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골칫거리 뉴트리아…'핫스팟 방제'로 막아야한다

CBS노컷뉴스 조건희 인턴기자 2023. 11. 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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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낙동강 중류 구간, 뉴트리아 확산의 핵심 연결지역
현재 번식 속도가 포획 속도보다 빨라…난항
낙동강청, 포획 시 포상금 지급하나 역부족
연구팀, 뉴트리아 특성 이용한 '핫스팟 방제' 제시
지난 6월 우포늪에서 발견된 뉴트리아. 국민대학교 제공

유해 외래종' 뉴트리아가 2006년부터 낙동강 유역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물리적 포획 외엔 뉴트리아를 막을 뾰족한 해법이 없는 가운데 대학 연구팀과 국립 생태원 연구팀이 '핫스팟 방제'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주목된다.

정부는 뉴트리아 박멸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14년부터 관계 지자체와 협조 체계를 구축하여 퇴치전담반과 마리당 2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광역수매제를 지속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 결과 매년 2천마리 이상의 뉴트리아를 포획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낙동강 유역 환경청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계속되는 포획으로 뉴트리아의 번식 속도가 더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낙동강청은 체계적 포획기법 개발이 미흡하고, 퇴치 전담 인력 부족과 개체수 조사미실시로 정확한 퇴치 성과 파악이 어렵다고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뉴트리아 출몰 지역에 트랩을 설치해 포획하거나 정부의 허가하에 사살하는 것이 현재 거의 유일한 대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대학교와 국립 생태원 연구팀이 '핫스팟 방제'를 새로운 방제법을 제시하고 나섰다.

연구팀은 낙동강 유역에 서식하는 뉴트리아 개체군의 유전적 구조를 분석하고, 경남 창녕 우포늪 인근 뉴트리아 6마리를 포획해 이들에 위치추적기를 장착해 1년간 행동 습성을 조사했다.

그리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낙동강 중류 구간을 핫스팟으로 설정해 해당 지역에 대한 집중 방제를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뉴트리아…악명 높은 '습지 파괴자'

뉴트리아는 특이 식습관과 먹성 때문에 '습지 파괴자'라고 불린다. 국민대학교 제공

뉴트리아의 식물 생태계 파괴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2000년대 중반 뉴트리아가 한창 출몰할 당시 논밭을 다니며 농작물을 싹쓸이 하고 갈대와 부들의 뿌리만 섭취해 '습지 파괴자'라 불렸다.

매일 체중의 약 25%의 양을 먹이로 섭취하고 주요 먹이인 수생 식물의 연한 부위 또는 뿌리만 섭취하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번식력도 상당하다. 이들은 1년에 2~3번 임신해 한 번에 3~12마리를 낳는 왕성한 번식력을 가지고 있다. 개체를 포획하는 속도보다 이들이 번식하는 속도가 빨라 사실상 뉴트리아가 서식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완전 박멸을 포기할 정도다.

미국에서는 최근 뉴트리아가 20개 주를 습격하기도 했다. 루이지애나주 뉴트리아 집중 방제 프로그램 CNCP (Coastwide Nutria Control Program)의 보고서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해안가 664만㎡의 습지가 뉴트리아에 의해 파괴됐다.

뉴트리아가 파괴하고 간 습지는 뿌리만 갉아먹는 선택적 식습관 때문에 습지 재생 속도가 이전과 비교해 매우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IUCN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이런 뉴트리아의 파괴력을 인정해 뉴트리아를 세계 100대 악성침입외래종으로 지정했으며 환경부 역시 2009년 뉴트리아를 생태계 교란 야생동식물로 지정했다.

뉴트리아의 완전 박멸…가능한가?

뉴트리아가 서식하는 국가는 70여개국이지만 이들을 완전히 박멸한 국가는 영국이 유일하다.

영국에서 뉴트리아 완전 박멸이 가능했던 이유는 신통한 기술이나 비법이 아닌 '기후' 영향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뉴트리아 박멸을 시도했던 영국은 운이 좋게도 1963년 전례 없는 추위를 맞이했다.

추위에 약한 뉴트리아는 개체수가 자연스레 줄어들었으며 이와 더불어 영국 정부의 대대적인 포획으로 1989년 완전 박멸에 성공했다.

낙동강청 뉴트리아 포획 담당자는 "우리도 영국을 롤모델로 삼고 있고, (영국의 강추위와 같은) 환경요인이 가미가 된다면 언젠가 완전 박멸에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에서 완전 박멸보다 개체수 줄이기에 집중하는 실정이다.

이제는 과학적인 방법이 필요…'핫스팟 방제'

국민대학교 연구팀은 우포늪 인근 뉴트리아 6마리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조사했다. 국민대학교 제공

뉴트리아의 포획 개체수를 효율적으로 늘리고 실효적인 확산 저지를 위해서는 과학적 포획 방법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국민대학교와 국립생태원 연구팀은 환경부 재원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연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팀은 낙동강 유역 뉴트리아 개체군의 유전자 구조를 분석해 뉴트리아 확산의 주요 통로가 낙동강 중류 지역임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뉴트리아끼리 번식을 통해 유전자가 이동하는데 도로와 서식지의 배치에 따라 유전자 이동이 제한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이것을 바탕으로 뉴트리아 서식지 간 연결성을 분석한 결과, 88낙동강교부터 우포늪이 이어지는 낙동강 중류 구간이 뉴트리아 확산의 중심지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 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됐다.

낙동강유역청은 2007년부터 우포늪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뉴트리아 방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연구팀이 답사한 지난 6월에도 뉴트리아의 여전한 서식이 확인되었다. 우포늪이 낙동강 유역의 핫스팟에 인접해 있어 뉴트리아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우포늪 인근에서 뉴트리아 6마리를 포획,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고 1년간 행동 습성을 조사해 이들이 육지와 수계의 경계부에 있는 제방과 둑에 중심 서식지를 형성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팀은 핫스팟 지역과 인근의 육지와 수계 경계부에 있는 제방과 둑에 포획도구를 집중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연구팀은 "뉴트리아의 확산과 재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핫스팟 지역인 낙동강 중류 지역을 우선순위 방제·관리 지역으로 지정되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현재 환경부는 생물다양성 위협 외래생물 관리 기술개발을 위한 R&D 사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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