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상에 치킨·라면 올려도 됩니다”…상차림도 절반으로 줄여

성균관, 제사 권고안 발표
15종→8종으로 개수 줄여
고인이 좋아하던 음식 등
정성만 있다면 뭐든 허용
여자도 제사 주재자 가능
음식 준비는 가족 모두가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2일 국회 소통관에서 2023 전통제례바로알리기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 사회 특성 등을 고려한 제사 권고안과 전통제례 보존을 위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갈수록 제사를 버거워하는 국민이 많아지면서 성균관이 기일(忌日) 제사상을 절반으로 줄이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성균관의례정립의원회는 2일 오전 국회소통관에서 ‘전통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을 발표하며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기제와 묘소에서 지내는 묘제를 중심으로 제사상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전을 부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으로 차례상 간소화를 발표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최영갑 성균관의례정립위원장은 “종전에는 주자가례를 원칙으로 기일 제사상 상차림 개수가 최소 15종이 됐으나 이번 권고안으로 8종으로 줄었다”며 “가정 형편에 따라 또 고인의 생전 좋아하는 음식에 따라 개수를 줄여도 바꿔도 좋다”고 말했다.

성균관 표준안에 따르면 기제 제사상의 기본 음식은 밥, 국, 술, 과일을 빼고 나물과 탕, 간장, 나박김치, 젓갈, 식혜, 포 등이다. 과일도 밤, 곶감, 대추, 사과, 배 중에서 형편에 맞게 한 접시에 다 올려도 된다. 제기가 없는 경우에는 일반그릇을 사용해도 된다.

특히 제사의 주재자는 지난 5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여자도 가능하며, 제사 음식 또한 여자가 아닌 가족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부모님 기일이 달라도 합해서 지내도 되며, 한글로 축문을 만들어도 좋다고 했다. 외국인도 제사를 지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제사 시간 역시 원래는 밤 11시 지나서 늦게 지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족과 합의해 돌아가신 날 초저녁(6시~8시)에 지내도 괜찮다는 권고를 내놓았다.

최영갑 위원장은 “제사의 핵심은 사랑과 공경으로 정성을 다함에 있다”며 “제사상은 간단한 반상에 좋아하시던 음식을 더 올리거나 생일상처럼 차려도 좋다”고 밝혔다.

다만 성균관은 이번 권고가 일반 가정을 위한 것이며 유림의 제사와는 구분한다는 방침이다.

성균관은 또 불천위(不遷位·큰 공훈을 세워 영구히 사당에 모시는 것을 나라에서 허락한 사람의 신위)를 모시고 지내는 제례에 대해서는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할 것을 당국에 건의했다.

앞서 성균관이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제례에 대한 국민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500여명 중 62.2%는 현재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나머지 37.8%는 제사를 지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앞으로 제사에 대한 계획이 없는 비율은 55.9%를 기록해 제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