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주왕산국립공원, 비좁은 진입로에 탐방객들 '몸살'

청송=황재윤 기자 2023. 11. 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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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로 확장' 지구단위계획 8년째 제자리…떠밀리는 인파에 인명사고 우려
주왕산국립공원 진입로에 탐방객과 차량이 뒤섞여 움직이고 있다. /사진제공=독자

경북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은 크게 늘었지만 주왕산 입구 진입도로는 수십년 째 골목길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탐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주왕산국립공원 입구 진입도로가 수십년째 골목길 신세를 면치 못하면서 탐방객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봄·가을 행락철이면 인명사고나 산불 등 응급상황 발생 시 응급·소방차량이 제 때 통행할 수 없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197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주왕산은 기암, 급수대, 시루봉, 학소대, 병풍바위 등 타 지역에서 볼 수 없는 기괴암석이 곳곳에 우뚝 솟아 있는 관광명소이다.

공원 내에는 용추·절구·용연·달기폭포, 주왕·절골·월외계곡 등 빼어난 경관과 함께 유서 깊은 천년사찰 '대전사(大典寺)'가 자리해 연중 탐방객이 줄을 잇고 있다.

2016년 12월 상주-영덕간 고속도로 개통, 2017년 5월에는 청송군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탐방객은 더욱 늘어 봄·가을 관광철이면 주왕산은 탐방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실제 주왕산을 찾은 탐방객은 2016년 100만 명을 돌파한 뒤 2017년 131만 2445명, 2018년 115만 5063명, 2019년 106만 4590명 등 매년 100만 명 이상을 유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부터 60만여 명 수준으로 줄었지만 올들어 본격적인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조만간 '탐방객 100만 명'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왕산을 찾는 탐방객은 예년에 크게 늘었지만 탐방객들을 위한 기반시설은 수십년 째 제자리걸음으로 나타났다. 실제 진입로의 경우 주차장에서 상가 방향으로 600여m만 왕복1차선 도로(차도 6m, 인도 포함 10m)이다.

그 밖의 상가에서 사찰까지 300여m 구간은 평균 도로폭이 3.6m에 불과한데다 도로변에는 상가 16곳이 들어서 가뜩이나 비좁은 도로의 혼잡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사찰이나 주왕산을 출입하는 관리소 차량이라도 지나가려면 탐방객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춘 채 차량이 통과할 때까지 도로변에 바짝 붙어 피하는 실정이다.

119구조대 등 시각을 다투는 응급차량도 반대편에서 차량이 진입할 경우 상대 차량이 후진 등으로 이 구간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제자리에 멈춰 대기할 수밖에 없다.

청송군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찰 주변 상가를 주차장 인근으로 이전하고, 비좁은 사찰 주변 도로를 왕복1차선(인도 포함한 도로 폭 10m)으로 넓히는 지구단위계획을 2015년 수립·고시했다.

하지만 600억 원으로 추산(2015년 기준)되는 사업비 확보 문제 및 상인들 반발에 발목이 잡혀 지구단위계획이 고시된 지 8년이 지나도록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해당 지역 상인들을 대상으로 세차례에 걸쳐 사업설명회를 실시했지만 주차장 인근 상인들과 사찰 주변 상인들간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주왕산 탐방객 유치 및 증가를 위한 지구단위계획이 수년 째 제자리를 맴돌면서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 탐방객은 "진입도로가 너무 비좁아 다른 탐방객들에 떠밀려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국립공원 진입로가 아직도 동네 골목같은 곳이 있어 놀랐다"며 "우회 진입로 개설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또다 른 탐방객은 "주왕산 진입로가 비좁은데다가 사찰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온갖 음식 냄새를 풀풀 풍기는 상가들이 진을 치고 있어 올 때마다 보기가 민망하다"며 "관계기관에서는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찰의 한 관계자는 "청송군과 국립공원사무소가 머리를 맞대면 벌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아직까지 수십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며 "이들 기관에서 처리하지 못한다면 경북도 등이 나서 우회도로 개설을 적극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주말이면 탐방객들이 인파에 떠밀려 움직여 자칫 사고 발생이 우려되고, 긴급상황이 발생해도 긴급차량이 쉽사리 들어갈 수 없는 상태"라며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을 밝혔지만 해결책은 내놓지 않았다.

청송군 관계자는 "비좁은 진입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하고, 이후 사업설명회를 세차례 개최했지만 상가들간 이견이 커 8년째 진척이 없는 상태"라며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상가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송=황재윤 기자 newsde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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