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68] 중국판 “누가 기침 소리를 냈는가?”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2023. 11.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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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잘못한 일도 없는데 한자(漢字) 속 여인들은 늘 꿇어앉아 있다. 여자를 가리키는 글자 ‘녀(女)’의 본래 꼴을 보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얕보거나 깔보는 흐름의 새김이 두드러진다. 이 한자의 우리식 훈이 또한 ‘계집’이다.

더 억울한 일도 있다. 좋지 않은 뜻을 지닌 한자 행렬에는 이 ‘계집 녀’를 부수로 쓰는 경우가 흔하다. ‘종놈’, ‘종년’을 가리키는 단어 노비(奴婢)의 두 글자가 우선 그렇다. 간사하다는 새김의 간(奸)도 눈에 띈다.

간통을 하면 남성의 잘못도 클 텐데, 그 행위에는 글자 셋을 겹친 간(姦)이 쓰인다. 기생의 기(妓), 시샘할 때의 지칭인 질(嫉)과 투(妬)도 마찬가지다. 남성의 질투가 때로는 여성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을 때가 많은데도 말이다.

여성의 이름으로 쓰는 좋은 뜻의 글자도 많다. 또 아내를 일컫는 처(妻), 아이를 배는 임(妊), 좋다는 뜻의 호(好) 등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글자도 있다. 그럼에도 ‘꿇어앉은 여성’이라는 본래 꼴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요망(妖妄), 망상(妄想)의 ‘망’은 쓰임이 많다. 거짓과 엉터리를 가리키지만 함부로, 멋대로 등의 뜻을 지녀 부사로도 곧잘 쓰인다. 공산당이 “중앙의 결정에 함부로 지껄이다”는 뜻의 ‘망의중앙(妄議中央)’을 경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윗선의 결정에 왈가왈부하거나 토를 달지 말라는 얘기다. 그로써 건의(建議)와 제의(提議)가 사라져 상의(商議)와 논의(論議)가 없어지고 말았다. 왕조시대 황제와 다름없는 1인 최고 권력이 등장한 뒤 더욱 커져가는 폐단이다.

“추운 날 소리 멈춘 매미(噤若寒蟬)”라는 말이 떠오른다. 가뜩이나 서슬 퍼런 위계에 눌리기 마련인 지금 공산당 내부 의사결정 라인이 꼭 그 모습이다. 미국의 견제나 경기 하강에 앞서 중국이 먼저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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