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수량 평년 밑돌아…바짝 타들어가는 농심

심재웅 2023. 11. 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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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채소 생산량 감소 우려
두달 동안 메마른 날씨 이어져
관수 기반 취약한 동부 ‘걱정’
물 부족시 생육 부진·품질 저하
양수기 연료 등 비용 부담 증가
도, 종합상황실 설치·예찰 강화
강성방 제주 서귀포 대정농협 조합장(오른쪽)과 이정훈씨가 마늘 생육을 살피며 가뭄에 따른 피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두달간 제주지역 강수량이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돌면서 농민들 마음마저 바짝 말라가고 있다.

겨울채소 재배농민 대부분은 9∼10월 정식과 파종을 하는데, 이 시기 강수량이 턱없이 모자라 생육 부진은 물론 생산량 감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메마른 날씨는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일대는 마늘·양파·브로콜리·양배추 같은 다양한 겨울채소가 재배되는 지역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이정훈씨(58)는 “9월11일 마늘을 심었는데, 이후 제대로 된 비가 한번도 오질 않았다”며 “새벽잠을 설치며 물주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식물이 정상적으로 생육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장탄식했다.

실제 기상청에 따르면 도 서부지역 기상 관측 지점(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 9월1일부터 10월30일까지 내린 비는 고작 78.9㎜에 불과하다. 2021년과 2022년 같은 기간 강수량(367.8㎜, 370.3㎜)의 20% 수준이다.

물 부족이 심해지면 농작물 생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질 않아 품질이 떨어지고 생산량마저 줄어들어 문제다.

강성방 서귀포 대정농협 조합장은 “마늘·양배추·브로콜리 등 대부분 겨울채소가 초기 생육에 접어들어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인데 가뭄으로 마늘 줄기 성장이 늦어져 멀칭 작업이 연기되고, 양배추는 결구가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일부 지역에선 물 부족으로 농가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정읍 신도리에서 양파를 재배하는 강명부씨(60)는 “두달째 비가 오질 않으니 농가 사이에선 물을 확보하려 눈치작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번에 여러 농가가 물을 쓰면 수압이 낮아져 관수 시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기에 인근 농가간 물 주는 순서를 정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먼저 물을 대겠다는 농가가 있어 자주 실랑이가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가뭄에 따른 생산비 증가도 농민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농장 고도가 높거나 수압이 낮아 물을 끌어 올리려 양수기를 쓰는 농가는 연료 사용량이 늘어나 그만큼 비용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에 농가들은 양수기에 배정된 면세유 양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씨는 “양수기 1대를 12시간 가동하면 휘발유 20ℓ가 소비되는데, 출력에 한계가 있어 넓은 밭을 모두 적시려면 사실상 24시간 가동해야 한다”며 “연간 양수기용 면세유를 최대 90ℓ 정도 배정받는데, 이미 다 쓰고 일반유를 쓴 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 수준의 가뭄에 직면해 있는 만큼 면세유 배정량을 조금이라도 늘려 농가 부담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가뭄은 비단 서부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다. 겨울무 주산지인 동부지역 농민들도 들리지 않는 비 소식에 점점 애가 타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 지역은 서부와 견줘 관수 기반을 갖추지 못한 곳이 많아 자칫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겨울무를 재배하는 현승민씨(55·성산읍 시흥리)는 “현재 일부 지역에서 잎이 메마르거나 성장이 멈춘 겨울무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당장은 큰 피해라고 보기 어렵지만, 앞으로 일주일 내 비가 오지 않는다면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농가 기대와는 달리 당장 큰 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0월30일 기준 기상청 중기 예보에 따르면 9일까지 제주지역에 이렇다 할 비 소식이 없다.

이에 제주도(도지사 오영훈)는 최근 도농업기술원, 제주농협본부와 함께 ‘농작물 가을가뭄 대책 대응 회의’를 열었다.

아울러 현재 상황을 초기 가뭄 단계라고 판단하고 도와 양 행정시(제주·서귀포시)에 가뭄 종합상황실을 설치했다. 총 17명으로 구성된 종합상황실은 피해 취약 지역 중심 예찰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급수 장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문경삼 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가뭄이 도내 전 지역으로 확산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토양 수분 함량과 농업용수 저수율 등을 계속 점검해 필요하면 비상근무 체계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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