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스公, ‘LNG 수송’ 해외 선사에 더 맡길 가능성” 국내업계 비상
국내 선사 운송계약 내년 만료 앞둬
가스공, 아직까지 입찰 공고 안 내… 해외 계약땐 국내 계약 25%로 급감
일각 “국내 계약땐 대출보증 서야 돼
가스公, 경영평가 악영향 우려 꺼려”… 업계 “美中 등선 자국선사에 맡겨”
● 내년 8척 규모 LNG 운송권 행방 놓고 논란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FOB 확대 여부를 묻는 질의를 받았다. 최 사장은 “FOB, DES 비중 조절은 국내 조선과 해운산업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대안이기 때문에 추가 도입 물량에 대해 FOB 물량을 충분히 늘릴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가스공사가 보이는 행보는 최 사장의 말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내년 말 계약이 만료되는 FOB 방식 물량이 8척 더 있는데 1년 2개월을 앞둔 지금까지 FOB 방식 입찰 공고를 띄우지 않고 있어서다. FOB 방식으로 계약하는 경우 보통은 2년 전, 아무리 늦어도 1년 6개월 전에는 입찰 공고가 나야 한다. 새로운 계약 물량을 20년간 수송하는 데 쓸 선박을 건조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업계에선 가스공사가 이 8척을 모두 DES 방식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2025년 가스공사의 전체 LNG 운송선 중 국내 선사의 몫은 14척(25.5%)으로 줄어든다. LNG선 한 척당 1년 평균 운임은 약 379억 원이다. 8척을 20년간 계약하면 6조640억 원에 달하는 돈이 국내 선사가 아닌 해외 선사에 지급되는 셈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8척의 국적선사 고용 인원만 312명으로 이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문제”라며 “가스공사가 FOB를 늘리자는 것도 아닌 ‘현 상태라도 유지하자’라는 업계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국내 해운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 경영평가 ‘C등급’ 가스공사, “부채 줄여라”
가스공사는 6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보통(C) 등급에 머물렀다. 이번 평가에선 공기업 기준 재무성과 지표의 평가 비중이 기존 10점에서 20점으로 2배 확대되며 재무성과 지표의 중요성이 커졌다. 경영평가 등급을 높이기 위해선 부채를 줄이는 게 가장 급선무가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최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주요 경영 목표로 내세웠다. 이에 가스공사는 매출채권 회수 등의 방식으로 부채를 지난해 말 52조 원에서 6월 말 46조7000만 원(부채비율 438%)으로 5조 원 이상 줄였다. 이런 상황에서 LNG 수입계약을 FOB로 체결하면 가스공사는 2조5000억 원의 선박 건조 비용을 새롭게 부채로 안게 된다.
가스공사는 FOB보다 DES가 좀 더 비용이 적게 든다고 주장한다. 해외 에너지기업들이 DES 방식일 때 조금 더 낮은 LNG 가격을 제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가 작년에 낸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1994∼2019년 두 방식의 도입비용을 비교했을 때 FOB가 DES보다 오히려 t(톤)당 2.4달러가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박사는 “가격은 양자 간 협상의 문제여서 가스공사가 충분히 조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정부가 ‘신해양강국’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FOB 방식을 일정 부분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해외 선사에 수송을 의존하면 국부 유출 외에 재난이나 재해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 LNG 운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도 정부 기관 소유의 화물 등 운송의 절반 이상을 자국 선사가 맡게 하는 제도(정책)를 시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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