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방심위 심의대상일까? [가짜뉴스]②

박효인 2023. 11. 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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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첫 방송통신위원장인 이동관 위원장은 취임 3주 만에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출범시켰고, 인터넷 언론까지 심의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가짜뉴스 대책'은 한 달여 사이 언론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법적 근거도 빈약하고, 개념도 분명치 않은 '가짜뉴스' 대응이 언론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방통위와 방심위는 '가짜뉴스'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방통위는 '가짜뉴스 근절 추진 현황과 해외 사례'라는 자료를 만들어 국무회의에 보고했습니다. KBS는 가짜뉴스의 개념부터 쟁점, 근절 계획까지 담긴 보고서 내용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분석 결과는 3번에 걸쳐 정리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고 나선 뒤, 첫 심의 대상에 오른 건 인터넷언론 뉴스타파의 '신학림-김만배 인터뷰' 관련 보도입니다.

지난달 11일,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에는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기사 홈페이지 게시글과 유튜브 채널 동영상 등 2건이 안건으로 상정됐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다룬 보도입니다. 이 보도에는 이른바 '신학림-김만배 녹취록', 특히 당시 '대장동 비리' 관련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의 육성이 들어있었습니다.

방심위는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한 방송사들의 보도는 별도로 '방송심의' 안건으로 다뤘고, 인터넷 언론인 뉴스타파의 최초 보도는 '통신심의' 안건으로 분류했습니다.

통신심의 안건으로 분류된 뉴스타파 보도는 '유해 정보 심의에 관한 건'으로 상정됐는데, 적용 규정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제3호 카목의 '그 밖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입니다.

지난달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 회의


■ 방심위 통신소위 뉴스타파 심의…심의 대상 맞나?

그동안 방심위의 통신소위에서는 인터넷에 유포된 불법정보나 폭력이나 음란물처럼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을 주로 심의해왔습니다.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 보도 같은 언론 기사를 심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심의 대상으로 다뤄도 될지를 두고 통신소위 소속 방심위원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왔습니다.

여권 추천 위원들은 "당시 대선에 사회적 혼란을 줄 수 있었고 인터뷰 원본과 편집본이 달랐다"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더라도 심의할 수 있다고 본다",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었던 만큼 신중한 판단을 위해 의견 진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야권 추천 위원이 강력히 반발했지만, 뉴스타파 보도는 결국 심의 대상에 올라가 관계자의 의견 진술을 듣는 것으로 결정됐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 같은 인터넷 언론에 대한 심의가 적법한지, 법적 근거가 있는지를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방심위, '인터넷 언론' 심의 가능한가?

방통위의 국무회의 보고서에선 신문, 인터넷 신문의 온라인 기사에 대한 심의 근거를 이렇게 제시했습니다.

❖ '인터넷신문 등'의 기사도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유통되는 정보'에 해당하므로 방심위의 통신 심의 가능 (방통위설치법 제21조 제4호)

o 인터넷신문도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해당

인터넷신문도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 해당한다는 게 방통위 의견입니다. 그 근거로 든 건 지난 2012년 방통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만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위한 개인정보보호 법령 해설서'입니다.


해설서에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2조 제1항 제3호를 근거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가·정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란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에 의한
전기통신사업자
영리를 목적으로, 유․무선 통신망을 통하거나 컴퓨터 및 그 이용기술을 활용하여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 제공을 매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말합니다.

방통위는 이와 관련해 뉴스타파(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비영리 민간단체이기 때문에 정의 규정 중 ②에는 속하지 않지만, 지난 2014년에 과기정통부에 신고한 전기통신사업자기 때문에 ①에는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즉, 뉴스타파는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돼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해 심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입니다.

■ 통신심의 대상? … 방심위 내부 판단 엇갈려

인터넷 언론 심의에 대한 현재 방심위 입장은 '심의 가능하다'로 정리된 듯 하지만, 앞서 내부 논의 과정에선 판단이 엇갈렸습니다.
방심위는 지난 9월 인터넷신문사업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두고 법적 검토를 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이나 '정보통신 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라 통신심의 대상이 되는지,정보통신망법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과 중복되지는 않는지, ▲ '접속차단'의 시정 요구를 할 경우 신문법과 중복되는지 등입니다.

먼저 류희림 방심위원장 취임 직후인 9월 13일에 제출된 방심위 법무팀 보고서에선 인터넷 언론이 통신심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취재를 바탕으로 한 언론 보도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법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 또는 심의규정의 제재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당사자 일방의 의견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고, 사익과 공익을 비교해 따져봐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결국 신문법에 따라 등록된 인터넷신문의 사업자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유통하는 정보가 취재를 바탕으로 한 보도라면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언론중재법과 중복되는지에 대해서는 인터넷신문 사업자는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는데, 여기에 정보통신망법상의 통신심의 규정을 적용할 경우 이중 규제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등록된 인터넷신문에서 보도된 내용은 이미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아 정정·반론·추후보도의 청구 대상이 되고(언론중재법 제14조, 제17조),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중재나 시정 권고(언론중재법 제18조, 제25조, 제32조) 대상이 되기 때문에 다시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해 심의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정보통신망법 제5조 '다른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른다'는 규정을 언급하며, 언론중재법이 '다른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즉 등록된 인터넷 신문 사업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통한 정보가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한 언론 보도에 해당한다면,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언론중재법이 우선 적용된다고 해석한 겁니다.

「정보통신망법」 제5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 <개정 2018. 6. 12., 2020. 2. 4.>[전문개정 2008. 6. 13.]

등록된 인터넷신문은 신문과 마찬가지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받고, 정보원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취재한 정보를 자유로이 공표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 같은 보호와 혜택은 물론 규제도 신문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뒤인 9월 20일, 방심위 법무팀은 완전히 상반된 내용의 보고서(2차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인터넷신문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는 인터넷 기사는 위원회의 통신심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인터넷 기사라는 사정만으로 통신심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선 통신심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에 규정된 사항의 심의(방통위 설치법 제21조 제3호)
-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의 심의 및 시정요구(방통위 설치법 제21조 제4호)
- 여기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정보’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유통되는 정보 중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에 따른 불법정보 및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말함(방통위 설치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2차 보고서는 정보통신망법과 언론중재법이 규정하고 있는 구제 수단은 서로 취지가 달라 중복 규제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인터넷신문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하는 인터넷 기사에 대해 언론중재법이 피해자의 구제수단을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방심위가 통신심의를 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통신심의를 통해 ▲ 해당 정보의 삭제 또는 접속 차단 ▲ 이용자에 대한 이용정지 또는 이용 해지 청소년 유해정보의 표시의무 이행 또는 표시방법 변경 등과 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의 시정 요구도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같은 사안을 두고 일주일 새 상반된 해석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부임하고 나서 인터넷 언론이 통신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검토의견서를 봤다. 법무팀장과 상의해 '중요한 법률해석에 관한 문제인데 한 사람의 변호사 의견으로 할 수 있나, 다른 변호사의 견해도 듣는 게 좋지 않겠나'해서 검토의견서를 다시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류 위원장은 그러면서 방심위에서 오랜 기간 심의를 담당해 온 실·국장들과 협의해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국감에서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혹시나 외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고,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엇갈린 견해가 있을 때 충분히 적극적인 행정조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0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장에서 답변하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 "준행정기관, 포괄규정만으로 인터넷 언론 심의…과도한 언론 자유 침해"

김보라미 변호사(법무법인 디케)는 "방통위 설치법 제21조 제4항은 정보통신망법상 조항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합헌적 해석이 가능한 것으로, 이를 벗어나 포괄규정만으로 인터넷신문에 대한 심의규정의 근거라고 해석하는 것은 합헌적 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 "정보의 삭제, 접속차단, 이용자 이용정지, 해지 등의 구제조치는 사전검열에 준하는 언론의 자유 침해 수단이므로, 준행정기관이 신문사 등에 대해 허위뉴스 여부를 심의하는 근거조차 없는 상황에서 과도하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최우정 한국언론법학회 부회장도 "인터넷 신문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신문에 해당하고, 이에 대한 규제는 그 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인터넷 신문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유통되는 정보'라고 판단하는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 교수는 또 "신문법과 정보통신망법의 관계는 특별법과 일반법의 관계이고,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한다는 법리에 의해 인터넷 신문은 특별법인 신문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인터넷 기사 심의' 적법성 논란 계속…인터넷 기사 '인용 보도' 제재는?

이번 자료에서 방통위는 '가짜뉴스'와 관련해 방심위의 심의·제재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보도한 KBS '뉴스9', JTBC '뉴스룸',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입니다. 법정제재 가운데 최고 수위인 '과징금 부과'가 확정됐고, 이제 액수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방심위는 해당 보도를 두고 '사실관계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확인 없이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보도는 '허위조작정보'일까요? '오보'일까요?

방통위 보고서에서 "'허위조작정보'는 정치적·경제적 이익 등을 위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고의적·악의적으로 왜곡하여 퍼트리는 정보"로,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추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진 '오보(misinformation)'와는 구분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보도들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고의적·악의적으로 왜곡해 퍼뜨린 '허위조작정보'라고 규정하려면, 최소한 '고의성'과 '악의성'이 확인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허위성' 여부도, 현재 검찰이 김만배 씨의 '허위 인터뷰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만큼 명확한 건 법원의 판단을 받은 뒤에 가릴 수 있을 겁니다.

인터넷상의 '허위조작정보'가 가져올 파급력을 고려해 신속한 심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일견 수용할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일반 언론 보도까지 심의기관이 자의적으로 '고의성'과 '악의성'을 판단해 심의를 남발할 경우 심의의 정당성 자체를 의심받을 수 있다고 방심위 안팎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알립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위 기사와 관련해,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해당한다는 보도설명자료를 전해왔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설명을 반영해 해당 부분을 수정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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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인 기자 (izza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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