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간오지 봉화 석포초등학교서 퍼지는 ‘까르르’ 웃음소리… 석포제련소의 저출산 해소 노력이 있었다

봉화/권광순 기자 2023. 11. 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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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전입축하금·출산 지원금·마을 음악회·공모전 등 50년간 지역상생
최근 학생수 늘어나며 교실 4칸 확장
지난해 12월 21일 봉화군 석포행복나눔센터에서 열린 '제2회 석포마을 공모전' 시상식 및 전시회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 제공

지난 26일 오후 경북 안동에서 승용차로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 분지 형태의 한 마을. 강원도의 경계와 맞닿아 있는 경북 최북단인 이곳은 주변이 태백산·청옥산·문수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말 그대로 ‘첩첩산중’ 속의 마을이다. 먼저 마을 한 가운데 석포초등학교가 눈에 띄었다. 하교 시간이 되자 ‘까르르’ 웃음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우르르 교문을 빠져나왔다. 워낙 산간 오지여서 학생들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김병환 석포초 운영위원장은 “주변 다른 마을은 아이들이 없어 학교가 문 닫을 처지인데 반해 석포초 학생 수는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1935년 개교한 석포초의 올해 학생 수는 107명이다. 대도시 입장에선 웃음이 나올 수준이지만 봉화군의 면 단위 초등학교 중 유일하게 전교생이 100명이 넘는 학교다.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학교 측은 최근 3년 전 교실 4칸을 확장했다고 한다. 석포초 병설유치원에도 아이들이 적지 않다. 올해 원생 수는 37명으로 봉화군 전체 공립 유치원 중 원생 수가 가장 많다. 봉화군에서 학급 수가 3개인 공립 유치원은 석포초 병설유치원이 유일하다. 인근 석포중학교도 올해 신입생이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12명보다 8명 많은 올해 20명이 입학했다. 예년보다 활기 띤 석포중학교 전교생은 44명으로 인근 춘양중학교(29명)와 소천중학교(8명)보다 많다.

지난 13일 봉화군 석포중학교 운동장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지원으로 열린 '석포 하늘보기' 천체관측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 /영풍 석포제련소 제공

봉화군은 소멸위험지수 0.12로 인구소멸 고위험지역으로 꼽힌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을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수치다.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0.2 미만이면 소멸고위험 지자체라고 부른다. 하지만 봉화군 석포면만큼은 전국 지방 인구소멸의 흐름과 정반대로 아이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이유는 50여 년 간 지역민과 동고동락해 온 향토기업 ㈜영풍 석포제련소 덕분이다.

1970년 석포면에 문을 연 석포제련소는 아연 생산량 기준 세계 3위 규모의 비철금속 제련소다. 순도 99.995% 고품질 아연괴를 연간 최대 40만t 규모로 생산하는 등 각종 비철금속을 제련한다. 지난해 영풍의 매출액은 1조 7936억원으로 비철금속 제련 부문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석포제련소 측은 그동안 고용 인원을 꾸준히 늘려왔다. 2000년 230여 명이던 임직원 수는 2012년 499명, 2023년 576명으로 늘였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현재 상시 근무자는 1300여 명이다. 고용이 늘면서 자연스레 임직원 가족 수도 급증했다. 2000년 504명이던 임직원 가족은 2012년 1120명, 올해 현재 2316명으로 20년 만에 4배 이상 늘었다. 임직원과 가족들 상당수가 석포면에 살고 있다. 1989년 10개 동, 220세대였던 사원아파트도 현재 16개동, 575세대로 늘었다.

올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3명으로 심각한 저출생 문제에 직면한 현실에서 석포면에는 다자녀 가구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련소 직원 중 네 자녀를 둔 직원이 2명, 세 자녀를 둔 직원이 11명이다. 제련소를 중심으로 젊은 인구가 늘어나다 보니 주민 평균 연령이 50.2세로 봉화에서 가장 젊은 마을이 됐다.

제련소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직영 및 협력업체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비용만 연간 1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석포면은 물론 봉화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석포제련소는 지역 상생 및 저출생 위기 해소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봉화군이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추진 중인 ‘봉화사랑 주소갖기’ 운동에 임직원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제련소 측은 임직원이 봉화군으로 전입신고를 할 경우 전입 축하금 10만 원을 지급하고, 자녀 출산 시 지원금 30만원, 셋째 이상 자녀 출산 시 축하금 100만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현재까지 35명의 직원이 봉화군에 전입신고를 했다. 여기에다 임직원 자녀뿐만 아니라 지역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매년 장학금 및 방한복, 도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여름철마다 임직원 가족 뿐 아니라 어린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물놀이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마을주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은 음악회, 마을 공모전 등 문화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봉화군 석포행복나눔센터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주최로 열린 '티셔츠 꾸미기 대회'에서 한 참가자 가족이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 제공

5행시, 그림, 동영상 부문으로 나눠 진행하는 마을 공모전은 석포면의 대표적인 주민 참여형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공모전에서 석포중 학생들이 제작한 천체 관측 동영상이 전 부문 통합 대상을 받았고, 유치원생이 5행시 부문 금상을 차지했다. 지난 14일 진행한 올해 공모전에선 새로 도입한 ‘티셔츠 꾸미기 대회’는 첫날 선착순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주민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석포제련소는 국가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배상윤 영풍 석포제련소장은 “상생 및 저출생 위기 해소 등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여러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업의 책무”라며 “앞으로도 봉화군과 석포마을이 아이들의 웃음과 활력 넘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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