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완화' 첫 언급한 한은 금통위… 추가 긴축 가능성은

박슬기 기자 2023. 11. 8.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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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지난달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처음으로 피력했다.

한은 금통위는 그동안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만 해왔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지난달 금통위가 처음이다.

하지만 대다수 금통위원은 물가 상방 위험 등을 이유로 추가 긴축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지난 7일 공개한 '2023년 제19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10월19일 개최)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며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성장 및 물가에 대한 향후 추이를 관찰하면서 추가 긴축 또는 완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위원은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기업대출의 증가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누증된 가계부채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가계부채의 총량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 가계부채의 위험에 초점을 맞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향후 성장경로 상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에 따른 국제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 민간소비 회복세 약화, 주요국 긴축 기조 장기화 등에 따른 대외수요 약화 가능성 등 하방요인이 우세한 것으로 보이나 글로벌 IT경기 회복 속도에 따라 전망 경로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자물가의 경우 농산물 가격 및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9월 중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하였고 향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추가 상승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상방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는 경기 성장에 대한 하방 리스크와 물가에 대한 상방 리스크가 혼재돼있는 만큼 금통위가 금리 인상과 함께 인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발언으로 읽힌다.

그동안 6명의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언급해왔지만 지난달 해당 금통위원이 금리 인상, 인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금통위 내부에선 추가 긴축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상황이다.

또다른 금통위원은 "최근의 물가 상방리스크를 고려할 때 이에 대응한 긴축기조가 기존 예상보다 강화돼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며 "향후 인플레이션 상방 리스크 현재화로 인플레이션 둔화가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유의하게 높아질 경우에는 추가 인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커진 점과 금융불균형이 누증된 점을 감안해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되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금통위원은 "물가는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완화되지 않고 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취약 부분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주요국의 긴축기조 장기화로 고금리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긴축기조를 유지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개양상과 국제유가 및 근원물가 흐름, 원/달러 환율 추이, 가계부채 동향, 부동산시장을 포함한 실물경제의 회복 정도,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1일 (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 역시 오는 30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7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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