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11) 스페인의 정원, 파티오

2023. 11. 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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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파티오는 스페인어로 안뜰, 앞마당이란 뜻으로 건물 안에 있는 정원(庭園)이다.

요컨대, 파티오는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했던 로마,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 스페인 사람들이 발전시킨 하이브리드 건축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파티오는 스페인 사람들에게 단순한 건축양식을 넘어 축제로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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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코르도바 대성당(메스키타)에 있는 파티오 데 로스 나란호스(Patio de los Naranjos : 오렌지 나무가 있는 안뜰). 코르도바 대성당은 원래 이슬람의 종교시설인 모스크였다. 압둘 라흐만 1세는 756년 알 무사라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이베리아반도를 정벌하였다. 메스키타 코르도바 대성당 홈페이지
파티오는 스페인어로 안뜰, 앞마당이란 뜻으로 건물 안에 있는 정원(庭園)이다. 파티오는 오늘날 스페인과 남미의 보편적인 건축양식이다. 파티오는 원래 로마 시대의 건축인 아트리움에서 기원했다. 파티오는 장방형의 건물을 세운 후 그 안에 정원을 두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파티오에는 분수(噴水)가 설치되었는데, 이는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베리아반도를 781년 동안 지배한 이슬람은 자신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추구하며 파티오를 지었다.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기도하기 전에 파티오의 분수에서 손발을 닦고 몸과 마음을 정갈히 했다. 물이 귀한 사막 지역에서 분수는 그 자체로 생명수였다. 무슬림들은 궁궐 안으로, 그리고 집 안으로 생명수를 끌어들여 이상향을 만들었다. 요컨대, 파티오는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했던 로마, 이슬람의 영향을 받아 스페인 사람들이 발전시킨 하이브리드 건축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파티오는 스페인 사람들에게 단순한 건축양식을 넘어 축제로 진화했다. 매년 5월 초 코르도바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파티오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12일 동안 계속된다. 축제 기간 코르도바 사람들은 예쁜 꽃으로 한껏 꾸민 자신의 집 안뜰을 공개한다. 이날만큼은 파티오는 혼자 보고 즐기는 곳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개방되는 공간으로 변모한다. 
코르도바 비아나 궁전에 있는 파티오와 분수. 비아나 궁전은 14세기에 건축되었는데, 궁전 안에 모두 12개나 되는 파티오가 있다. 코르도바관광청
방문객들은 파티오 주인이 놓은 접시에 동전을 올려놓아 기부하기도 한다. 파티오 축제에는 다른 의식들도 함께한다. 파티오가 특별한 문화 공간으로 된다. 파티오와 근처의 공공장소, 거리, 광장에서는 전통적인 노래, 플라멩코 기타 연주와 춤 공연이 열린다. 축제에 온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기도 한다.
파티오 축제 때 개방된 파티오와 가정집. 코르도바관광청
파티오는 공동체 정신을 나타내는 문화이기도 하다. 자신의 집과 마을을 가꾸어 지속 가능한 상태로 함께 사는 데 목적이 있다. 오늘날 사는 곳 부근에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싫어하는 님비(NIMBY) 현상이나 선호하는 시설이 자기 마을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핌피(PIMFY) 현상 같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열린 공동체 정신을 나타낸다. 파티오는 개방성의 상징이다. 모든 방문객을 존중하고, 연령층과 사회 계층, 그리고 배경이 다른 많은 사람이 어울린다. 파티오는 스페인 문화의 특징을 나타낸다. 오랫동안 이민족으로부터 식민지배를 받았지만, 그 문화를 수용하여 자기만의 독특함으로 바꾸는 열린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개방성으로 대표되는 스페인의 문화를 제대로 느끼려면 5월에 꼭 코르도바에 가보시라.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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