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러’ 가속화 속 STO 선점 경쟁… 금융의 ‘판’을 바꾼다[창간 32주년 특집]

이관범 기자 2023. 11. 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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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2주년 특집
금융산업 R&D - 4차산업 격전지로 떠오른 ‘금융’
KB금융
테크 혁신센터 꾸려
일상영역 앱 확장
우리금융
챗GPT 기술 결합
슈퍼앱 구축 주력
미래에셋증권
STO 시장 집중
SKT 등과 연합구성
카뱅
신용평가 고도화
저신용자 대출 확대
게티이미지뱅크

금융이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의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회사조차 빅데이터·인공지능(AI)·클라우드·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전방위적으로 도입하면서 기술기업으로의 전환을 속속 선언하고 있다. 여기에 플랫폼을 무한 확장 중인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금융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서비스를 개척 중인 핀테크 기업이 금융산업에 대거 진출하면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탈중앙화를 상징하는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채권이나 부동산, 그림, 저작권 등 실물 자산을 유동화하는 ‘토큰증권발행(STO)’ 사업이 내년에 본궤도에 오르면 전통적인 금융산업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 = 김유종 기자

◇플랫폼 힘겨루기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은 ‘넘버 원 금융 플랫폼’을 목표로 디지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고객경험디자인센터’와 ‘테크혁신센터’ 등 전문가 조직을 새로 꾸렸다. IT 총괄 산하 데이터본부도 ‘데이터총괄’로 격상해 금융 AI 센터를 배치했다. KB금융은 ‘KB헬스케어’ ‘KB부동산’ ‘KB차차차(중고차 거래 플랫폼)’ ‘리브모바일(알뜰폰)’ 등 4대 생활금융영역 서비스를 통해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그룹 대표 앱인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일상생활을 모두 아우르는 ‘슈퍼앱’ 전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융합하는 ‘디지로그’ 전략을 그룹 비전인 ‘더 쉽고 편안한, 더 새로운 금융’으로 확장하며 전사적인 차원에서 디지털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자사의 디지털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17년 600만 명에서 올 상반기 말 2457만 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생활(비금융) 서비스 이용자 수는 431만 명으로, 1년 전보다 무려 59%나 성장했다. 신한금융은 또한 금융권 최초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퓨처스랩’을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중심으로 운영하며, 그룹사와의 협업을 통해 약 160건의 공동 서비스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디지털 사업 정예화를 통해 금융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룹 비전인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달성하는 ‘디지털 투 더 코어(Digital to the Core)’ 전략을 펴고 있다. 하나은행은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고 지난해 11월 선보인 혁신금융 서비스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을 출시 6개월 만에 50만 좌를 완판하고, 지난 9월에는 금융 당국 승인을 다시 받아 100만 좌 한정으로 재출시했다. 해당 통장을 이용하면 선불 충전금인 네이버페이 머니를 은행 계좌에 보관해 이자와 포인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하나카드의 여행 특화 서비스 ‘트래블로그’는 8월 출시 1년여 만에 가입자 수 2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해외여행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우리금융그룹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슈퍼앱 ‘디지털 유니버셜뱅킹’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신기술의 결정체로,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담아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생성형 거대 AI인 ‘챗GPT’ 기반의 챗봇 기술, 각종 빅데이터를 아우르는 마이데이터 등을 결합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그룹 차원의 데이터 역량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그룹 통합 데이터 거버넌스(데이터 수집·적재·활용을 위한 통합 관리체계) 수립을 추진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NH농협금융그룹은 초일류 금융그룹 도약을 목표로 ‘슈퍼 플랫폼 전략’을 추진 중이다. 기존 은행 서비스 중심의 ‘올원뱅크’를 그룹 슈퍼플랫폼으로 재설계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금융·생활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AI 전환을 주도하기 위해 핵심 역량을 확충하는 대외 협업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STO 선점 경쟁 = 증권가도 STO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관련 생태계 구축 및 확장을 위해 SK텔레콤, 하나금융그룹 등 산업별 대표기업으로 이루어진 초대형 비즈니스 연합체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NFI)’를 구성하고, 실무 협력체인 ‘토큰증권워킹그룹(STWG)’을 운영하고 있다. 종합 STO 플랫폼을 목표로 인프라 투자도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3월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를 비롯해 기술 파트너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손잡고 STO 연합체 ‘한국투자 ST프렌즈’를 출범시켰다. 자사는 국내 최고 수준의 투자은행(IB)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 상품을 공급하고,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는 은행 생태계를 바꾼 플랫폼 기술력으로 STO 상품을 보다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등 분산원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포용금융 개척 = 카카오뱅크는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등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은행을 이용하기 힘든 중·저신용자(신용평점 하위 50%)에게 1조7000여억 원의 신용대출을 공급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2017년 7월 출범한 이래로 연내 누적 공급 규모는 1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10월로 출범 2주년을 맞은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를 위한 독자적인 신용평가모형인 TSS(Toss Scoring System)를 바탕으로 중·저신용자의 대출 비중을 약 4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케이뱅크도 마찬가지. 2017년 4월 출범 이후 올해 1분기까지 공급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규모는 4조3569억 원에 달했다. 지난 한 해 동안만 2조265억 원을 공급했다.

이관범·박정경·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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