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의 심심(心心)파적 <46>] 얼굴 없는 ‘프사’는 뭘 의미할까: 프로필 사진의 심리학

김진국 2023. 11. 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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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각종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반드시 본인의 프로필 사진(이하 프사)을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자신의 프사를 의무적으로 올리는 것은 아니다. 주변 사람 중에는 아예 사진을 올리지 않고 공백으로 두는 사람도 꽤 있다. 왜 그럴까. 프사는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페르소나(persona)를 표시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페르소나는 원래 그리스의 고대 극장에서 배우가 쓰던 가면이다. 가면은 원래 배우 자신이 아니라 그때그때 배우가 맡은 역할을 말한다. 심리학에서는 이 단어를 타인에게 보이는 외적인 성격을 가리키는 말로 차용한다.

김진국문화평론가, 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

프사는 당사자가 직접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페르소나를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프사에 관심을 두고 그 의미를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프사에 올리는 다양한 사진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프사라는 페르소나가 과연 사람의 내적인 성격을 표출하는 좋은 바로미터가 될까. 이런 의문들이 오늘의 주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 연구팀에서는 과연 자신의 성격에 따라 사용하는 프사가 달라지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연구팀은 미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 중 하나인 트위터를 대상으로 6만6000장가량의 프사와 트위터에 실린 내용을 분석했다.

부족하다고 여긴 434명의 경우에는 추가로 설문 조사를 하기도 했다. 여기에 사용된 성격 유형 분석 모델은 요즘 현대 심리학에서 가장 핫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받는 ‘빅 5(Big 5) 성격 특성 이론’을 사용했다. 빅 5 모델은 1985년에 맥크리와 코스타가 확립한 이론이다. 사람의 성격 요인을 신경성과 외향성 그리고 개방성, 원만성, 성실성이라는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그 아래에 여섯 가지씩 하위 척도가 있다.

사진 셔터스톡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이해하려면, 빅 5 모델이 어떤 내용인지 알아야 한다. 먼저 신경성(neuroticism) 요인은 개인이 일상에서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얼마나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예민해서 더 스트레스받고 걱정하고, 울적하거나 우울함도 더 느끼는 편이다. 신경성과 반대 개념으로 ‘정서적 안정성’이라는 개념을 쓰는 것으로 보아 신경성에 속하는 이들은 거칠게 말해 정서적으로 불안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외향성(extraversion)이 높은 사람은 타인에 대한 관심이 많고 사교적이다. 자기주장도 강하고 열정적이어서 자기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말도 잘 걸고 회식이나 파티 등을 먼저 주도하고 계획하는 사람이다.

개방성(openness)이 높은 사람은 호기심이 강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 열려있다. 그들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데, 타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열려있는 편이다. 기존에 자신이 알고 있는 신념 체계에 집착해서 행동하려는 인간 본성을 거슬러 사고하고 행동하는 유형이다.

우호성(agreeableness)이 높은 사람은 성격이 비교적 원만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들은 타인이 편안하고 행복한지를 확인한다. 타인의 감정에 잘 공감하는 편이다.

성실성(conscientiousness)이 높은 사람은 모든 일을 사전에 미리미리 잘 준비한다. 일이나 물건을 잘 정리해 어지럽게 그냥 두는 법이 없는 유형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이러한 빅 5 성격 모델에 의거해서 프사를 분석해 본 빅데이터에는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외향성이 높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다양한 사진을 프사로 게재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우리는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랬다. 외향적인 사람은 사교적이기 때문에 여러 사람과 함께 있는 단체 사진을 게재하는 비율이 높았다. 표정도 활짝 웃는 등 긍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은 사회적 규범을 잘 따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들의 프사는 나름대로 균형이 잘 잡혀있고 자연스럽다. 사진 품질도 좋은 편이다. 사진에서의 표정도 행복해 보여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서 살짝 미소를 짓는 경우가 많다. 여타 유형에 비해 가장 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사진도 다채롭다고 한다.

우호성이 높은 유형은 원만한 성격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다. 사회적인 화합과 협력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다. 이들은 다른 어떤 유형보다 더 긍정적인 감정을 더 자주 드러낸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의 사진보다 프사가 다소 흐릿하고 품질은 떨어지는 편이다. 이들은 실력 있는 사진작가는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프사의 색상은 성실한 유형의 사람보다 더 밝은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문제는 예상할 수 있듯이 신경성이 높은 사람이다. 이들은 정서적으로 다소 불안하다. 그들의 사진은 색상이 거의 없는 무채색 계열의 단순한 사진이 많다. 멍한 표정의 사진도 많다. 심지어는 프사에 사진 없이 공백으로 두는 경우가 많은 것이 바로 이 신경성이 높은 유형이라는 것이다.

하버드대와 버몬트대에서 166명의 인스타그램 프사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우울한 사람은 더 어둡고 단색 이미지인 프사를 게시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무채색에 단색 이미지 프사는 근본적인 우울증 징후일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내가 연구팀의 결과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유형은 개방성이 높은 사람이었다. 그들은 호기심이 많고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고 창의적이다. 그래서 다른 유형의 사람보다 더 예술적이고 멋진 사진이 많다. 그들의 프사를 보면 전체 프레임에서 얼굴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고 한다. 그들이 개방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시그널이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하여 기존의 관습에 집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습에 저항하기도 한다. 회사원의 경우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반골(叛骨) 기질이 있어서 승진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개방성이 낮은 사람이 승진에 유리하다. 이런 성향 때문에 개방성이 높은 사람이 프사에 얼굴을 표시하지 않는 경향이 신경성이 높은 사람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연구에 의하면, 동서양의 문화적인 차이에 의해서 혹은 남녀 간의 차이에 따라서도 프사 사용 경향은 달라진다고 한다. 정치·사회적인 큰 사건이 있을 때나 코로나19 같은 대규모 감염병이 있을 때, 대의명분에 동조한다는 의미에서 프사를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동물 사진을 쓰는 경우도 더러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프사를 성격 요인의 측면에서 분석해 본 것은 나름대로 유용한 분석 틀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온라인상에 게재된 프사 하나로 그 사람의 성격을 포함해서 그를 전인격적으로 판단하는 근거로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예컨대 나의 모교 심리학과 동기생으로 이루어진 카톡방이 있다. 이 글을 쓰다가 흥미가 생겨 카톡방 프사를 살펴보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동기생 중에 프사에 얼굴이 없는 친구가 15%였다. 프사를 풍경 사진이나 기타 사진 혹은 이미지로 대체한 경우(31%)까지 합하면 무려 46%에 달하는 친구가 ‘얼굴 없는 프사’의 주인공이었다.

물론 동기생들의 프사 게재 유형이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의 그것과 부합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얼굴 없는 프사를 게시한 동기생들을 일률적으로 신경성이나 개방성이 높은 유형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아니면 심리학 전공자라는 특이하고 편향된 표본 추출 탓일까. 프사의 심리학을 쓰면서 새로 생긴 나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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