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쏟아진 여성 영화인 목소리 “모난 돌도 여럿이면 힘이 커집니다”

도쿄/신정선 기자 2023. 11. 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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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국제영화제 ‘우먼 인 모션’
여성 영화인 활동 격려 위한 대담
일본 도쿄의 ‘도호시네마 히비야’ 극장에서 지난 27일 한일 여성 영화인들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일본 배우 미즈카와 아사미, 배두나, 일본 프로듀서 와시오 가요. /케어링그룹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에 두려워하지 마세요. 모난 돌이라도 많이 모여있으면 정을 어디다 맞춰야 될지 헷갈리겠죠. 뭐든 해보려는 여성 영화인들에게 저도 용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배우 배두나의 재치 있는 답변에 일본 도쿄의 400석 극장을 메운 관객 사이에서 박수가 터졌다. 앞서 일본 배우 미즈카와 아사미가 “일본 여성 영화인들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인식 때문에 의견이 있어도 나서기 어려워한다”고 하자 도전을 격려하며 나온 말이었다. 이 행사는 지난 27일 진행된 제 36회 도쿄국제영화제(Tokyo International Festival, TIFF)의 특별 프로그램인 ‘우먼 인 모션(Women in Motion)’. 구찌·보테가베네타 등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인 케어링그룹에서 지난 2015년 칸 영화제를 시작으로 여성 영화인의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하고 있다. TIFF에서는 지난 2019년에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다. TIFF는 국제영화제작자연맹의 인증을 거친 일본 유일의 영화제다.

이날 대담은 도쿄 미드타운의 도호시네마 히비야에서 열렸다. 배두나, 미즈카와 두 배우 외에도 일본 최대 위성 채널 와우와우의 수석 프로듀서인 와시오 가요가 연사로 참석했다. 배두나와 영화 ‘공기인형’(2010), ‘브로커’(2022)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특별 기조연설자로 참가했다.

원래 주제는 여성 영화인이었으나 대담 시작과 함께 연사들의 관심은 한국 영화의 성공으로 쏠렸다. 미즈카와 배우가 “한국 영화가 전 세계에서 흥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묻자 배두나는 “사람의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인들은 목적 의식이 확고하고, 땀과 눈물을 녹여서 영화를 만들어요. 그 열정을 세계 관객이 알아보는 것 같아요.” 지난달 초 부산국제영화제에 신작 ‘안개 너머’(감독 무라세 다이치)로 참가했던 미즈카와는 “부산에서 영화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는데, 한국 관객 질문이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도 있어 충격을 받았다”며 “일본엔 그 차이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한일 배우 모두 “여성 영화인 처우는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단편영화로 감독 데뷔한 미즈카와는 “여성 스태프가 많아져서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남녀 성비가 절반씩 맞춰졌다”고 했다. 배두나는 “20년 전에는 남성 감독이었으면 안 일어났을 마찰이 여성 감독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어나기도 했다”며 “이제는 의식이 개선돼 남녀를 떠나 책임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다”고 했다. 와시오 프로듀서는 “영화에선 늘 엄마가 아이를 데리러 가고, 양복 입은 60세 이상 남성만 중역 회의를 한다”며 “아빠도 데리고 가고, 여성 중역이 절반이어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이날 관객들은 고레에다 감독이 영화계 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결성한 모임인 ‘액션 포 시네마’에서 만든 성차별 방지 지침서를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어느 분야든 여러 목소리를 들어봐야 진보가 가능하다”며 “조금씩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동료가 되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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