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전청조, 가스라이팅과는 달라" 프로파일러 분석 보니

이은 기자 2023. 10. 3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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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2 '해볼만한 아침 M&W' 방송 화면


전 펜싱선수 남현희(42)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27)씨의 거짓 성별, 사기 등 여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프로파일러 표창원이 이번 논란에 대해 분석했다.

표창원은 31일 방송된 KBS2 '해볼만한 아침 M&W'의 '표창원의 월드 셜록' 코너에서 최근 화제가 된 남현희, 전청조를 둘러싼 논란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날 방송에서 표창원은 "이 사건이 드러난 이후 추가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얼마나 파장이 클지 예상이 힘들다. 전청조의 사기 행각을 들여다보면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한다면 당하지 않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라는 의문도 든다. 비슷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며 이 이슈를 다루는 이유를 설명했다.

경호원 여럿 대동한 전청조, '병풍 효과' 노렸다
/사진=KBS2 '해볼만한 아침 M&W' 방송 화면

표창원은 남현희가 전씨의 말을 전부 믿었다는 주장에 대해 "이제까지 보도를 통해 알려진, 확인된 사실만을 전제로 해서 추정을 해봐야 한다"며 먼저 경호원을 대동해 일론 머스크와 대결을 위해 펜싱을 배우러 왔던 전씨의 첫 등장을 언급했다.

표창원은 "전청조라는 사람이 한 거짓말이 계획적이고 치밀하다. 처음 만난 것이 올해 1월이다. 남현희가 운영하는 펜싱 학원에 갑자기 여러 명의 경호원을 대동한 사람이 등장해 'IT 사업가인데 일론 머스크와 펜싱 대결을 하기로 해서 급하게 배워야 해서 찾아왔다'고 했다며 처음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여기서 주목할 건 병풍 효과, 후광 효과다. 전청조를 한 사람을 보면 너무나 평범하고 젊은데 많은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나면 병풍이 생긴 거다. 후광처럼 작용해서 마치 대단한 사람처럼 인식이 되는데 그게 병풍 효과, 후광 효과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론 머스크는 모두가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고, 마크 저커버그와 격투기 대결한다는 소식도 들려서 '할 수도 있겠다'는 연상이 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했다.

또한 "남현희 씨가 평생 운동만 해온 분이지 않나. 그러다 사업체를 벌여서 여러 어려움이 있는 상태에서 누군가 든든한 지원군이 나타난다면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첫 등장에서 나타난 후광효과로 인해 신뢰, 선망, 의존 등 심리적 효과가 발생한 게 아닌가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재벌 3세'라는 전청조의 주장을 남현희가 의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남현희 씨의 주장을 사실이라 가정하고 본다면 그럴만한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재벌 3세라 하지만 다른 재벌과는 많이 다른 그룹이다. 사업 영역 자체가 카지노, 호텔이다 보니 사주 일가를 공개하지 않는다. CEO, 오너의 이름은 공개되는데 성이 하필 전씨다. 또 (전씨가) 아무리 찾아봐도 내 존재는 찾을 수 없을 거다. 왜냐면 나는 숨겨진 혼외자니까 라고 한다. 검색해보고 밝힐 방법이 없다. 남현희 씨가 이 그룹 회장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는다. 여기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겠나"라고 봤다.

"남현희, 진짜이길 바랐다면 어설픈 연극도 믿고 싶어졌을 것"
/사진=KBS2 '해볼만한 아침 M&W' 방송 화면

특히 표창원은 전씨가 아르바이트생에게 대본을 전달하며 기자 연기를 부탁했던 상황극의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표창원은 "모두가 '나라면 그 정도의 어설픈 연기에 안 넘어갈 것'이라고 하실 텐데 그 의혹 역시 합리적 의심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면서도 "남현희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고 본다면 그럴 만한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남현희 씨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본인도 긴장한 상태에서 일론 머스크와 대결한다는 재벌 3세에게 펜싱을 가르쳐줘야 하는데, 갑자기 식사하는데 기자가 들이닥쳐서 인터뷰하고 상대는 불쾌해한다면 '숨겨진 혼외자라서 이렇게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남현희 씨 스스로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 상황이 진짜이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면 일반인이라면 당하지 않을 어설픈 연극도 믿고 싶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현희 씨도 의심이 갔다고 한다. 의심되는 상황이 반복됐을 거다. 그때마다 전씨가 강한 척뿐만 아니라 약한 척도 했다. 재벌 3세 모습이 아니라 죽을병에 걸린, 피 토한 모습도 보여줬다. 그걸 보면 남현희 씨 입장에선 흔들린다. 그런 부분이 자신이 이 사람을 믿고 싶어 하는 상황을 강화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청조 성별·남현희 임신 논란?…'확증 편향 현상'이라면 가능
/사진=KBS2 '해볼만한 아침 M&W' 방송 화면

표창원은 전씨의 고환 이식 등 성별 논란과 남현희의 임신 논란에 대해서는 "'과연 그런 거짓말을 믿을 수 있느냐'는 의심을 가질 수 있다. 그 의혹은 가져가야 할 것 같다"면서도 "남현희 씨 말이 진실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목격했던 사이비 종교 신도들, 교주가 거짓말이고 범죄자임이 밝혀졌는데도 계속 믿고 추종하지 않나. 사기 피해자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많이 보인다. 가족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뻔히 증거가 있고 진술이 있어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부모나 가해자가 끝까지 범죄자가 아니라고 믿고 주장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첫 출발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다. 그게 형성됐기 때문에 이후엔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확증 편향 현상이 발생하면 이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현희·전청조 관계, 가스라이팅과 달라…인지 왜곡 안 보여"
/사진=KBS2 '해볼만한 아침 M&W' 방송 화면

표창원은 남현희와 전씨의 관계에 대해서는 "가스라이팅과는 조금 다르다"고 봤다.

그는 "가스라이팅은 두 사람의 관계가 수직 관계여야 한다. 힘, 권위, 지식, 정보 등에 현격한 차이가 나야 하고, 그런 상태에서 강자가 약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허위 사실을 주입해 세뇌해서 인지 왜곡시킨다. 그러면 콩을 팥이라고 하고, 검은색을 하얗다고 한다"고 먼저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은 전혀 수직적 관계가 아니고 문제와 의문을 제기했던 사이다. 남현희 씨에게 인지 왜곡은 보이지 않는다. 감쪽같이 속았는지, 속고 싶어서 동조하면서 적극적으로 속았는지의 차이만 남은 상황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표창원은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가 횡횡하는 것에 대해 "우선 유명인은 외롭다. 비판, 검증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접근이 어려운 장애물을 넘어서고 무조건 잘해주면 신뢰를 얻기 쉽다. 접근에 성공해서 신뢰를 쌓으면 이들을 이용한 병풍효과로 투자를 얻어내기 쉽다. 이런 부분에서 유명인을 대상으로 사기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표창원은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남현희 씨도 의심이 드는 상황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를 '레드 플래그', 즉 빨간 깃발이라고 한다. 이 현상이 발견될 때 무시하면 안 된다. 또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안 된다. 그러면 준비된 답변이 나온다. 한걸음 물러나 공적 기관, 당사자가 아닌 전문가에게 검증을 해봐야 한다. 본인이 확인하기 어렵다면 주변 사람들이 반드시 신고하고 확인해줘야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KBS2 '해볼만한 아침 M&W' 방송 화면


한편 남현희는 지난 23일 재벌 3세라 주장한 전씨와 오는 12월 재혼 소식을 발표했으나 이후 전씨의 거짓 성별, 사기 행각 등 과거 의혹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고, 이틀 만인 지난 25일 두 사람은 결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전씨는 지난 26일 새벽 남현희 모친의 집에 찾아가 여러 차례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러 경찰에 스토킹 혐의로 현행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공범 의혹 등 논란이 일자 남현희는 "다 자기가 하자고 해서 주도해서 움직인 것들이 거의 다, 전부다"라며 억울함과 피해를 주장했다. 이에 전씨는 남현희가 지난 2월부터 자신이 재벌 3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가슴 절제 수술도 먼저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전씨는 주민등록상 '2'로 시작하는 '여성'임이 드러났고, 남현희 가족과 시그니엘 이웃 등을 대상으로 한 추가 사기 의혹이 확산하면서 서울경찰청은 서울 강서경찰서에 접수됐던 사기미수 고발 사건을 송파경찰서에서 병합해 수사하기로 했다.

김민석 강서구의원이 지난 25일 전청조를 사기 미수 혐의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발한바 있으며 지난 26일에는 서울 송파경찰서에 전청조가 앱 개발 투자 명목으로 2000만원을 가로챘다는 사기 혐의 고소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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