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락 때, 우체국금융은 어디 투자할까[우정이야기]

2023. 11. 1. 08: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체국금융은 지난 20년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사진은 우체국의 환율 안내판 앞을 지나가고 있는 고객의 모습 /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체국이 금융업을 한다고 말하면 아마 많은 외국인은 쉽게 믿지 못할 것이다. 우체국과 금융이 결합한 모델은 일본을 제외한 해외에선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1905년 예금으로 금융업을 시작한 우정사업본부 우체국금융은 현재 전국적으로 2464개 점포를 둔 국내 대표 금융기관 중 하나다. 우체국금융이 운용하는 자산만 143조1000억원(예금 81조9000억원·보험 61조2000억원)에 달한다.

우체국금융은 정부기관인 만큼 민간 금융기관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대출 영업은 하지 않고 있다. 대신 고객이 맡긴 예금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자산을 운용한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 2분기 우체국 예금자금포트폴리오는 장부가채권 34.1%, 금융상품 18.5%, 대체채권 12.6%, 국내채권 12.1%, 대체투자 8.6%, 단기자금 5.7% 등으로 나뉜다.

우체국금융 운용자산은 최근 20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9년 빠르게 퍼진 인터넷 보급에 맞춰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고객을 확보했고, 정부가 도입한 ‘무제한 예금자보호’ 제도는 가계 자금을 끌어당기는 직접적 요인이 됐다. 시중 은행은 5000만원 상한을 두지만, 우체국예금은 정부가 무제한으로 보호해준다. 이로써 2000년 14조원이었던 자산이 22년이 지난 지난해 143조원까지 불었다.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만큼 우체국금융의 자산운용은 ‘안전성’ 위주로 굴러간다. 지난해 우체국예금의 BIS비율은 19.59%로 시중은행(3분기 기준) 16.35%보다 높았다. BIS비율은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의 비율로 은행의 위험 흡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건전성 지표다.

‘안전투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우체국금융도 경기 하락 국면이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 때는 특별한 곳에 눈을 돌린다. 바로 ‘부실’이라는 투자처다. 헐값이 된 부실 채권(NPL)을 사서 경기 회복 국면에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 투자 방식을 선택한다. NPL이란 3개월 이상 원금이나 이자가 연체된 채권으로, 통상 회수가 불가능한 채권을 뜻한다.

지난해 우체국예금과 우체국보험에서 각각 1000억원씩 모두 2000억원을 국내 NPL에 투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상황이 맞물려 시장에 NPL이 쏟아지자 선제적 투자에 나선 것이다. 우체국금융은 2012년에도 유럽발 금융위기 여파로 넘쳐난 국내 부동산 NPL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2019년에는 국내 NPL에 2000억원, 해외 NPL에 2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정했다.

우체국금융은 공공성을 강조하는 만큼 수익성은 높지 않다. 지난해 예금으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약 348억7000만원이다. 지난해 5대 시중 은행이 합계 13조원으로 역대 최다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과 대조된다.

앞으로 우체국금융의 역할에 대출 업무가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금융당국이 우체국 등에서 시중 은행 업무를 대리하게 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문 닫는 은행점포가 많아지면서 디지털 취약계층의 피해가 커지자 당국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구상 중인 대책이다. 일본 우정사업본부가 자회사로 둔 유초은행도 대출 관련 다른 은행의 업무를 위탁받아 대리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윤지원 경제부 기자 yjw@kyunghyang.com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