 대응하고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요격하는 능력, 무인 무기를 통해 첨단 전쟁에 대비하는 기술도 갖출 방침이다. 

해군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서애 류성용함이 미 해군 함정들과 함께 항해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군의 구상이 실현되면 해상에서의 대지, 대탄도미사일 능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셈이다. 

이를 통해 북한과 주변국의 움직임을 견제하고,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다만 해상 3축 체계 확보 추진 과정에서 무인수상정과 정찰기 등을 중심으로 하는 유·무인복합체계 구축 작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잠수함·탄도미사일 대응 초점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해군은 탄도미사일을 포착해 파괴하는 능력을 확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7월 진수된 정조대왕함은 해군이 운용중인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 3척보다 성능을 높인 신형 이지스함이다. 지상공격용 탄도미사일 등을 탑재, 내륙 지역 타격도 가능하다.

세종대왕급은 SPY-1D 레이더를 통해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할 수 있지만, 요격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반면 정조대왕급은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미국산 SM-3와 유사한 해상 요격미사일 또는 SM-6 함대공미사일을 확보할 계획이다. 

SM-3는 미국, 일본에서 사용하는 해상 탄도미사일 요격무기다. 다만 고고도 요격에 치중된 미사일이라는 점에서 단·중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저지에 초점이 맞춰진 SM-6가 더 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군의 신형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정박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기존 세종대왕급을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도록 개량하는 사업도 추진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성능 측면에서 정조대왕급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이지스함은 탄도미사일과 대함 순항미사일 공격에 동시 대응이 가능한 수준까지 성능이 높아졌다. 

미 해군과 미사일방어국(MDA)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칼 레빈함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탐지 및 요격하면서 대함 순항미사일 2발과도 교전하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중국이 내륙 지역에서 대함 탄도미사일을 쏘고, 연안이나 해상 또는 수중에서 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능력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요격 능력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한국 해군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반면 성능개량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에서 건조될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은 해상전투에 필요한 전투체계, 다기능레이더, 무장 등을 국산 기술로 만든다. 높은 수준의 스텔스 기술을 적용,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을 대폭 낮춘다. 

날아오는 미사일과 항공기를 저지할 대공무기는 국산 함대공미사일-Ⅱ가 쓰인다.

지난 6월 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HD현대중공업이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항공기·대함미사일 요격용은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의 대항공기요격탄(AAM), 탄도미사일 파괴용은 L-SAM 대탄도미사일요격탄(ABM)을 토대로 개발될 예정이다. 

항공기·대함미사일은 수면과 가까울 정도로 낮은 고도로 비행하며 함정에 접근한다. 이를 요격하기 위해선 파도와 표적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기술 등이 필요하다. 

L-SAM ABM은 1·2단 분리 후 요격지점까지 날아가는 직격비행체로 탄도미사일을 파괴한다. 함대공미사일-Ⅱ 탄도미사일 파괴용 버전도 ABM과 같은 기술을 사용할 전망이다.

북한 잠수함을 탐지, 공격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한국형 해상초계기 확보도 추진된다. 

현재 해군은 미국 보잉의 P-8A 해상초계기 6대가 도입될 예정이지만, P-3 계열 항공기가 노후화하면서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처럼 외국에서 들여오는 대신 국내에서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KF-21 개발을 통해 무장 제어 기술과 경험을 쌓았으므로, 외국에서 항공기를 구매해 장비와 무장을 장착하면 국내 제작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국산 무기와 전투체계 탑재도 가능하다.

정보 수집능력 강화를 위한 차기 해양정보함과 무인정찰기 등도 도입이 계획된 상태다. 

기존에 운용중인 해양정보함은 원거리 탐지 능력이 제한되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성능개량이 예정되어 있는데, 새로 확보할 해양정보함은 기존보다 정보수집 능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유·무인 복합체계 구축의 일부로서 무인전력지휘통제함도 확보할 예정이다. 무인기, 무인수상정(USV), 무인잠수정(UUV) 등을 활용해 해상, 수중, 공중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장비 컨트롤타워’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무인전력지휘통제함을 제안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삼동선 형태, 한화오션은 비행갑판을 갖춘 항모 컨셉을 갖추고 있다. 스텔스 성능과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적용해 생존성과 전장정보 운용 능력을 극대화한다.

해군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2030년대 말에는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킬 체인, 미사일 방어, 대량응징보복) 능력이 획기적으로 확충될 전망이다. 

지난 6월 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에서 LIG넥스원이 초대형급 무인잠수정과 수중자율기뢰탐색체 등을 전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각에선 실현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무인 복합체계 확대를 포함한 혁신을 빠르게 추진하려면 단번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척당 1조원에 달하는 KDDX를 비롯한 대형함정 건조 계획이 꾸준히 이어지면, 혁신에 필요한 예산 확보는 쉽지 않다. 

북한 도발과 주변국 견제를 위해선 대형함정이 필요하고, 미래 전쟁 대비 차원에서 무인장비 비중을 확대하는 것도 옳다.

하지만 대형함정과 무인 장비 도입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재정적 여력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양측 모두 전자장비 비중이 높아서 소요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무인 기술 강화를 외치는 해군 수뇌부의 의중이 오래 전부터 이어진 해상전술에 익숙한 일선 부대 지휘관이나 참모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될 지도 미지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함정 획득 절차의 개혁이다. 소요제기부터 전력화에 이르는 국방획득체계는 함정 사양을 결정하고 예산을 확보하며 건조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이같은 상황에선 무인 장비 확보는 물론 대형함정을 해군이 원하는 시기에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해군의 혁신 방안에 대한 해군 내 공감대를 튼튼하게 쌓고, 획득체계를 개혁하면서 선진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미군이 운용중인 하이마스(HIMARS) 다연장로켓. 한국 해병대도 이처럼 경량화된 다연장로켓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 육군 제공
◆해병대, 상륙전·서북도서 방어 집중

해병대도 2030년대 이후를 염두에 둔 전력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미 해병대가 중국·러시아의 안보위협을 고려한 ‘포스 디자인 2030(Force Design 2030)’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 해병대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해병대는 무인 전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전투에 투입되는 병력의 규모를 줄이고,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상륙군이 해안에 도착한 직후 또는 내륙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화력을 지원해줄 무인상륙형다연장로켓이 대표적이다. 

육군에서 사용하는 천무다연장로켓은 우수한 성능을 지니고 있으나, 상륙작전에서 사용하려면 미국의 하이마스(HIMARS)처럼 경량화를 적용하면서도 강한 화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인상륙형다연장로켓은 사람이 탑승한 로켓발사차량이 다수의 무인 다연장로켓을 통제하는 개념이다. 소요 인력과 상륙함 적재 중량을 줄이면서 화력 지원은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해병대가 도입할 고속전투주정의 상상도. 해병대 제공
육군도 북한 순항미사일 파괴용 순항미사일대응체계에서 무인 발사대 운용 방안을 구상하고 있어 기술 개발 과정에서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상륙돌격장갑차(KAAV)에서 다수의 자폭드론을 운용하는 방안도 제안되는 모양새다. 고가의 미사일을 사용하지 않고도 전차나 야포 등을 파괴할 수 있고, 이동 표적 공격에도 쓰임새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북도서에 신속하게 병력을 파견하는데 쓰일 고속전투주정은 상세설계 단계에 접어들었다. 

북한군이 서북도서를 기습 공격, 점령하려 시도하면 3시간 내 증원병력을 전개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기존 고속단정(RIB)보다 방호력과 공격력이 우수하고 악천후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도 낫다는 평가다. 

실제로 고속전투주정은 시속 80㎞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12.7㎜ 기관총 탑재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와 7.62㎜ 기관총을 탑재한다. 

고속전투주정이 실전배치되면 서북도서 방어작전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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