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선구제 후회수' 다시 부각…가능할까?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경기도 수원 등지에서 대규모 전세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야당에서는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최근 경기 수원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로 추정되는 피해 금액만 약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셋값이 치솟았던 2021년 체결한 전세 계약의 만기가 속속 도래하면서 수원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도 전세 피해 신고는 잇따를 전망이다.
대규모 전세 피해가 다시 가시화되면서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가 지난 6월부터 시행한 전세사기 특별법의 실효성이 없다며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달 10일부터 27일까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 촉구 서명 캠페인을 진행했다.
대책위는 전세사기 특별법 입법과정에서 특별법 적용 대상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한정되고 깡통전세 피해자들은 제외됐으며 보증금 채권 공공매입 등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빠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결국 장기간 복잡한 과정을 거쳐 보증금을 회수하거나 자력으로는 대부분의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해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수원, 대전, 서울 등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가 추가로 확인되고 있으며, 정부와 국회가 지난 5월 특별법 제정 당시 6개월 시행 후 발견된 문제들을 보완해 추가 입법을 약속한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이에 야당에서도 선구제 후회수 방안 등을 포함해 전세사기 특별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열린 '수원 전세사기 피해 청취 간담회'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선구제 후회수 등 보다 책임 있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5월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당시 야당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정부·여당은 해당 방안이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전세사기 특별법에는 최우선 변제금만큼 최장 10년 동안 무이자 대출, 근저당 설정 시점이나 전세 계약 횟수와 관계없이 경·공매가 이뤄지는 시점의 최우선변제금 대출과 최우선변제금 범위를 초과하면 2억4000만원까지 저리 대출 지원 등의 방안이 담겼다.
재점화된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전세가율이 높아 리스크가 있는 계약 체결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입장과 전세 사기 책임에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잘못도 있으니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선순위 채권이 있는 경우엔 일부 금액만 보전받거나 아예 못 받는다.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우선변제가 가능한 대상이 좀 있는데 수원은 전세가격이 1억4000만~2억원 수준이라 최우선 변제 대상이 되지 않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계속 얘기했던 문제는 선구제 후회수를 하는데 어디까지 구제할 것이냐는 것이다. 피해액이 1억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다 돌려주는 건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누가 얼마나 손해를 보면서 해결하는지가 관건인데 정부와 선순위 금융기관들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전세 대출을 받은 경우, 금융기관도 대출을 무분별하게 한 잘못이 있고 정부도 그런 대출이 가능하도록 지원한 게 있으니 손실을 같이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다른 유형의 사기행위도 많고 단순히 전세가율이 높은 것은 사기로 보기 어려워 선구제 후회수 방안은 현실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다"면서도 "사후 대책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로 운영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전세 대책이 주로 사후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전세 피해자들이 젊은 층인 만큼 사전 방지 대책으로 주변 시세를 파악하는 방법, 적정 전세가율 등 임대차 계약 관련 교육제도와 그에 대한 적절한 홍보가 필요하다. 전세 대출, 지원 등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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