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우리말]‘점자의 날’ 들어보셨나요?

김미경 2023. 11. 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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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사용 문자 `점자`
6개의 점으로 만드는 한글
유통업계, 제품 정보 점자로
한화, 24년째 점자달력 배포
정보 소외계층 없도록 해야
‘점자의 날’을 이틀 앞둔 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사랑샘도서관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점자책을 읽고 있다. ‘점자의 날’은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를 만들어 반포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는 날이다(사진=뉴스1).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11월4일은 ‘한글 점자의 날’이다.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6점식 점자인 ‘훈맹정음’을 만들어 발표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2020년 12월 ‘점자법’이 개정되며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점자란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문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한글의 형태를 선이나 점선으로 나타낸 것이 아니라, 작고 둥근 6개의 점을 볼록하게 돌출되도록 만든 것이다.

점자는 6개의 점이 모여 한 칸이 되며, 세로로 3점, 가로로 2점으로 구성된다. 각 점에 1에서 6까지의 번호를 붙여 사용한다. 이 6개의 점 중에 어떤 점을 돌출시키는지에 따라 63개의 각각 다른 점형이 생기며, 이 점형에 의미가 부여된 문자다. 한글의 경우, 초성과 모음, 종성 각각에 점형이 다르게 약속되어 있다. 이를테면 ‘책’이라는 글자를 점자로 쓰기 위해서는 ‘ㅊ, ㅐ, ㄱ’으로 풀어쓰면 된다.

흔히 지하철 안내도나 엘리베이터 버튼 등에서 점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식음료 제품이나 컵라면, 의약품, 화장품 포장지에서도 오돌토돌한 점자 표기를 볼 수 있다.

점자 표기가 적용된 오뚜기 제품(사진=오뚜기 제공).
오뚜기는 업계 최초로 제품에 점자 표기를 도입했다. ‘컵라면’이 시작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컵라면 용기에 표시된 ‘물 붓는 선’을 알기 어렵다는 고충을 듣고 지난해 9월부터 컵라면 용기에 점자를 새겼다. 제품 이름,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 등 정보를 나타내는 기호도 표기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점자 위치를 쉽게 인지하도록 점자 배경은 검은색, 점자는 흰색으로 인쇄했다. 컵라면을 시작으로 컵밥 14종 및 용기죽 전 제품 8종에 확대 적용했다.

우유 점유율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4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제품의 정보 접근성,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점자 및 노치 표기 확대했다. 롯데웰푸드도 점자 패키지를 적용한 빼빼로를 선보이고 시각장애인연합회가 주최한 흰 지팡이의 날 기념 행사에 제품을 후원했다.

점자 패키지를 적용한 ‘빼빼로’(사진=롯데웰푸드).
점자 표기는 식품을 넘어 화장품, 생활용품으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에 공감하고, 이들의 제품 정보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고려해 점자표기를 실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12년부터 전 제품 단상자에 점자 표기를 위한 점자 형압을 적용해왔다. 현행 화장품 용기법상 점자 표기는 필수 사항이 아니지만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고 소비자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점자 표기를 확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제품에 붙여 사용할 수 있는 ‘점자스티커’를 제작해 무상으로 배포했다.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및 생활용품 사용에 불편함을 줄일 수 있도록 점자스티커를 기획했다.

점자표기가 돼있는 닥터지 제품(사진=고운세상코스메틱).
한화그룹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달력을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점자 달력 제작·배포는 올해로 24년째 이어진 한화그룹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2000년 도움을 호소하는 한 시각장애인의 메일을 읽은 뒤 “시각장애인도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하자”며 점자 달력의 무료 배포를 제안했다. 한화그룹은 제작 첫해인 2000년 5000부를 만들었으나 시각장애인들의 호응이 높아지자 발행 부수를 매년 늘렸고, 그 결과 내년도 점자 달력까지 포함하면 누적 발행 부수는 92만부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시각장애인 수는 25만767명이다. 이중 경기도가 5만4916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4만991명, 부산 1만7740명, 경상남도 1만6937명 순이었다.

다만 모든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읽고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17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읽을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12.4%에 그쳤다. 시각장애인의 대부분이 성인이 된 이후 장애를 얻은 ‘중도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이 각종 정보와 콘텐츠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공공기관, 도서관 및 여러 콘텐츠 플랫폼에서는 음성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국어 전문가들은 시각장애인은 물론,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소외층이 없도록 공공언어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이들은 “점자의 보편적 보급은 물론, 디지털 기기의 보급과 디지털 역량 교육을 통해 정보 소외계층이 디지털 격차 해소를 넘어 정보를 적극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더 많은 사회구성원의 참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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