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고집했는데… 매각 자문 수수료 아끼려다 3000억에 골프장 넘기는 대유그룹 회장님

노자운 기자 2023. 11. 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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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베르 CC 모습. /몽베르CC 홈페이지

대유위니아그룹이 몽베르CC를 동화그룹에 매각한다. 매각 대금은 3000억원 수준. 그룹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급한 불을 끄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일단 10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으로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몽베르CC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컸던 박 회장은 최근까지도 4000억원의 매각가를 고집했지만, 결국 급한 자금 사정을 이기지 못하고 협상력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

◇ 주관사 없이 계열사 사장들이 발로 뛰어 매각 성사

9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대유위니아그룹에 따르면, 대유몽베르조합은 최근 엠파크에 몽베르CC를 매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대유몽베르조합은 지난 2011년 대유위니아그룹 지주사 동강홀딩스와 계열사 스마트홀딩스가 에이스저축은행으로부터 몽베르CC를 인수하기 위해 함께 설립한 회사다. 몽베르CC의 새 주인이 된 엠파크는 동화기업의 증손회사이자 한국일보의 100% 자회사다.

당초 박영우 회장은 몽베르CC의 매각가를 4000억원까지 부른 것으로 전해진다. 즉, 박 회장은 희망했던 것보다 1000억원이나 낮은 값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골프장을 팔게 된 셈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돈이 궁해서 급하게 파느라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나마 매각 주관사라도 있었다면 협상력을 키워 3000억원대 중반까지는 받아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일PwC, 삼정KPMG 등 대형 회계법인들이 매각 자문을 맡기 위해 대유위니아그룹에 접촉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 매각 자문 수수료를 지출하느니 직접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골프장 매각 자문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거래액의 1.5% 수준에서 형성된다. 3000억원이라면 45억원이 자문 수수료로 나가는 셈이다. 이에 대유위니아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 알음알음 딜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화그룹은 몽베르CC를 인수하는 데 2000억원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몽베르CC는 대중제와 회원제가 절반씩 결합된 36홀짜리 골프장이다. 18홀만 회원제로 운영되는 셈이다. 입회 보증금(회원권 보증금)을 600억~700억원 수준으로 가정한다면, 동화그룹은 이를 모두 인수하고 추가로 자본을 투입해 3000억원의 인수 대금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대유위니아그룹이 몽베르CC 매각을 통해 1000억원 내외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한다. 자금은 계열사들의 임금 체불 변제와 대유에이텍 전환사채(CB) 조기상환 등에 활용된다.

◇ 7홀 추가하면 홀당 93억… “회원권 50%인 것 치곤 너무 비싸”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4000억원은 고사하고 3000억원이라도 챙긴 게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애초에 높은 몸값을 인정받을 만한 골프장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번 매각 대상에는 36홀의 골프장과 유휴 부지 일부가 포함됐다. 몽베르CC는 이 유휴 부지에 7홀을 추가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땅을 최대한 개발해 가능한 한도까지 홀 수를 늘리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휴 부지의 개발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매각가 400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한 홀당 가격은 93억원이 된다. 국내 골프장 사상 최고가인 잭니클라우스(홀당 160억원)에는 못 미친다. 다만 몽베르CC는 회원제 비중이 전체의 50%밖에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이 나온다.

잭니클라우스의 경우 최고급 구장인 데다 100% 회원제로 운영돼, 포스코가 인수할 당시 입회 보증금이 2350억원에 달했다. 실제로 포스코가 투입한 돈은 약 700억원에 불과했다.

IB 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복수의 원매자들이 대유위니아그룹에 제시했던 가격은 2000억원대 중후반에 그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홀당 70억~80억원 수준이다.

골프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6월부터 국내 골프장들이 그린피를 낮췄기 때문에 내년에는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내후년 감사보고서가 나와봐야 골프장들의 ‘진짜 몸값’을 알 수 있을 텐데, 지금 몽베르CC를 그 정도 가격에 매각한다면 꽤 괜찮은 장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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