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목해야 할 한국 영화 세 편 [엄형준의 씬세계]
올해 한국영화 중 누적 관객 200만명을 넘긴 영화는 지금까지 네편 뿐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수백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 중에선 ‘밀수’밖에 없고, 영역을 중·저예산 영화까지 확장해도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러다 보니 한국영화 위기론이 나온다.
그럼에도 한국영화의 희망이 사라진 건 아니다. 약 5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유재선 감독의 ‘잠’과 60억원을 들인 남대중 감독의 ‘30일’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개봉작 중엔 여전히 탄탄한 만듦새의 ‘숨겨진 보석’이 많다.
8일 개봉하는 ‘뉴노멀’은 ‘기담’,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의 작품으로 때아닌 눈이 내리는 날씨 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흉악 범죄가 난무하는 비정상적 대한민국을 그린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알 모양의 안경을 쓴 배우가 등장하는 포스터부터 예사롭지 않은 8일 개봉작 ‘괴인’은 괴물이나 외계인은 등장하지 않는, 뜻밖에도 평범한 일상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담은 인물 탐구 영화다.
이정홍 감독은 지난 1일 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유난히 소통이 어려운 시대인 거 같고, 나와 다른 타인을 너무 쉽게 혐오하고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면서 “지켜보고 끝내 조금 이해하게 되는 (영화 속) 경험을 통해서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되는 영화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길은 지난 1일 시사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살다 보면 이상한 만남이 있다. 촬영하고 대사할 때는 그 의미를 크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저한테는 괴인이 이상한 만남인 것 같다. 기자와의 만남도 그렇고, 이상한 만남의 연속인 것 같다”고 했다. 이 이상한 만남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만분의 일초’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의 신예, 김성환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과거의 악연으로 엮여있는 ‘재우’와 ‘태수’가 검도 국가대표출전자리를 건 합숙훈련에서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이는 얘기다. 개봉은 오는 15일이다.
지금까지 검도가 일부 등장하는 영화는 있었지만, 핵심 소재로 다룬 국내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 스포츠라는 인식과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호면’(대련 중 보호를 위해 쓰는 마스크)의 철망에 얼굴이 가려 배우의 표정을 드러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대련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지만, 영화의 결정적 순간엔 역시 배우가 호면을 쓰고 있다. 호면에 가려진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보여줄까가 중요한데, 김 감독은 이를 제대로 살려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까칠하고 비뚤어진 ‘권모술수’ 변호사 권민우 역으로 이름을 알린 주종혁이 최고의 자리에 도전하는 ‘재우’역에, ‘악인전기’에 출연한 ‘문진승’이 검도계의 일인자인 ‘태수’역에 낙점돼 각각 폭풍과 고요의 감정을 연기한다.
김 감독이 4억원의 예산으로 찍은 ‘만분의 일초’는 제작비가 영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과 그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감독임을 증명한다. 소리와 빛에 집중할 때 비로서 가슴으로 다가오는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과 제8회 런던동아시아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또 47회 상파울루국제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 섹션과 제6회 말레이시아국제영화제 BIFAN at MIFFest 비경쟁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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