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수출 1000억달러 잠재력 충분…가공식품 집중해야"[만났습니다]①

김은비 2023. 11.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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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농어업특위 위원장 인터뷰
"GMO 등 엄격한 식품안전규제 완화해야"
"野 농산물 가격안정제, 현실 안 맞아"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우리나라 농수산식품은 1000억 달러 수출이 가능할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가공식품을 통해 부가가치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장태평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사진=이데일리)
장태평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어업특위) 위원장은 최근 서울 중구 이데일리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농식품부 장관을 역임했던 장 위원장은 당시 취임식에서 ‘농수산식품 100억 달러 수출 목표’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던 인물이다. 농수산식품 수출금액이 42억 달러에 불과했으니 2배가 넘는 파격적인 목표였다. “수출 확대가 농어업이 지속가능한 자생력을 갖추는 길”이라는 확신이 묻어난 발표였다.

그가 제시한 ‘농수산식품 수출 100억 달러 달성’ 목표는 시간이 흘러 지난 2021년에 이뤄졌다. 작년에는 글로벌 경기 위축에 교역량이 급감했는데도 전년대비 5.3% 증가하며 120억 달러를 달성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장 위원장은 “딸기·포도 등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라면·김 등 가공식품까지 수출 잠재력이 높은 식품을 스타품목으로 육성하고, 국가별 특성에 맞춘 현지화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며 “한류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K푸드에 대한 선호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 위원장은 다음 농수산식품 수출액 목표로는 1000억 달러를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교역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인데, 세계 식품시장이 8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1000억 달러 달성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출액 1000억 달러를 넘는 산업은 반도체 뿐”이라며 “앞으로는 농수산식품이 미래 먹거리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 위원장과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장관 시절부터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수출확대는 필수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청년농 3만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청년농은 스마트팜을 통해 과일·채소류 등을 생산한다. 현재 곡물을 제외한 축산·과일·채소류는 모두 수급이 균형상태다. 늘어난 청년농이 스마트팜을 통해 생산한 과일·채소가 시장에 나올 경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수출 확대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생산되는 물량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 전망은 어떻게 보나?

△한때 농어업의 위기를 초래할 것으로 여겨졌던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 개방은 수출 시장을 확대하고, 농어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기회가 됐다. 여기에 한류 인기까지 더해지면서 K푸드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농식품이 중국, 동남아시아 수출품에 비해 안전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 K푸드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망한 수출 시장을 꼽는다면.

△한류와 함께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아세안 시장과 북미시장을 주목해야 한다.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시장은 한류의 부상은 물론 구매력 있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북미 시장의 경우 과거에는 한인 수요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한국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과 함께 미국인들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신선식품은 공간적·시간적 한계뿐 아니라 물류비 등 비용상의 부담 때문에 수출 확대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신선식품보다 가공식품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우리 농수산식품의 부가가치를 늘리고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다. 이를 위해선 식품안전기준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일례로 유전자변형생물체(GMO)는 기후변화 시대에 식량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기술로, 전 세계에서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전자가위에 대한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상용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농어업특위에서는 최근 ‘수출 1000억 달러 달성을 위한 식품산업 육성 TF’를 구성해 이같은 현장의 애로사항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내년부터 수출 물류비 지원이 중단된다.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큰데.

△물류비 지원이 중단되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전반적인 수출 지원 예산은 올해 65억원에서 245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난다. 신선 농산물의 품질 강화를 위해 산지부터 해외 소비자까지 콜드체인(Cold chain, 저온유통시시트템)을 보강하고, 수출 기업에는 홍보·상품개발·시장개척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야당은 농가소득 감소를 이유로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주장하는데.

△미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일정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질 경우 차액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기상상황에 따른 농산물 가격 진폭에 농가가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보장을 해주는 보험 성격이 강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농가 소득의 절반 가량이 쌀에서 온다. 소득 감소의 주원인도 공급과잉으로 인한 쌀값 하락이기 때문에 가격을 지지 해주면 오히려 수급불균형만 악화할 것이다.

-농가 소득 감소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뭐가 있을까.

△가격 정책보다는 시장 논리에 맞게 생산 정책을 끌어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쌀을 다른 작물로 전환하고, 고급쌀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생산량 줄이는 반면 쌀 가공식품 수출 확대 등 수요가 줄어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 우리나라는 임대 토지용역비가 생산비의 22.3%로 주변국인 일본(4.0%)에 비해 높다. 농업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저렴하게 농지를 임차해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스마트팜 등 기술 산업으로의 전환도 강조했는데.

△농어업 현장에서는 고령화·영농인력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래 성장산업으로 되기 위해서는 과거 농업에서 벗어나 ICT(정보통신기술) 기술 등 4차산업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팜·무인 농기계·수직농장 등 미래 농업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농업이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춰줘야 한다.

-농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시해달라.

△영농상속세 공제 한도 상향 등 추가적인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올해 공제 한도를 30억원으로 상향했지만, 여전히 가업상속공제 600억원에 비하면 적다. 농업도 사업체가 다음 세대로 원활히 넘어가야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된다. 뿐만 아니라 첨단산업화 등 연구개발(R&D) 투자도 더 늘어날 수 있다.

※제작 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김은비 (deme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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