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생존율 높지만… 4기 발견땐 40% 아래로 ‘뚝’

정진수 2023. 11. 6.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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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검진으로 조기발견 중요
유전·환경적 요인 복합 작용 암 유발
결혼·출산 줄며 에스트로겐 노출기간 ↑
서구화 식습관으로 비만 증가도 원인
섬유질 식품 섭취·운동 생활화로 예방
전조증상 없어 평소에 자가진단 중요
환자 12.3%가 재발… 장기 관리 필요

유방암은 국내 여성에게서 가장 흔한 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한 해 발생하는 유방암 환자 수는 2만4806명(2020년 기준). 갑상선암(2만1722명)을 제외하면 대장암(1만1392명)이나 폐암(9292명), 위암(8793명) 등 다른 암종의 2배 이상 많은 숫자다.

유방암의 5년(2016∼2020년) 상대생존율은 93.8%로 갑상선암(100.0%), 전립선암(95.2%) 다음으로 높다. 간암(38.7%), 폐암(36.8%), 담낭 및 기타 담도암(29.0%), 췌장암(15.2%)에 비해서 훨씬 희망적인 암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전체 환자에 대한 얘기일 뿐, 4기에 발견한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은 40% 아래로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조기 발견’을 위한 검진을 강조한다.
◆유방암

유방암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BRCA1, BRCA2 유전자가 대표적이다. BRCA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약 70%에서 유방암이, 40%에서 난소암이 발병한다.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긴 것도 위험 요인이다. 초경이 빨라지고 폐경은 늦어졌을 뿐 아니라 과거에 비해 결혼·출산 인구가 줄고, 모유 수유가 줄어들면서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은 늘어났다. 또 유방암은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칼로리의 서구화한 식습관으로 비만이 증가한 것도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희정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섭취해 복부 지방이 쌓이면서 체내 인슐린의 농도가 증가하고 에스트로겐도 많이 생성되는데, 이는 유방암의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습관이나 생물학적인 요인이 유방암 발생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꾸준한 운동은 예방에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지속적으로 운동하면 에스트로겐이 적게 생성되고, 복부에 지방이 덜 쌓일 뿐만 아니라 인슐린 수치도 낮아진다”며 “하루 30분, 일주일에 3∼4일 정도로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에어로빅, 등산 등 자신이 좋아하는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꾸준한 운동과 정기 검진 중요

동물성 지방이나 오메가-6 지방 대신 오메가-3 지방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황록색 채소, 과일, 콩, 곡물 등 섬유질이 많은 식품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당 섭취에도 신경 써야 한다. 당 흡수가 증가할수록 당을 산화하기 위해 인슐린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상호 작용이 활발해져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전문가들이 예방과 함께 강조하는 것이 조기 발견이다.

유방암 초기에는 통증이 없는 혹이 만져지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으로 인한 멍울은 단단하고 불규칙한 것이 특징이다. 유방암이 더 진행되면 유두에서 피 같은 분비물이 나오거나 유두나 피부의 함몰, 유두 주위 피부 습진 등이 나타난다.

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유방암은 초기 전조 증상이 없기 때문에 증상이 없어도 주기적으로 진단해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유방암 자가진단 테스트로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자가진단 결과 이상이 있거나 정기 검진이 필요한 경우 유방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방암 검사는 대부분 X레이 검사지만, 한국 여성은 유방의 지방이 적고 유선 조직이 많은 치밀유방이라 유방 초음파를 함께하는 것이 검사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유방암은 완치 후에도 재발에 신경 써야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체 유방암 환자 중 12.3%에서 재발이 일어났다. 재발 환자의 5명 중 1명은 5년 이후에 재발했다.

정 교수는 “유방암은 5년 이후에도 재발과 전이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장기간 관리가 필요하다”며 “고위험 환자의 경우 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항호르몬제를 최대 10년까지 복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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