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명맥⑨]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정읍 샘고을 시장

최정규 기자 2023. 10. 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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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뉴시스] 김얼 기자 =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샘고을시장은 지난 1914년 부터 이어진 전통시장이며 입구가 여러곳에 설치되어 있다. 사진은 제13문을 알리는 샘고을시장 입구 간판 2023.10.27. pmkeul@newsis.com


따뜻한 인심과 정으로 사람 사는 냄새 가득
신선 질 좋은 농수산물을 저렴하게 판매
가격경쟁력을 갖췄다는 평도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던 시절도 있다. 그러나 현재는 대형 할인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 손님을 빼앗겨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경쟁에 밀린 전통시장이 생존하는 길은 무엇일까.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과거부터 지역 주민들의 삶과 추억을 간직한 전통시장은 지금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지역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도 전통시장은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과 역할도 자못 크다.

뉴시스 전북본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침체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들에게는 소소한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연중기획으로 월1회씩 10회에 걸쳐 우리 동네 전통시장을 찾아 소개한다.

[정읍=뉴시스]최정규 기자 = 전북 정읍시에는 공식적으로는 100년,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300년 전 시장이 형성된 곳이 있다. 바로 정읍 샘고을 시장이다.

전국 5대시장으로 널리 알려진 만큼 정읍 샘고을 시장은 그 규모도 매우 크다.

◇문헌에도 등장하는 정읍 샘고을 시장

정읍 샘고을 시장의 기록은 조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순조 임금때 서유거(1764~1845)가 지은 '임원 16지'와 이안문이 지은 '만기요람' 에 따르면 호남의 정읍장시로 정읍군 읍내시장이 기록되어 있다. 또 '신증 동국여지승람'에는 정읍지역의 토산품이 거래된 기록이 있는데 이는 300여년전부터 이미 이 지역에 시장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일제강점기 시대인 1914년 현재의 장소에 공식적인 장이 형성됐다고 한다. 샘고을시장의 이름은 원래 정읍 제1시장이었다. 이는 일제강점기 시절 행정 편의를 위해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1960~70대 풍경으로 추정되는 정읍샘고을시장의 모습. (정읍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60~70대로 추정되는 정읍샘고을시장 과거 풍경.(정읍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읍=뉴시스] 김얼 기자 = 27일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샘고을시장 전경. 2023.10.27. pmkeul@newsis.com

샘고을시장이 현재의 자리에 위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행정·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1914년 4월 고부와 태인 2개군이 병합돼 군청소재지가 만들어졌으며, 같은해 고부에 소재하고 있던 광주지방법원 고부지청과 농공은행(현 제일은행)지점이 시장의 인근으로 이전 했다. 1919년에는 고부 헌병 분경대가 경찰로 개편되면서 정읍 읍내로 이전, 호남선 철도 통과로 정읍역이 설치돼고 1924년 경목선 국도 개설하는 등 행정이 현재의 자리로 집약되고 서남권 교통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이 형성됐다고 한다.

당초 샘고을 시장은 2일과 7일 열리는 5일장의 형태를 유지했다가 현재는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상설시장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2일과 7일 소규모의 가축시장이 이곳에서 열리면서 5일장의 전통적인 모습도 함께 담고 있다. 가축시장에서는 직접 키운 닭과 거위, 오리, 토끼 등이 주로 거래되고 있다.

[정읍=뉴시스] 김얼 기자 = 27일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샘고을시장의 주차장 한켠에는 닭, 오리, 꿩, 토끼등을 판매하는 동물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사진은 동물시장에서 닭을 구매하는 시민. 2023.10.27. pmkeul@newsis.com

◇2번의 대형화재의 아픔

정읍 샘고을시장은 아픔과 시련도 있었다. 1949년 4월 1일과 1957년 12월 7일 등에 발생한 대형화재다.

먼저 1949년 4월 1일 정읍 샘고을시장에 대형화재가 발생해 모든 시장 점포가 전소됐다고 한다. 하룻밤 사이에 생활터전을 잃은 상인들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당시 상인들과 관련 기관은 시장복구에 총력을 다해 임시방편 목조 아연지붕 등으로 상가를 복원해 같은해 11월 30일부터 다시 시장이 열릴 수 있었다.

이듬해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시장의 복구는 잠시 중단됐다. 그렇게 7년뒤 1957년 12월 7일 시장 3분의 2를 소각시키는 대형화재가 다시 발생했다. 그 이후 1959년 3월에 겨우 41동의 목조 아연지붕의 점포를 마련해 상인들은 다시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두번의 대형화재에 대한 아픔이 있어서 일까. 시장 골목 곳곳에서는 각종 화재감지 장비가 들어섰고, 화재 발생시 초기진화를 할 수 있는 소방설비도 상당히 갖춰져 있었다. 또 정읍시는 대형화재를 막기위해 정월 대보름날 방화제 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전국 5대 시장

정읍 샘고을 시장은 일제강점기 시절 정읍 제1시장으로 불렸다. 정읍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해서 일제가 붙인 이름이었는데 2011년 7월 1일 시민공모를 통해 현재의 샘고을시장으로 변경됐다.

이름의 뜻은 시장이 있던 자리에 샘이 많아 '샘이 있는 고을'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샘고을 시장은 화재의 아픔 때문이었는지 현대화 사업이 빨랐다. 1978년부터 현재까지 약 200억원대의 현대화 사업비가 투입돼 5일장에서 현재의 상설시장의 형태를 갖추었다. 점포수는 약 350여개, 종사 상인은 5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정읍 샘고을 시장은 대구 서문시장, 옥천 우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등과 함께 전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전통시장으로 성장했으며 전국 5대 시장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한국지리 교과서(지학사)에 한국의 대표 전통시장으로 소개되고 있다.

시장의 입구는 총 13개에 달할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 곳에는 버스터미널이 있고 시장 내부에 은행이 들어와 있는 등 시장에서 모든 일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정읍=뉴시스] 김얼 기자 = 27일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샘고을시장의 송이미용실을 찾은 시민들이 환하게 웃으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23.10.27. pmkeul@newsis.com


◇상업화와 교통의 발달로 쇠퇴…여전히 그곳을 지키는 상인들

[정읍=뉴시스] 김얼 기자 = 27일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샘고을시장의 민속대장간 사장이 모루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2023.10.27. pmkeul@newsis.com

상업화와 교통의 발달은 전국 5대 시장이라 할지라도 피해가진 못했다. 큰 규모의 골목 곳곳에 위치한 점포는 떠난 상인들의 쓸쓸함이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시장을 지키려는 노력들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대장간이다. 정읍 샘고을 시장의 대장간은 중국산 철기구 등의 유입으로 인해 대부분 없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단 1곳의 대장간이 남아있어 직접 만든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장간 주인 정모(50)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하고 있는데 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아버지 일을 도와주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물려받게 됐다"면서도 "문을 열고 직접 만든 농기구 등을 팔고 있지만 중국산 장비에 밀려 장사가 잘 안된다"고 토로했다.

시장 내 미용실은 상인들과 시장방문객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13년째 이 곳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길차(70·여)씨는 "시장에 온 사람들이 남는 시간에 파마를 하러 많이 찾아 온다"면서 "이제 상인들의 얼굴과 이름 등도 모두 알 정도"라고 했다.

이렇게 전통시장을 지키고 있는 상인들이 있어 정읍 샘고을 시장은 매일 같이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상설시장으로 변모했지만 5일장이라는 전통도 함께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정읍 샘고을 시장. 호남의 정취와 맛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정읍 샘고을 시장에 방문을 해보는 것을 어떨까.

[정읍=뉴시스] 김얼 기자 = 27일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샘고을시장은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시간이 지나 구석에 있는 건물들이 비어있는 곳이 보인다. 2023.10.27. pmkeul@newsis.com
[정읍=뉴시스] 김얼 기자 = 27일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샘고을시장의 민속대장간 사장이 모루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2023.10.27. pmkeu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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