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파업에 퇴근 대란…"지옥철" "밀지마세요"

박광온 기자 2023. 11. 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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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역사 퇴근 시간대 '콩나물시루'
"일부러 일찍 퇴근" 30분 전부터 붐벼
'대체 교통편' 버스정류장 앞 장사진
퇴근 직장인 몰려 아수라장 "밀지마"
"사람 몰리니 더워" "벌써 두대 보내"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이틀간의 경고 파업에 돌입한 9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이 퇴근길에 오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한국노총과 올바른노조가 파업 불참을 선언하며 파업 참여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지하철 운행률은 예상했던 대로 8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3.11.09.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박광온 여동준 임철휘 김래현 기자 = 서울지하철 1~8호선 파업 첫날인 9일 출근길 혼잡은 피했지만 퇴근 시간대는 직장인들이 몰리며 '퇴근 대란'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5시30분께부터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승강장은 일찌감치 회사를 나온 퇴근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

회의를 위해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광화문으로 왔다는 직장인 권호(42)씨는 "지하철 파업으로 퇴근 대란 일어날 것 같아서 미팅 시간도 기존보다 1시간 앞당겨 잡았고, 미팅 종료 시각도 30분 일찍 잡았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서울 관악구로 퇴근 중이던 김모(35)씨도 "원래 오후 6시에 퇴근하는데 파업으로 집 가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릴 것 같아 30분 일찍 나왔다"라며 "그런데 벌써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는 걸 보니 다들 같은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대체 교통편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며 버스 정류장 앞도 북적였다. 일부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택까지 걸리는 시간을 검색해 보거나, 지하철 입구와 버스정류장을 번갈아 보며 갈등하는 모습도 보였다.

직장인 장모(32)씨는 "원래 지하철 타고 다니는데 오늘은 퇴근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버스 타려고 나왔다"라며 "지하철로 집까지 30분이면 가는데 오늘은 더 오래 걸릴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후 6시를 넘기자 직장인들이 몰리며 혼잡이 더해졌다. 배차 간격은 양방향 평균 4분 정도였는데, 사람들이 들어차는 속도보다 열차가 느리게 도착하자 탑승 대기 줄은 삽시간에 불어났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이틀간의 경고 파업에 돌입한 9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이 퇴근길에 오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한국노총과 올바른노조가 파업 불참을 선언하며 파업 참여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지하철 운행률은 예상했던 대로 8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3.11.09. hwang@newsis.com

같은 시각 지하철 3·4호선 환승역인 충무로역 승강장도 인파로 빼곡히 들어찼다. 배차 간격이 5~10분으로 늘어난 탓에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타고 내리는 승객이 엉켜 혼란이 이어졌다. "진짜 미쳤다" "지옥철이다"라며 한숨을 내쉬는 승객들도 보였다. 곳곳에선 "밀지 마세요"를 외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영등포구로 퇴근하는 여모(27)씨도 "배차간격이 늦어져 줄이 너무 길어 불편하다"라며 "주요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를 피해 30분 정도 먼저 일을 마치고 퇴근했는데도 이 정도면 앞으로는 더 심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로 퇴근한다는 직장인 박수현(37)씨는 "오늘 원래 약속이 있어서 친구들끼리 만나기로 했었는데 괜히 지하철 파업 때문에 30분이면 집에 갈 거 1시간 더 넘게 걸릴까 봐 약속을 취소했다"며 "한동안은 계속 퇴근 대란을 겪을 거라 생각하니 좀 답답하다"고 했다.

오후 6시30분께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스크린 도어 앞에 긴 줄이 늘어섰고, 형광 안내봉을 든 서교공 직원들이 끊임없이 승강장을 돌아다니며 통로를 텄다.

구로쪽으로 퇴근한다는 박모(40)씨는 "벌써 열차 두 대를 그냥 지나 보냈다"며 "타고 싶어도 오는 열차마다 콩나물시루여서 엄두도 못 냈다. 사람이 많아서 더운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역마다 탑승 대기 줄이 꼬리를 물면서 조금이라도 줄이 짧은 곳을 찾는 시민들이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열차가 올 때마다 무리하게 타려다 지하철 문이나 스크린도어에 옷자락 등이 걸려 문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만난 30대 홍모씨는 "열차 기다리는 것도 문제인데 사람이 많으니까 후덥지근하다"며 "괜히 외투를 입고 나왔다 싶다"며 팔에 걸친 외투를 들어 보였다.

[서울=뉴시스] 박광온 기자 =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이틀간의 경고 파업에 돌입한 9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 버스정류장엔 지하철 대신 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3.11.09. lighton@newsis.com


앞서 서울교통공사(서교공)와 민주노총·한국노총 양대노조 연합교섭단은 인력 감축 문제 등을 놓고 전날(8일) 막판 교섭을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고, 연합교섭단은 오후 9시10분께 교섭 결렬을 공식 선언했다.

이에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는 9일 첫 차부터 오는 10일 오후 6시까지 이틀간 경고 파업에 들어갔다. 다만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노사가 체결한 필수 유지 업무 협정에 따라 출근 시간대인 오전 7~9시에는 열차 운행률 100% 수준을 유지하나, 퇴근 시간 운행률은 평시 대비 87%로 내려가게 된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집중배차 시간을 오전 7~10시, 오후 6~9시로 각각 1시간씩 연장하고 차량 566대를 추가 투입해 1393회 증회 운영하는 등 대체 교통편 마련에도 나섰다.

한편 서울 지하철 파업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진행되고 있다. 서교공과 교섭단은 지난 7월11일 1차 본교섭을 시작으로 11회 교섭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yeodj@newsis.com, fe@newsis.com, r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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