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반도체만큼 혁신했나" 지적에… 상생금융 쏟아내는 은행권

박슬기 기자 2023. 11. 7.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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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임한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종노릇', '은행의 갑질', '은행 독과점' 등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염두에 둔 비판 발언이 잇따르면서 각 금융그룹과 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금융지주 임원들은 지난 주말을 반납하며 지주 회장 주관의 '비상회의'를 열며 상생금융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김주현·이복현 "혁신 결과 아닌 단순한 금리 상승 따른 이익 증가"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은행연합회, 금투협회, 여신전문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협회 등 6개 업권 협회장과 간담회를 열고 "금융회사 이익 증가는 자본적정성 제고를 통해 금융안정의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혁신 노력의 결과라기 보다는 단순히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수입 증가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경제의 허리를 지탱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빚을 늘려가며 버텨왔으나 언제쯤 사정이 나아질지 기약하기 어렵다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하소연에 귀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회계법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은행권의 이자이익이 60조원 수준으로 아마도 역대 최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해보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다 합친 것보다도 은행권 영업이익이 크다"며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에서 다양한 혁신 노력을 하고 국제 무대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조차도 영업이익 수준이 이렇다"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과연 (은행들이) 반도체, 자동차와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기에 60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원장은 "국민들이 은행에 대해 갖는 불만과 비난을 (은행들이) 자본주의적으로 이해를 못하고 잘 몰라서라는 시각도 꽤 있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며 "왜 이런 문제 제기가 있는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필요한 것 같다"고 은행권을 향해 작심 발언을 내뱉었다.


상생금융 스타트는 하나은행… 이어 신한은행


이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상생금융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상생금융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한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명을 대상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대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하나은행은 ▲11만명의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 대상 '이자 캐시백'(665억원) ▲금융취약 자영업자 대상 에너지 생활비 지원(300억원) ▲신규 가맹 소상공인 대상 통신비 지원(20억원) ▲개인사업자 대출 고객 일부 컨설팅 비용 지원(15억원) 등의 상생금융안을 마련했다.

신한은행은 중소법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던 '상생금융 지원프로그램'의 지원 기간을 1년 추가 연장하고 지원 대상을 자영업자까지 확대하기 위해 총 610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7% 이상 대출에 대한 최대 3%포인트 금리 인하 ▲신용보증기금 매출채권보험 이용고객 보험료 지원 ▲신용등급 하락 차주의 금리 상승분 최대 1%포인트 인하 ▲코로나19 이차보전대출 지원 종료 차주 대상 이자 지원 ▲연체이자 2%포인트 감면 ▲변동금리대출의 고정금리대출 전환 시 금리 우대 등 중소법인을 위한 862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프로그램을 올 3월부터 운영해왔다.

이외에도 ▲정책 대출 상품 이용 차주 금리 2%p 완화(230억원) ▲대출중개 플랫폼 신규 개발 및 상생금융 바우처 제공(50억원) ▲신용보증재단 특별출연을 통한 저금리 특례보증 신상품 등 지원(135억원) ▲전세대출 및 버팀목전세대출 상품 이용 고객 대상 10만원 캐시백(25억원) 등의 신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 NH농협금융은 아직 구체적 상생금융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기존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추가 확대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과 5대 금융그룹의 회장들은 오는 16일 예정된 간담회에서 상생금융 패키지나 사회공헌 프로그램, 서민금융 공급 확대 계획 등을 밝힐 예정이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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