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코팅팬이 벗겨지기 시작했어요"

전호제 셰 2023. 11.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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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제 셰프.

(서울=뉴스1) 전호제 셰 = 연말을 앞둔 파스타집에서는 주기적으로 코팅팬을 리코팅하러 보내곤 한다. 바쁜 연말을 대비해서 여분의 팬도 필요하니 말이다. 코팅이 약해지면 음식물이 달라붙어 세척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든다. 파스타 불판 옆에는 항상 보조로 팬을 닦아 주어야 한다. 코팅팬이 없으면 강한 철수세미로 닦아내야 하는 데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리코팅에 보내기 위해서 테이프로 단단하게 박스를 돌돌 말아 포장하고 택배사에 맡기면 된다. 작업 후 재배송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일 정도이다. 이런 번거로운 리코팅을 하는 이유는 결국 비용이다. 코팅팬 구매가격의 1/10 정도면 재코팅이 가능했다. 매번 코팅이 벗겨질 때마다 버린다면 많은 자원이 낭비되는 셈이다

이럴 때 코팅이라고 하면 주로 테프론 코팅을 지칭한다. 테프론(Teflon)은 상표명이고 이 물질을 PTFE(불소수지)라고 한다. 1933년 이 물질을 발견한 로이 플런켓(Roy Plunkett)은 이후에 인류의 삶을 바꿔 놓은 발명가에게 주는 존 스캇 어워드(John Scott Award)를 받았다.

그 후 여러 화학자들에 의해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업그레이드되었다. 이 PTFE는 방수, 코팅으로 사용되었고 심지어 핵무기 제조 과정 중 방사능 원료 물질이 지나가는 파이프의 부식 방지제로 쓰이기도 했다. 아무도 주방 도구로 사용해 볼 생각은 없었던 셈이다.

1954년 이 PTFE 가능성을 알아본 사람은 프랑스의 한 주부였다. 그녀는 남편이 개발 중인 낚싯대의 재료 얘기를 듣고 차라리 음식이 달라붙지 않는 프라이팬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 여성의 남편은 엔지니어 막 그레그와(Marc Grigoire)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코팅팬으로 1954년 특허를 취득하고 1956년에 테팔(Tefal)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코팅팬은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그 후 PTFE는 테팔의 상표명인 테프론(Teflon)으로 더 많이 불리기 시작했다.

코팅팬이 없을 땐 팬 길들이기(Seasoning)가 꼭 필요했다. 먼저 무쇠팬을 높은 온도로 가열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에 기름을 얇게 두르고 식힌다. 이렇게 하면 팬 위에 얇은 코팅막이 형성되고 음식이 달라붙지 않는다. 무쇠팬은 무겁기도 했고 이렇게 길들인 팬은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했다. 가벼운 알루미늄 팬에 테프론 코팅을 하니 무게와 성능 두 가지 점에서 코팅팬의 장점이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물이나 소스가 걸쭉한 음식을 선호하다 보니 코팅팬이 필수적이다. 우리식의 파스타의 경우에 크림소스, 토마토소스의 양이 상당히 많아 코팅팬이 요리와 세척에 용이하다. 볶음밥, 떡볶이도 메뉴가 다양해지면서 주문을 받고 바로 개별조리 하는 경우가 많아져 코팅팬이 훨씬 능률적인 상황으로 변했다.

테팔의 프라이팬들. (롯데마트 제공) 2017.4.8/뉴스1

테프론 코팅팬은 편리함에 반해 유해물질로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코팅팬의 PTFE는 알루미늄 팬에 스프레이로 뿌려서 뜨거운 열로 구워준다. 예전에는 이 작업에 PFOS를 첨가제로 사용했다. 인체 유해성이 확인된 것은 PFOS인데 2004년 발효된 스톡홀롬 협약에 따라 테플론팬의 첨가제인 과불화옥탄산(PFOS)을 160개 이상의 국가에서 규제하였다. 반면 PTFE(상표명 Teflon)은 사용시 섭씨 260 이상 가열되지만 않으면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다. 코팅팬의 유해성이 걱정된다면 PFOA(혹은 PFOS) 첨가제가 사용되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코팅팬은 연기가 날 정도로 가열하지 않는 것이 좋다. 통후추를 볶는다든지, 설탕을 높은 온도로 녹인다는지 혹은 소금을 깔고 생새우를 굽는 일은 코팅팬 대신 스테인리스 재질의 팬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위와 같은 작업은 코팅의 수명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과하게 온도를 올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코팅은 요즘 여러 가지 제품에 사용된다. 전기밥솥도 내솥에 코팅하여 바닥 부분 밥까지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자주 쓰다 보면 코팅이 주기적으로 벗겨지는데 특히 바닥부분과 옆면이 만나는 부분부터 코팅이 자주 손상된다. 내솥을 새로 구매한다면 개당 9, 10만원 정도 하니 강한 마찰이 없게 사용하면 코팅의 수명이 오래간다. 사용 후에는 물에 불려 부드러운 스펀지로 씻어 주는 것이 좋다.

모든 테프론 코팅 용품을 리코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코팅 작업은 높은 온도로 가열하여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밥솥 내솥을 리코팅에 보냈더니 작업 후 용기에 변형이 생겨 사용하지 못한 적이 있다. 또한 리코팅 업체는 주로 규모가 큰 외식업체를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어 개인이 소량의 팬을 리코팅하는 것은 아직 쉽지 않을 것 같다.

조만간 개인을 고객으로 하는 업체도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리코팅 작업이 경제성이 있으려면 많은 수량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체계적인 재활용 체계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삶에 편리함을 주는 코팅팬이 자원낭비 없이 재활용된다면 아마도 70년 전 코팅팬 발명에 버금가는 효용을 주지 않을까 싶다. 우연한 아이디어가 만든 코팅팬처럼 앞으로는 코팅의 재활용을 통해 자원의 효율적 이용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shef7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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