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더 잘 쓰는 방법, 있을까요?

박현철 2023. 10. 3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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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한겨레 자료사진

[뉴스룸에서] 박현철 | 서비스총괄

독자님은 한겨레가 만든 뉴스에 만족하시나요?

“그 기사 좋더라. 그 기산 좀 별로던데.” 기자들도 모이면 흔히 하는 얘기입니다. 경쟁사 기자들과도 그런 얘길 나눕니다. 기사가 좋다 나쁘다, 품질이 좋다 나쁘다 말할 때 그 좋고 나쁨은 아마도 기사가 저널리즘에 충실한지, 저널리즘의 원칙들을 잘 따르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일 겁니다. 기자라면 누구나 저널리즘 원칙들―진실을 추구하고, 시민에게 충성하고, 사실을 검증하고, 권력을 감시하고, 공익에 기여하는―을 갖춘 기사를 쓰고 싶어 합니다. 저널리즘에 충실한 기사를 읽기 싫어할 독자는 없을 겁니다.

다음은 지난 10월 셋째 주(10월16~22일) 포털 네이버에서 많이 본 한겨레 기사들입니다.

△다니엘 헤니가 결혼했다, 상대는 일본계 미국 배우 △한국에선 예고편도 시청 불가…이태원 참사 다큐 ‘크러시’ △이집트 ‘5000년 된 와인’ 밀봉된 채 발견…레드? 화이트? △[단독] 육사, 홍범도·김좌진실 등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 돌입 △‘동전 던지기’ 앞뒷면 확률은 반반? 아니었다 △마약 내사 배우는 이선균이었다…“지속적 협박받아” △불닭볶음면보다 600배 매운 고추 개발자, 커피에 ‘고추기름’ △SPC 빵 만들다 숨진 23살…“제 딸 박선빈, 기억해주세요” △“초3이 초2 폭행해 전치 9주” 김승희 의전비서관 자녀 학폭 의혹.

이 기사 중 일부를 읽으신 분도 있을 텐데요. 어떠셨나요? 취향과 기준에 따라 만족도는 다를 겁니다. 다만, 많이 본 기사의 ‘지위’는 독특합니다. 분명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기사들인데, 저널리즘 원칙과 정비례한다고 할 순 없습니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원칙과 100% 일치하지 않는 기사도 있을 겁니다.

‘독자가 많이 본다는데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저는 많이 본 기사를 다르게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경쟁력 있는 기사’는 어떤가요?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일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자에게도, 콘텐츠 기업에도 이젠 너무나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런 중에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는 피해야 합니다. 이른바 ‘제목 장사’도 지양해야 합니다.

지금 한겨레를 포함해 전통 미디어인 신문들은 바뀐 환경에 적응하려 안간힘을 쓰는 중입니다. 종이신문에 맞춰온 체질을 디지털 환경에 맞게 바꾸는 중인데요. 독자들이 원하는 기사를 제때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제때’란 언제일까요? 2000년대 후반까지도 제때란 오후 5시 언저리였습니다. 저는 당시 법원을 취재했습니다. 재벌 회장이나 유력 정치인 1심 선고가 나오는 날이 가장 바빴습니다. 선고가 나오면 얼른 판결 내용을 요약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쓰고, 곧이어 판결 내용을 따져보는 ‘상자 기사’를 썼습니다. 신문 인쇄에 지장이 없게 오후 5시쯤까지 기사를 보내면 됐습니다.

기사 2개가 제가 하루에 쓸 수 있는 최대치였던 셈입니다. 제가 모든 기자를 대표할 순 없지만, 아마 그 시절 기자 대부분이 저와 비슷했을 겁니다. 큰 사안일 경우 제가 쓴 스트레이트 기사가 종이신문 1면에, 상자 기사가 3면에 실렸습니다. 종이신문에 실린 기사들을 전날 밤부터 다음날 아침 사이에 인터넷에 올리던, 그게 디지털의 전부이던 시절 얘기입니다.

2023년 디지털에서 제때란 ‘모든 때’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 대부분 잠에서 깨는 아침 5시부터 대부분이 잠드는 자정까지 제때 기사가 공급돼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기자들은 아침에도 쓰고 낮에도 쓰고 오후에도 쓰고 밤에도 씁니다. 곰곰이 생각하고, 검증하고, 고쳐 쓸 절대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런데도 지금보다 더 많이 쓰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써야 하는 기사가 많아지면 기사 하나에 들이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겨레는 올해 안에 디지털 콘텐츠를 강화한 새 차림표를 내놓으려 준비 중입니다. 목표는 분명합니다. 콘텐츠의 양을 늘리고 경쟁력을 높이는 겁니다. 저널리즘과 기사의 경쟁력이 ‘제로섬’이 되지(경쟁력의 향상이 저널리즘의 저하로 이어지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중입니다만, 달라진 환경을 인정해야 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구성원들은 물론이고 독자들과도 계속 소통하고 설명하겠습니다.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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