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보호하려다 악마의 물질된 플라스틱…이젠 100% 썩는다[미래기술25]
물성확보·생분해력 기술 관건
국내 산업계 본격 양산 체계 구축 시작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1800년대 말 미국 상류사회에서 유행한 스포츠인 당구공은 코끼리의 상아로 만들어졌습니다. 코끼리 개체 수가 급감하며 당구공 가격이 폭등하자 대체물질 개발에 나선 결과가 바로 이젠 ‘악마의 얼굴을 가진 물질’이 되어버린 플라스틱입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성형·가공이 간편하고, 철에 버금가는 내구성까지 갖춘 플라스틱은 이제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본격 상용화가 시작된 1950년대 연간 200만톤에 불과했던 플라스틱 생산량은 50년만인 2000년에는 2억 3400만톤으로 폭증했습니다. 2019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그의 두 배인 4억6000만톤으로 경제 성장률을 초과하는 폭발적 성장세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환경호르몬과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비롯해 썩지 않는단 특성 등으로 플라스틱은 이제 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보건까지 위협하는 물질이 됐습니다. 생태종의 보호를 위해 고안된 물질이 이젠 공해(公害)가 된 것입니다.
PHA는 미생물의 배양분을 통해 원료를 얻을 수 있고 100% 자연에서 생분해되는데다, 가장 난이도가 높다는 바닷물에서도 잘녹는 장점이 있어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문제에 아주 적합한 소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플라스틱 소비를 대체할 만큼의 원료 생산 수급 문제와 가격이 비싸단 단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극복해야 기술적 과제는 이 디테일 속에 존재하는 악마를 어떻게 제거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기술개발은 각 분야의 단점을 극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은 해양에서 생분해되는 유일한 소재인 PHA를 다양한 소재와 혼합해 원하는 물성을 구현하면서 썩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0대 80의 비율로 PHA와 PLA를 혼합했을 때 자연상태에서 20% 이상의 분해 효과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 공장에서 PHA 생산을 시작했고, 단계적 공장 증설을 거쳐 2025년까지 연간 PHA 생산 규모를 6만5000t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1차 목표는 포장재에 PHA를 적용하고, 최종적으로는 PHA를 인체 적합한 소재로 개발해 화장품·메디칼·산업용 바인더 등에 적용,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필수 소재로 자리매김한단 목표입니다.
SK그룹 계열사인 SKC는 에코밴스를 통해 독자기술로 개발한 생분해 소재인 ‘고강도 PBAT’ 상업화를 추진해왔습니다. 이는 일반 PBAT의 단점인 내구성을 극복하기 위해 나무로부터 추출한 나노셀룰로스를 보강재로 활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강도를 일반 플라스틱 수준으로 대폭 강화했습니다. 베트남 하이퐁시(市)에 생분해 소재사업 투자사 에코밴스가 오는 2025년 세계 최대인 연산 7만t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농업용, 포장용 필름이나 각종 소비재 용기는 물론 기저귀나 마스크의 소재인 부직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원료라고 합니다.
다양한 상품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LG화학에서 최근 선보인 생분해 플라스틱 솔루션은 컴포스트풀(COMPOSTFUL) 제품입니다. 밑거름을 뜻하는 ‘컴포스트(Compost)’와 ‘~로 가득한, ~의 성격을 지닌’ 이라는 의미의 접미사 ‘풀(-ful)’을 더한 합성어로, 빠르게 생분해 되어 비옥한 땅을 지속하는 바탕이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합니다. 화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고객도 직관적으로 소재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별도 제품명을 만들어, 2024년 2분기 본격 양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또 LG화학은 기존의 합성수지인 PP(Polypropylene)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과 투명성을 구현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소재인 PLH(Poly Lactate 3-Hydroxypropionate)를 2020년 10월 독자기술로 개발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첨가제나 다른 소재와 섞지 않고 단일 소재로 물성을 구현할 수 있어 품질면에서 경쟁력이 높습니다.
석유화학업계는 생분해 플라스틱 외에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바이오 플라스틱이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매스 함량이 50%만 되어도 석유기반 플라스틱 대비 80%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계는 2018년 대비 11.4%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합니다. 다만 옥수수, 사탕수수, 밀 또는 다른 공정의 잔여물과 같은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필요한 농업 원료의 생산으로 인한 간접적인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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