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영결식 열려...후진타오는 불참하고 화환 보내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11. 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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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68) 전 중국 총리의 영결식이 2일 베이징 바바오산(八寶山) 혁명공묘 예당(禮堂)에서 열렸다. 사망 당일인 지난달 27일 시신이 베이징으로 운구됐고, 6일 만에 영결식과 화장(火葬) 의식을 치르며 장례 절차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날 리커창은 정장 차림에 안경을 쓰고 중국 공산당 당기(旗)에 덮여 있었다. 리커창의 정치적 후견인이었던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영결식에 나타나지 않았고 화환만 보냈다.

리커창의 영결식은 ‘국가급[正國級] 지도자 장례 공식’을 철저하게 따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시진핑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 리창 중국 총리 등 최고지도부(상무위원 7인)와 한정 국가 부주석 등이 영결식에 참석했다. 시진핑을 비롯한 지도부는 리커창의 시신 앞에서 묵념하고 관례대로 세 번 허리를 숙였다. 대만연합보는 “리커창의 장례는 장쩌민과 리펑 전 총리 때와 비슷한 격식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는 ‘핵심 인물(최고 지도자)’이 아닌 지도자가 사망할 때는 추도회와 전 국민 애도를 생략하고 영결식과 화장 절차만 밟는다.

2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조기가 걸린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후진타오는 영결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화환을 보냈다. 리커창이 속했던 ‘공청단파’의 선배 정치인이었던 그는 주석 임기 동안 리커창을 차기 지도자로 밀어주며 시진핑의 라이벌로 키웠던 인물이다. 후진타오가 공개 석상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 12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영결식에서다. 앞서 그는 지난해 10월 열린 20차 당 대회 폐막식 도중 수행원에게 끌려나가다시피 퇴장했을 때엔 리커창의 어깨를 의미심장하게 쓰다듬었다. 이날 영결식에는 2019년 7월 사망한 리펑 전 총리의 아들인 리샤오펑 교통운수부장(장관)도 참석했다. 리커창의 생전 친구와 고향 대표들은 영결식에 함께했지만, 주중 외교사절과 외국인들은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커창은 영결식 직후 화장됐다.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자들은 사후에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묘지에서 한 줌 재로 돌아가는 것이 관례다. 리커창의 유해가 어떻게 처리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작년에 사망한 장쩌민의 유해는 상하이 창장(양쯔강)이 맞닿은 바다로 뿌려졌다. 이날 천안문과 신화문(중난하이 정문), 인민대회당, 외교부, 홍콩·마카오와 재외공관 등에서는 조기(弔旗)를 내걸었다.

2일 오전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공묘 예당에 안치된 리커창 전 총리의 시신./CCTV 캡처

리커창은 떠났지만, 중국 당국은 리커창 추모 분위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신화통신은 리커창 장례가 진행됐다는 소식을 이날 오후 3시가 되어서야 전했다. 장례 소식과 함께 공개한 5227자(字)의 리커창 생평(生平·생전 업적 평가)에서는 “그는 언제나 사상·정치·행동에서 당 중앙과 고도로 일치했다”고 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1면에 영결식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중국의 메이퇀·타오바오·웨이보 등 주요 앱은 고인을 기리기 위한 흑백 화면 처리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 기업 스타벅스의 중국 앱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어 있었다.

영결식이 열린 바바오산 혁명공묘 인근에서는 강도 높은 통제가 이뤄졌다. 공묘 주변은 접근을 불허했고, 인근 6차로 도로도 통행이 제한됐다. 리커창과 작별하기 위해 찾아온 수백 명의 시민들은 공묘에서 가까운 위취안루 지하철역 등에 모여 추모했다. 사복 경찰들의 단속으로 인해 시민들은 조화(弔花)도 들고 있을 수 없었다. 천안문 광장 근처에서는 신분 확인 검색대 앞에 선 행인의 줄이 수백m에 달했다. 베이징 지하철의 천안문동(東)·서(西)역은 폐쇄됐다.

X(옛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에는 창안제부터 공묘 밖까지 이어지는 길에 시민들이 서서 “총리, 조심히 가세요” “당신을 그리워해요” “총리, 고생 많으셨어요”라고 외치는 장면들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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