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 감독 “애니 vs 영화 격차 큰 日...‘오겜’ 보며 많은 생각”[인터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11. 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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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아픔 담긴 ‘키리에의 노래’, 어릴적 소중한 절친 오마주”
이와이 슌지 감독이 신작 ‘키리에의 노래’로 한국을 찾았다. 사진|미디어캐슬
“‘4월 이야기’로 처음 한국을 찾았고, ‘러브레터’로 다시 왔어요. 당시 한국 관객들이 보내준 뜨거운 사랑을 잊지 못합니다. 저 또한 한국 영화를 지켜보고 응원해온 한 사람으로서 ‘오징어 게임’은 정말이지 놀라웠습니다. 또 부러웠고요. 저 또한 기다립니다. 예측 불가의 시대, 무한 창작의 시대잖아요. 장벽을 넘고 어떤 간극, 한계를 넘어 (일본 영화도) 훨훨 날아오를 날을요.”

신작 ‘키리에의 노래’를 들고 한국을 찾은 이와이 슌지(60) 감독은 이같이 말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답변 하나 하나에 진중하고 진솔하고 성숙했다. 허투루 뱉는 말이 없으니, 더욱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마치 자신의 작품을 닮았다, 아니 작품이 그를 꼭 빼닮았다.

영화 ‘키리에의 노래’는 노래로만 이야기하는 길거리 뮤지션 ‘키리에’(아이나 디 엔드), 자신을 지워버린 친구 ‘잇코’(히로세 스즈), 사라진 연인을 찾는 남자 ‘나츠히코’(마츠무라 호쿠토) 세 사람의 비밀스러운 사연을 들려줄 감성 스토리를 담았다.

‘러브레터’, ‘4월 이야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등 한국 영화 팬들이 인생 작품으로 손꼽는 웰메이드 작품들을 연출해 온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위로와 치유를 전하는 메시지, 아름다운 OST와 일본 영화계 차세대 주역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웰메이드로 평가 받고 있다.

“처음부터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는 “개인적으로 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느낀 감정과 당시 몇 몇의 강렬한 장면들이 큰 영감을 줬다. 당시 오사카의 많은 여성들이 해매고 있는데 말을 안 했던 여성을 보았다. 그 단편적인 이미지가 큰 충격을 안겼고 ‘말을 못하는 설정’으로 발전됐다”고 말했다.

이어 “‘러브레터’를 비롯해 전작들을 의식하진 않았다. ‘키리에의 노래’는 대지진을 겪은 뒤 나의 어떤 자전적인 경험, 의미 등을 담아 쓴 시나리오를 수차례 수정하면서 완성한 이야기”라며 “소설을 쓰던 당시만 해도 지금같은 영화로 완성될 줄은 몰랐다. 아이나 디 엔드를 캐스팅하는 순간 노래 등의 재미가 생겨 이전까지 세운 계획이 바뀌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나 디 엔드가 정말 잘해줬다. 100% 만족한다. 앞선 그녀의 무대를 보고 어느 정도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촬영하면서 확신하게 됐다. 지금은 1000%로 더 기대하고 있다. 좋은 배우를 만나 감사하다”며 미소 지었다.

11월 한국 영화팬들을 찾아온 이와이 슌지 감독. 사진|미디어캐슬
영화의 화려한 영상미를 완성하는 포인트는 바로 다양한 로케이션. 이와이 슌지 감독은 자신이 나고 자란 미야기현의 센다이시부터 도쿄, 오사카, 이시노마키, 오비히로 등 자신의 연고지를 영화의 무대로 삼았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그 어떤 작품보다도 나와 관련된 세세한 것들이 담겨 있다”며 “고향에서 촬영한 것은 물론, 캐릭터(‘나츠히코’)에도 실제 학창시절 친구의 프로필이 사용되기도 했다. 소중했던, 하지만 안타까웠던 그에 대한 오마주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날로그적인 아름다움을 담고자 노력했다. 그런 느낌을 살리고자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하고, 옛기법을 많이 활용했다. 후작업에도 그런 매력, 느낌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들려줬다. 그는 “항상 관심을 가지고 즐겨보고 있다. 콘텐츠는 물론 유능한 아티스트들도 알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과 협업해보고 싶다”며 애정을 보였다.

“배두나 씨와 장편 영화를 찍어보고 싶고, 올해 부산에서 만났던 송강호 씨와도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지요.(웃음)”

그는 영화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 영화의 성장을 지켜봤다고 했다.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단다. “푹 빠져 한 번에 쭉 봤다”는 그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는 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영화 드라마 만화 문화가 적절하게 공존하고 또 융합되는 부분이 부러웠다. 일본은 그 괴리감이 상당하다. 그것이 (일본 실사 영화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한국 영화 드라마의 빠른 성장에 감탄했다. 사진|미디어캐슬
“실사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애니메니션도 만든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일본에서 실사 영화와 애니의 관객은 겹치는 부분 없이 전혀 달라요. 각각 다른 나라에서 만들고 있나 싶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차이가 크죠. 영화계의 시스템은 훨씬 열악하고 예산도 작고 관객도 적죠.”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이젠 AI도 나오고 있고, 새로운 것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엄청난 가격의 비싼 장비 없이도, 개인의 폰이나 노트북으로 충분히 작업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나올 것이고, 저 또한 그걸 잘 활용하고 싶어요. 변화의 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대비하고 싶고요. 마치 종이에 연필로 내가 상상한 걸 그리는 걸처럼, 내가 상상한 것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그런 무한 창작의 시대가 올 거라고 믿어요.”

‘키리에의 노래’는 한국에서 지난 1일 개봉해 3일 만에 누적 관객수 1만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나름대로는 과거의 작품을 돌아보지 않고, 지금 내가 만들고 싶고, 내가 기대하는 작품,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진심을 알아주셔서 감사한다. 더 뒤쳐지지 않도록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키리에의 노래’는 지난달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월드 프리미어 상영회를 통해 러닝타임 178분의 디렉터스 컷 버전이 공개돼, ‘전석 3분 매진’ 기록을 세우며 관객들에게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서울은 거의 7년 만이에요. 굉장히 오랫 만이죠. 다음에 한국에 오게 될 땐 영화 촬영을 위해 오기를 희망해요. 지금 생각으론 이것이 제 다음의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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