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조회수 1억... ‘시니어 BTS’ 아저씨즈가 말하는 디지털 재미

구아모 기자 2023. 11. 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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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계 BTS라는 별칭이 붙은 시니어 모델 그룹 아저씨즈./아저씨즈 제공

이름 없는 ‘할아버지’에서 ‘시니어계 BTS’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주인공은 2020년 1월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한 ‘아저씨즈’. 10~20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숏폼 콘텐츠 플랫폼 ‘틱톡’에서 누적 조회수 1억을 기록했다. 평균 나이 64.7세로, 20년 넘게 봉제 완구 제품을 판매해 온 자영업자, 용접공으로 계속 일하며 모델 활동을 병행하거나, 보험회사 직원, 대기업 출신 등 배경도 다양하다.

이들이 인기를 얻게 된 건 15초 남짓의 ‘숏폼’ 동영상을 통해서다.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인기곡 ‘롤린’에 맞춰서 춤추는 영상으로 큰 화제가 됐다. 음악의 후렴구인 ‘롤린’ 부분에 맞춰서 춤을 추는데 어딘가 어설프다. 동영상에는 ‘도가니가 롤린롤린’이라는 자막도 뜬다. 보통의 청년들처럼 차려 입은 모습이지만 머리칼은 희끗희끗하다. 그 이후에도 K팝 그룹 빅뱅의 노래에 맞춰 어설픈 춤사위를 보이는 모습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시니어계 BTS’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용접공 활동과 모델 활동을 병행하는 막내 김재우(58)씨와 리더 이정우(67)씨를 최근 서울 잠실 석촌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시니어 모델 아저씨즈. 왼쪽부터 박성만씨, 김재우씨, 이정우씨. /아저씨즈 제공

이정우씨는 짙은 남색 셔츠에 주황 빛이 도는 가죽 재킷과 밤색 정장바지를, 김재우씨는 남색 양복재킷에 베이지색 면바지와 캔버스 운동화를 차려 입은 모습이 영락없는 요즘 ‘힙스터(hipster·최신 유행을 좇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이씨는 “완연한 가을이라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옷을 입었다”고 했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김씨는 “오늘 서울에 올라오니 CEO 같은 느낌으로 연출을 해봤다”고 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10~2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소셜미디어를 지금은 자유자재로 이용하지만 이들도 처음부터 능숙하진 않았다. 이들에게도 여전히 카페와 식당 등 일상 속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계)’도 어렵다고 한다. 이씨는 “아무래도 글씨가 작은 데다가 정체불명의 영어들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키오스크’라는 명칭을 낯설어하더니 “아! 식당에 있는 그 기계”하고 뒤늦게 웃으며 답했다.

모델 활동을 시작하며 디지털 활용법, 특히 핸드폰을 활용하는 법을 꾸준히 공부했다. 시니어 모델 에이전시를 표방하는 스타트업 ‘더 뉴 그레이’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방법, 구도를 잡는 방법 등을 배웠고 소셜 미디어에 게시글을 추가하는 법도 배웠다. 댓글을 달고 메시지 보내는 방법 등 기초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최근엔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법을 탐구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하나하나 배워가던 과정에서 재미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10초 가량의 동영상도 찍게 됐다. 난생 처음 릴스를 찍으며 춤을 추게 됐다고 한다. 전문 댄서들이 추는 춤과 다르게 동작이 어설픈 모습이지만 여기에 10~20대로 추정되는 사용자들은 환호했다. 특히나 춤이 서툴다는 김씨는 “음치·몸치·박치이지만, 서투르게 춤을 추는 모습에 정감을 느끼고 환호해 주더라”며 웃었다. 이씨는 “요새 계속 춤을 추고 동영상을 찍다 보니, 점점 서투른 모습이 사라지고 춤이 점차 그럴싸해지더라”고 했다.

이런 과정에서 10~30대의 젊은 세대 팬들과 옷과 관련한 소통도 꾸준히 이어 나가게 됐다고 한다. 젊은 세대 팬들은 ‘아저씨즈’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냐” “쇼핑 팁을 알려달라”고 질문을 한다. 이정우씨는 “중저가 브랜드의 제품이나 빈티지샵에서도 좋은 옷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귀띔을 해주고 김재우씨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꾸안꾸(꾸민듯 안꾸민듯한 모습)’를 추천해 드린다”며 “확 드러나는 100점짜리는 아녀도 80점짜리는 유지할 수 있는데 그 정도면 성공이지 않냐”고 했다. ‘오늘은 코디가 좀 별로인 것 같아요’라고 직언해주는 팬들도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팬들의 지적을 수용해서 그럼 다르게 꾸며 입는다”며 웃음지었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촬영하는 '아저씨즈'의 모습. /아저씨즈 제공

이 과정에서 자식들과 관계도 더 가까워졌다고 한다. 대화소재가 없고 서먹서먹하던 사이에 ‘옷’이라는 공통의 대화 소재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정우씨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수직적인 관계이기 십상인데, 소셜미디어 활동을 하다보면 자식들이 먼저 나의 옷을 어떻게 입어라고 조언도 먼저 해준다”며 “거래처와 아이들과 아내와도 소통이 더 원만해졌다”고 한다. 김재우씨는 “처음엔 딸 둘이 모델활동 하지말라고 반대를 했는데, 이젠 아이들이 먼저 사진 찍는 법을 알려주고 옷 입는 법을 제안해준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가족들과의 일상도 영상으로 남기면서, 일상을 더 풍부하게 기록한다고도 했다.

특히 용접공으로 평생을 일해온 김재우씨는 자신의 직업을 더 자랑스럽게 여기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사실은 용접공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못 배워서’라는 시선, 멸시적인 시선들이 있었던 시절을 살아서 내가 가진 직업을 숨기고 감추고 싶었었다”고 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용접공 일을 하면서 모델 활동을 하는 김재우씨를 두고 ‘정말 멋있다’ ‘나도 용접을 배워보고 싶다’며 상담을 해오자, 젊은 시절 내내 부끄럽게만 여겼던 자신의 직업을 비로소 사랑하게 됐다고 한다.

‘늙어서 주책이다’ ‘그 나이에 뭐하는 짓이냐’는 일부 악플도 달린다. 하지만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가족들과 더 가까워지며 그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는 재미가 크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인생의 1부에서는 자녀들을 키워내고 가정을 위해서 헌신했다면, 이제 인생의 2부에서는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더 새롭게 알아가고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고 지내고 싶다”고 했다.

리더 이정우씨는 “젊은 시절 수 차례 모델과 배우 등을 길거리 캐스팅 당한 적이 있었는데, 가족을 부양하고 삶에 찌들어 살아가며 내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엄두를 못냈었다. 가족들을 설득해 모델 활동을 하며 가슴 속에 묻어있던 활동을 하니 후회가 하나도 없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후회 없는 인생들을 보내는 시니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재우씨는 춤 동영상을 찍으며 생전에 없던 춤에 대한 관심이 생겨 최근 ‘힙합’ 학원을 다니며 춤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평생 부끄러워했던 내 직업을 비로소 사랑하게 됐다. 유행하는 ‘슬릭백’이란 춤도 배우고 젊은 친구들과 춤을 추니 자녀들도 좋아한다. 열정을 갖고 추니 박치이던 몸의 리듬감도 좋아지고 일상에도 생기가 넘친다”며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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