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50마리 치킨 튀기기는 시작, 유명 셰프까지 삼킨 기술”

유진우 기자 2023. 11.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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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
‘2023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 푸드테크 기술부문 대상

‘은퇴 후 치킨집’.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치킨 전문점은 매년 늘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치킨 가맹점 수는 이미 전 세계 맥도날드 체인점 수를 넘어섰다. 이후에도 연평균 11%씩 꾸준히 늘고 있다.

핀테크 기업 핀다가 공개한 ‘전국 치킨 가맹점 최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3만1982개다.

자연히 한 점포 당 매출도 줄고 있다. 지난해 가맹점 한 곳 당 월 평균 매출은 699만원이다. 팬데믹 이전 2019년 1082만원에 비해 35.4%나 감소했다.

그야말로 치킨게임 영역이다.

희망은 남아있다. 2023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 대상에서 푸드테크 기술 부문 대상을 받은 로보아르테다.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는 “보통 치킨 100마리를 만들려면 사람 4~5명이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데, 롸버트치킨은 같은시간 내 로봇 한 대면 충분하다”고 했다.

로보아르테는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롸버트치킨’ 매장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치킨 조리 전체 공정을 로봇으로 자동화했다.

강 대표는 “현재 롸버트치킨 직영점 10개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 미국 뉴욕 맨해튼에 첫 번째 직영점과 인근 롱아일랜드시티에 가맹 1호점을 동시에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0년 2월 서울 논현동에 첫 매장을 연 이후 채 4년이 지나지 않아 이룬 성과다.

로보아르테는 1인 창업과 균일한 맛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보통 치킨집을 차리려면 최소 두 명은 필요하다. 한 사람이 반죽을 만들어 닭에 묻히면, 다른 사람이 끊임없이 닭을 튀겨야 한다. 175도 고온 기름으로 닭을 튀기는 과정은 화상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롸버트치킨에서는 로봇 1대가 시간 당 50마리까지 조리할 수 있다.

강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패스트벤처스(옛 패스트인베스트먼트) 심사역으로 스타트업 업계에 입문했다. 그는 성장기업을 찾던 가운데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스파이스(Spyce)’에 주목했다.

스파이스는 2018년 3월 MIT대 졸업생 4명이 지난 3월 보스턴에서 창업한 세계 최초로 로봇이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로봇이 재료를 썰고 섞고 볶으며 유명 셰프 조리법대로 음식을 만들어낸다.

그는 곧 심사역을 내려놓고 창업가를 택했다. 퇴사 후 약 1억원을 들여 로봇팔 2기를 만들었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시그니처 치킨 메뉴 ‘후추를 후추후추’도 개발했다.

강 대표는 “로보아르테는 로보틱스를 활용해 조리 과정을 혁신하고, 누구나 자동화 주방이 적용된 매장을 가질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진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롸버트치킨 매장에서는 로봇 암(Robot Arm·로보트 팔)이 뜨거운 기름 앞에서 사람처럼 튀김망을 들었다 놨다 한다.

리듬에 맞춰 정교하게 기름을 털어내는 로봇 암 모습을 보면 그 생경함에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로봇 암에서 핵심은 기름 앞에서 움직이는 로봇 암 그 자체보다 그 섬세한 움직임을 그려내는 솔루션이다.

로보아르테는 치킨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음식 잘하는 F&B 로봇을 만드는 회사다.
각 조리에 맞는 기획과 설계, 조립, 프로그래밍을 전부 직접한다.

몸체에 해당하는 로봇 암은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에서 공기계로 구입한다. 여기에 로보아르테 연구개발 인력이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입힌다. 조리 과정에 맞춘 로봇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로봇 팔 하드웨어에 씌우는 셈이다.

자연히 치킨을 튀기는 법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 다른 요리도 할 수 있다. 로보아르테는 올해 9월 면 삶기 로봇을, 지난달에는 츄러스 조리 로봇 개발을 마쳤다. 내년 2월 무렵에는 로봇으로 패티 굽기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각 업장에 설치한 로봇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어한다.

강 대표는 “서울 연구개발 센터에서 싱가포르 매장과 미국 매장 같은 전 세계 매장 로봇 현재 상태를 관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주문이 언제 들어왔고, 그 주문에 맞춰 조리 시간을 지키고 있는지, 기름 온도는 적절한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보아르테는 올해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첫 발짝부터 외식업 격전지 미국 뉴욕에 도전한다. 뉴욕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맨해튼 5번가에 250평 규모 대형 매장을 마련했다.

“미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1년이 넘는 기간을 거쳐 유난히 절차가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위생협회(NSF·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 식품 기계 인증을 취득했습니다. NSF 인증은 로보아르테가 준비한 설비 전체가 위생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의미입니다.”

NSF는 식품을 취급, 가공, 보관하는 상업용 기기와 기구 전반의 품질을 검사하는 국제 공인기관이다. 로보아르테에 따르면 국내 조리 로봇 플랫폼 가운데 NSF 인증을 획득한 것은 로보아르테가 처음이다.

강 대표는 “로보아르테는 로봇을 의미하는 ‘로보’와 그리스어로 ‘최상의 것’을 의미하는 ‘아레테’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라며 “직접 개발한 로봇을 활용해 의식주 중 ‘식(食)’에 있어서만큼은 전 인류에 좋은 경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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