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신약 ‘렉라자’, 유한양행 성장 견인 언제쯤?

조윤정 2023. 11. 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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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한양행의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임상 마지막 단계인 글로벌 임상3상을 종료함에 따라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는 글로벌 신약 잠재력을 인정받아 이미 2018년에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에 글로벌 임상 권리를 넘겼다. 동시에 한국을 제외한 세계시장 판권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얀센은 자사의 표적 항암제인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와 렉라자를 병용 투여하는 글로벌 임상인 마리포사(MARIPOSA)를 진행해 왔다.

최근 렉라자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얀센의 글로벌 임상3상 결과가 지난달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공개됐기 때문이다.

얀센의 마리포사 3상 시험은 경쟁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단독요법 및 레이저티닙 단독요법 등과 비교한 것인데, 이번에 공개된 임상 결과 마리포사 병용요법이 타그리소에 비해 암 재발과 사망 위험이 30%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렉라자 단독 요법에선 폐암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이 18.5개월로 나타났다. 타그리소 단독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 16.6개월 보다 2개월 정도 길다. 다시 말해 타그리소를 투여한 환자보다 렉라자를 단독 투여한 환자가 '암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생존한 기간'이 2개월 더 길다는 의미이다.

또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23.7개월로 나타나, 현재 표준요법인 타그리소 단독투여군 16.6개월 보다 7개월 더 긴 것으로 평가됐다.

타그리소와 항암화학(키모) 병용 요법 투여군이 보여준 생존기간(25.4개월)에 비해서도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더 길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과는 그보다 못한 23.7개월로 나왔다. 이에 병용 요법의 효능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부각됐고, 이후 유한양행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분야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두 종류의 혁신 신약을 함께 투여하는 것이어서 타그리소·키모 병용 요법과 똑같이 비교해서는 안된다"며 "항암화학요법은 독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표준치료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임상과 타그리소·키모 병용 임상 시험은 반응평가 방법과 스케줄, 임상 연구 디자인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 임상과 타그리소·키모 병용 임상에 동일한 임상 기준을 적용하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의 무진행생존기간이 27.5개월로 늘어난다"며 "타그리소 단독요법 생존기간(18.5개월) 보다 9개월 개선되는 결과"라고 밝혔다.

따라서 상업적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3상 시험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를 병용 투여한 환자군이 타그리소만 쓴 환자보다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킨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됨에 따라 글로벌 신약으로 성공 기대감에는 큰 이변이 없을 전망이다.

이에 얀센은 마리포사 병용 요법에 대한 신약 허가신청(NDA)을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안에, 늦어도 2025년경에는 FDA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렉라자의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유한양행의 국내 상황은 더욱 고무적이다. 이미 유한양행은 2021년 7월 렉라자에 대해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제 판매허가를 취득했고, 지난해엔 330억원 매출을 올리며 시장에 정착했다.

유한양행은 시장 확대를 위해 현재 렉라자 2차치료제에 대한 약가정책심의를 받고 있는데, 내년 초에는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국내시장에서 타그리소 매출액 1천억원 규모에 도전하며 시장점유율 확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얀센이 주도하는 병용요법 렉라자가 FDA 품목허가를 받고 본격 출시될 경우 글로벌 판권을 가진 얀센은 시판 시작 단계에서 1억달러 이상의 마일스톤 기술료를 유한양행에 지급해야 한다. 이후 본격 판매시에는 매출액의 10% 이상의 러닝로열티와 별도의 매출 대비 세일즈 마일스톤 기술료를 유한양행에 지급하게 되어있다.

2018년 렉라자의 기술이전 계약시 총 10억달러 이상의 기술수출료 계약을 체결한 바 있고, 현재까지 계약금을 포함해 약 18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 기술료를 지급받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렉라자가 세계시장에 선보이면 1조원 이상의 마일스톤 기술료를 단계별로 지급받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렉라자가 FDA 품목허가를 받고 출시에 성공한다면,

첫째,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항암제가 글로벌 신약으로 탄생한다는 점에서 유한양행의 연구개발 가치가 크게 재평가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둘째는 글로벌 신약 탄생을 통해 연동되는 대규모 마일스톤 기술료의 유입으로 유한양행의 실적이 호전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신약 허가를 받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최신 신약으로서의 가치가 그만큼 하락한다. 이 때문에 빠른 품목허가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최신 신약이면서 병용 요법의 경우 약품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존 경쟁 의약품과 비교시 얼마나 효능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 등도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해 유한양행 관계자는 "항암제를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암 진행을 늦추는 것과 전체 생존율인데,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이번 임상 3상에서 이 두 조건 모두를 충족하고 타그리소에 비해 개선된 결과치를 얻어냈다"며 "FDA 신약 허가는 별 문제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임상3상 결과 발표 이후 유한양행 주가는 기존의 높은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데 따른 실망감으로 최근 약세 국면에 있으나 내년 국내에서 렉라자의 2차치료제 허가 획득과 얀센의 미국 FDA 승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려감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윤정 기자 (cyj@kor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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