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 한스푼’ … 스타일이 살다[Premium Life]

김호준 기자 2023. 11. 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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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mium Life - LVMH 루키 브랜드 ‘빠투’… 신명품으로 주목
장 파투, 여성의 자유로운 몸을 지지하며
시대를 앞서 여성용 스포츠웨어를 발명한 佛 디자이너…
사후 80여년이 지난 2018년, 루이비통이 ‘PATOU’라는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여성성에 스포티함을
접목시킨 세련된 新명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빠투 ‘JP’ 모노그램과 로고가 새겨진 시그니처 셔츠와 모자, 가방, 니트 등 아이템들을 모델이 선보이고 있다. 분홍색 가방은 빠투의 간판 아이템인 ‘르 쁘티 빠투 백’. 아래 사진은 올해 프랑스 사마리텐 백화점에서 열린 가을·겨울 런웨이 모습. LF 제공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 장 파투(1887∼1936)는 1920년대 미국에서 ‘유럽에서 가장 우아한 남자’로 불렸다. 23세 때 파리에 첫 패션 하우스를 설립한 그는 옷차림을 통해 사회적 편견을 깨고자 했던 여성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여성의 몸’을 자유롭게 해방하려고 했던 그는 코르셋 없이 입을 수 있는 드레스를 디자인했고, 시대를 앞서 여성을 위한 스포츠웨어를 발명하기도 했다. 그의 브랜드는 당시 라이벌 격이었던 잔느 랑방, 가브리엘 샤넬의 의상보다 더 과감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럽 상류층의 관심을 끌었다.

장 파투의 의상들은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길 원하는 상류층 여성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 프랑스 출신의 여성 테니스 선수 수잔 렝글렌을 포함해 미국의 배우 메리 픽퍼드, 영국의 사교계를 풍미했던 다이애나 쿠퍼 부인 등이 그의 고객이었다. 그는 향수에도 조예가 깊어 1920년대부터 여러 향수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최초의 남녀 공용 향수인 ‘지앵(Sien)’과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향수인 ‘조이(Joy)’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하지만 장 파투는 화려한 성공을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채 49세의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일찍 사망하면서 브랜드도 다른 럭셔리 브랜드만큼 성장하지 못했지만, 그의 패션 하우스에는 카를 라거펠트, 마크 보앙, 장 폴 고티에, 크리스티앙 라크루아 등 거물급 디자이너가 거쳐 가며 패션계에 영향력을 발휘했다.

장 파투 사후 82년이 지난 2018년 글로벌 럭셔리 그룹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는 그의 하우스를 인수하고 ‘빠투(PATOU)’라는 이름으로 재탄생시킨다. 아티스틱 디렉터에는 지방시에서 경력을 쌓은 프랑스 출신의 기욤 앙리를 임명했다. ‘젊은 생로랑’이라 불릴 만큼 잠재력 높은 디자이너로 평가받았던 기욤 앙리는 빠투를 ‘현대성의 반전과 유머 감각으로 파리의 시크함을 구현한 친근한 브랜드’로 진화시켰다. “우아함, 아름다움, 순수예술, 판타지, 이 네 단어는 제가 선보이는 컬렉션을 대변합니다”라는 장 파투의 말처럼, 기욤 앙리는 이러한 그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섬세하면서도 편안하고, 유쾌하면서도 세련된 쿠튀르에서 영감을 받은 여성용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기욤 앙리는 그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여성들, ‘뮤즈’를 위한 옷을 디자인한다. 기욤 앙리는 패션을 끊임없이 동적인 삶의 예술로 여기며 장 파투가 설립한 파투 하우스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기욤 앙리가 합류한 빠투는 브랜드의 오랜 역사 위에 독창적인 디자인과 섬세한 디테일이 더해져 LVMH의 ‘루키’ 브랜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빠투는 프랑스 3대 백화점 중 하나이자 LVMH를 새 주인으로 맞아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한 파리 사마리텐 백화점에서 올 가을·겨울(FW) 시즌 런웨이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는 사마리텐 백화점 재개장 후 최초의 런웨이로 글로벌 패션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빠투의 의상은 여성스러운 스타일 가운데서도 스포티한 요소를 가미해 세련된 느낌을 강조한다. 독특한 서체의 ‘PATOU’ 로고를 앞세운 아이템과 ‘장 파투’를 뜻하는 JP 모노그램이 수놓아진 티셔츠, 모자, 가방 등 아이템들도 인기가 높다. 특히 누구나 알아보는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에 지루함을 느끼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신(新)명품의 ‘새로운 로고’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며 로고가 돋보이는 패브릭 버킷햇·토트백 등 판매도 급성장하고 있다.

프랑스 출신의 디자이너 장 파투.

반달 모양의 ‘르 빠투 백’은 빠투의 시그니처 제품으로 론칭 초기부터 입소문을 탔다. 올해 FW 컬렉션에서 빠투는 쿠튀르 무드와 스포츠웨어의 퓨전이 잘 드러나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JP 모노그램을 활용한 자카드 패턴과 퀼티드 원단 등을 주로 사용했으며, 스포티한 캐주얼 의상에서부터 오피스웨어로 활용하기 좋은 셋업까지 다양한 무드의 아이템들을 선보였다.

빠투는 국내에서 생활문화기업 LF가 지난 3월부터 전개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빠투가 진출한 아시아권 두 번째 국가다. LF는 빠투 시그니처 매장을 연달아 열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5월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 국내 첫 번째 단독 매장을 여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방 거점까지 3개 지점을 연달아 열었다. LF 수입사업부 관계자는 “오랜 역사와 앞서 나가는 트렌드가 공존하는 빠투의 다양한 라인을 본격적으로 선보여 신선한 가치를 지닌 럭셔리 브랜드를 찾고 있는 국내 많은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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