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 방제 예산 깎고 北 지원 늘린 文정부...결과는 ‘소나무재선충병’

강우량 기자 2023. 10. 31. 11: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일 오후 경남 밀양시 상남면에서 한 주민이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를 입어 붉은색과 갈색으로 변한 소나무가 가득한 인산(해발 213.9m)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소나무는 사철 잎이 푸른 상록수인데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색깔이 변했다. /신현종 기자

한 번 감염된 나무는 100% 고사하게 되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작년부터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문재인 정부 시기 국내 산림 방제 예산을 줄이고, 북한 산림 방제 지원을 위한 예산은 대폭 늘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남북 협력만 앞세우면서, 우리나라 산림은 병들어 가도록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간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는 총 106만6967그루였다. 지난 2015~2016년 이후 7년 만에 100만그루를 넘어선 것이다.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4월(37만9079그루)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mm 내외의 실 같이 생긴 재선충이 북방수염하늘소 등에 기생하다가 소나무나 잣나무 안으로 침입해 나무를 말라 죽게 만드는 병이다. 이 병에 감염된 나무는 3개월 안에 여지없이 고사하게 되기 때문에, ‘소나무 에이즈’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앞서 지난 2014년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218만그루 발생하자 정부는 산림 방제 예산을 적극 편성했다. 2018년에는 784억원을 들여 산림 방제에 나섰고, 그 덕분에 연간 감염목 규모는 30만그루 수준으로 감소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잠잠해지자 산림 방제 예산을 대폭 줄였다. 지난 2019년 관련 예산은 590억원으로 전년보다 25%가량 줄었고, 2021년에는 510억원까지 축소됐다. 문 정부는 당시 공교롭게도 북한과 산림 ‘협력’에 나서며, 대북 지원 예산을 대폭 늘렸다.

실제 2018년 3억6000만원에 불과하던 북한 산림 지원 예산은 2019년 59억400만원으로 늘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남북 산림병해충 방제 및 임농복합경영협력’ 사업에 쏟은 돈만 72억5400만원에 달한다.

정부는 작년부터 소나무재선충병이 다시 창궐하자 올해 산림 방제 예산을 930억원으로 늘렸고, 내년 예산은 8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홍문표 의원은 “소나무재선충병은 곤충이 돌아다니며 병을 옮기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기적인 예찰과 방제에 힘을 쏟아야 했다”며 “대북 지원에 관심을 쏟느라 국토 관리에는 소홀했던 것 아니냐”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