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기술](123) 코웨이 정수기 ‘살균 기술’ 특허 지킨 법무법인 광장

김지환 기자 2023. 10. 3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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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전기분해식 살균 등 2011년 특허 출원
청호나이스 유사 기술로 제품 출시...소송전
“코웨이 특허에 전극 살균기 포함 돼”
재판부, 광장 주장 폭넓게 인정... 코웨이 승소
왼쪽부터 코웨이의 스스로살균 얼음정수기, 청호나이스의 세니타 얼음정수기. /법무법인 광장 제공

우리가 물을 사먹기 시작한 건 1992년부터다. 이전까지 수돗물을 먹는 사람이 많았지만 1991년 이른바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이 벌어지며 깨끗한 물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정수기 렌탈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하나둘 생겨났다.

2000년대 초반엔 집집마다 정수기가 하나씩 놓였다. 소비자들은 살균 기능을 갖추는 것은 당연하고 보고, 이제 그 기능이 얼마나 뛰어난가를 따져 제품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정수기 업체들은 코디가 직접 필터를 세척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외부 키트를 이용해 살균하는 방식, 정수기 자체 살균 방식 등을 앞다퉈 개발하며 제품 차별화에 나섰다.

정수기 업계의 살균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정수기 대표 기업인 코웨이는 작년 청호나이스(청호)와 특정 살균 기술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를 두고 특허전에 돌입했다. 특허법원 1부(부장판사 문주영)는 지난 12일 코웨이와 청호 간 총 6건의 특허소송에서 모두 코웨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승리를 이끈 법무법인 광장은 “소비자들이 판별하기 어려운 기술력이 확인된 계기”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내 기술!” 코웨이 vs 청호나이스 분쟁 시작

정수기는 수돗물 등 원수(元水)를 필터를 거쳐 이물질이 걸러진 깨끗한 정수로 만든 뒤 저수조에 저장했다가 내보낸다. 이때 저수조나 물이 지나가는 여러 배관에 미생물과 세균이 번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정수기 업체들은 여러 개의 필터를 추가해 살균력을 높이는 방식을 택했는데, 일부 필터는 세정수까지 걸러내 물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던 코웨이는 연구 개발의 결과물로 2011년 8월 ‘전기분해식 살균’ 기술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필터 배치 기술을 특허로 출원했다. 이 특허가 담긴 제품이 ‘스스로 살균 얼음정수기’다. 특허 기술은 정수기에 설치된 필터들을 최적화해 배치하고, 살균수가 통과하는 길(유로)과 정수가 통과하는 길(유로)을 서로 다르게 구성한 것이다. 정수되는 물은 모든 필터를 통과되지만, 살균 과정에서는 일부 필터만을 통과한 물이 전극 살균기를 거쳐 저장탱크로 공급되도록 했다. 이 기술 덕분에 살균 효과를 최대화하고, 물과 필터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특허 출원으로부터 8년 뒤인 2019년 청호가 ‘세니타 정수기’를 출시했다. 코웨이는 이 정수기가 코웨이 특허 3건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작년 6월 특허법원에 특허권침해금지소송을 제기했다(이 사건은 여전히 심리 중이다). 청호는 석달 뒤 해당 특허권에 대해 무효심판을 청구하며 맞불을 놨다. 심판원이 무효라고 판단할 경우 코웨이의 특허가 사라져 권리침해도 없던 일이 된다. 청호는 한발 더 나아가 소극적권리범위확인 심판도 제기했다. 자신들의 기술이 코웨이의 특허권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해달라고 주장한 것이다.

왼쪽부터 김운호(사법연수원 23기), 이헌(32기), 곽재우(39기), 박종현, 오석근 변리사. /법무법인 광장 제공

◇ 광장, 정수기 관련 각종 기술·특허 검토...기술 ‘진보성’ 입증

특허심판원은 무효심판에서 코웨이의 손을 들어줬다. 코웨이의 기술이 통상의 기술자라면 쉽게 발명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청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권리확인 심판에서는 청호가 이겼다. 청호의 기술이 코웨이의 특허권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청호는 심판 과정에서 ‘해당 제품에 정전 시 1분간 살균수 배수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을 배치해 코웨이의 특허와 다르다고 주장했는데, 심판원이 이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사건은 2라운드로 넘어갔다. 양측은 자신들이 패소한 건에 대해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광장은 특허법원에 심판원의 ‘특허권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심결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청호 측은 특허법원에 ‘코웨이 특허가 유효하다’는 심결을 취소해달라고 맞불 소송을 냈다. 특히 청호는 코웨이가 특허를 청구할 때 ‘세정수단’이라고 기재한 점을 문제 삼았다. 특허에 기재된 세정수단에 전극 살균기가 포함되는 지 불분명하다는 취지였다.

광장은 즉시 정수기 관련 기술 내용과 코웨이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특허, 선행 기술 등을 모아 검토했다. 사건을 이끈 김운호(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는 “특허출원 당시 전극 살균기는 널리 알려진 살균수 생성 수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전극 살균기라고 쓰지 않아도 통상의 기술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호 측이 자신들의 기술이 코웨이 특허 범위에 포함하지 않는다며 강조한 1분 배수 버튼에 대해 광장은 “이는 단순히 부가적 기능의 불과하다”고 맞섰다. 김 변호사는 “단순 1분을 제공하는 부가적 기능만으로는 특허의 구성요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발명에 영향을 줄 수도 없다고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 재판부 “코웨이 新 필터 배열, 특허 맞다”…코웨이 전부 승소

특허법원은 결국 총 6건의 소송에서 모두 코웨이의 손을 들어줬다. 우선 재판부는 코웨이의 새로운 필터 배열 기술을 특허로 봤다. 재판부는 “정수기의 필터 배열을 변경하면 정수와 세정의 단계까지 바뀌므로 정수기의 성능과 필터 수명에 큰 영향을 준다”며 “새로운 효과 발생이 없는 미세한 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전극 살균기가 통상의 기술자에게 세정수단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광장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코웨이 특허는 세정물질 또는 살균물질을 저수조에 공급하는 수단으로 떠올릴 수 있다”며 “해당 수단들을 모두 예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제한 해석돼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1분 버튼에 대해 “정전이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정전 후 전원이 들어왔을 때 정수탱크 안의 물을 배수하는 기술일 뿐”이라며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 판결을 계기로 코웨이의 정수기 기술의 우수성이 재확인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특허는 기술을 문서화한 것인데 이는 법률과 기술의 접점에 있는 것이고, 그 접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기술 관련 특허 사건의 경우 ‘통상의 기술자’라는 판단 주체가 있는데, 관련 자료를 잘 정리해서 일관되게 제출한 게 주요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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