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어떤 엄마들의 1년

방준원 2023. 10. 2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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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1년을 어떻게 보냈을까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어머니
그날, 10월 28일 날 29일, 29일 날이죠. 그날이 생생해요. 그날 같아요. 항상.
항상 그날 같고... 하루종일 지민이 생각나고. 매일 기다리는 건 똑같고.
(지민이는) 26살, 올해 27살. 97년생.. 29일 날 당일 점심을 같이 먹고, 쇼핑 같이하고 저는 집으로 오고...
아들이 하는 얘기가 "엄마 지민이가 이태원에 갔어" 그러는 거예요. 애는 연락이 안 되고. 그래서 지민이 집을 갔어요. 오빠랑. 근데 안 와 있더라고. 그때가 11시 좀 넘었을 거예요. 새벽 1시가 지나고 2시가 지나도 연락이 없는 거야. 경찰서에 전화해서 실종 신고 다시 하고. 지민이 인상 착의 같은 거. 사진 있는 거 다 뿌리고.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못 찾겠더라고요.
다음 날 오후 2시. 오후 2시에. 시흥경찰서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지민이를 찾았다. 그래서 저희는 병원이면 당연히 응급실에 있는 거구나, "그럼 응급실에 있겠네요" 그랬더니. "죄송합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죄책감 있잖아요. 엄마니까 지켜주지 못한 거에 대해서. 그날 엄마가 너를 더 빨리 찾았어야 되는데...
항상 지민이를 보면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라고 그랬거든요. 제가. 근데 그 별이 하늘의 별이 됐어요. 그거를 아직도 실감을 못 하고..

■시계가 멈춰 있는 엄마 아빠들

비가 오는 어느 오후.
부부는 오늘도 나갈 채비를 합니다.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자주 가요. 자주 가고.. 저희.. 일주일에 한 두세 번은 가는 것 같아요.

차로 20여 분, 이제는 익숙해진 길.
막내, 지민이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자연장. 네. 저는 경황이 없으니까 아빠는 (당시에) 자연장을 원해서 한 건데. 눈이 오면은 걱정. 비가 와도 걱정. 아무 생각 없이 멍하고 이렇게 서 있다가 오는 경우도 있어요. 실감이 안 나니까. 그리고 어느 날은 너무너무 슬퍼가지고 막 펑펑 울다가 오는 날도 있고.

오늘은 지민이가 좋아하던 홍시를 가져왔습니다.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매번 똑같으면 그렇잖아요. 그래도 좋아하는 거.

오일석 / 고 오지민 씨 아빠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아이스티. 뭐. 아아도 좋아하고..

좋아하는 건 뭐든 해주고 싶은 딸이었습니다.
고 오지민 씨 묘소에서 오 씨가 평소 즐겨 들었던 악동뮤지션 노래를 틀어주는 지민 엄마와 지민 아빠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지민이 악뮤 좋아해 가지고. 이번에 신곡 나왔더라고. 그래서 신곡도 틀어주고.
지민아 신곡이야. 악뮤.

오일석 / 고 오지민 씨 아빠
이게 습관이 된 게 어디 추모 공원을 가도 꼭 10월 29일날 누가 있나 그걸 봐요.

고 오지민 씨.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지민이는 아기 때부터 보채는 게 없었어요. 그리고 자기가 알아서 자기일 척척 해내고 제가 잔소리를 해본 적이 없어요.

오일석 / 고 오지민 씨 아빠
지민이는 모든 성격이나 하는 행동이 저랑 똑같아요. 항상 뭔 일을 처리할 때도 보면은 쟤는 분명히 나 같으면 저럴거야, 그러면 걔도 그렇게 해요.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계속 카톡 (지민이랑) 하루 종일 하거든요. 오늘은 점심 뭐 먹을 거 같아 그런 얘기 하면서. 오늘도 파이팅하고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저녁에 만나.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오일석 / 고 오지민 씨 아
제일 또 이쁠 때잖아요. 스물여섯이면은 제가 봐도. 아이고 이제는 꽃이 활짝 폈네. 조금 이따 시집가도 되겠네 그럴 땐데.

기자/
지민이 이름을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거예요?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아뇨 이것도 돈 내고 지어준 거예요. 좋은 이름이라고.

오일석 / 고 오지민 씨 아빠
그 스님이 절에서 스님이 지어주신 건데.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아, 이게 저기야. 지민이가. 백성들이 다 안다는. 널리 널리 이름이 퍼진다는 거 같아. 스님이 지어주신 건데. 좋은 이름인데.

오일석 / 고 오지민 씨 아빠
알긴 다 알게 됐지 뭐야 참. 기가 막히지.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기가 막힌 일이야. 선물처럼 왔다가 가버렸어.

지민이가 긴 여행을 떠난 그 날.
부부의 삶은 무너졌습니다.
오일석 / 고 오지민 씨 아빠
아빠라 그런가 아무 데서나 막 울지 못하잖아요. 근데 분향소 가면 특히 생일이나 뭐 아니면 뭐 무슨 일 있을 때 애 영정 보고 있으면 막 저도 모르게 막 눈물이 막 나요. 그러면 분향소 뒤에 가서 몰래 울고.

아빠 엄마는 이제,
하던 일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오일석 / 고 오지민 씨 아빠
저는 뭐 일할 정신이 없으니까. 뭐 생각날 때 뭐 아무 때나 이제 (추모공원) 가서 (지민이) 보는데 처음에는 좀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저녁에 해질 때쯤에 가면은 그렇게 슬퍼요. 또 복받치고 애 혼자 두고 오려니 또 마음이 불편하고.

세상은 지민이를 잊어가는데 엄마는 아직도 그날에 머물러 있습니다.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언니들이나 동생들한테 얘기를 하면 그냥 그분들은 잊힌 거예요. 1년이 지나가니까 잊힌 얘기고, 저는 현실이고. 지금 있는 현실의 이야기고.
엄청 속상하죠. "부모니까 어쩌겠냐 시간이 약이지. 가슴에 묻어야지, 뭐 벌어진 일인데 어쩌냐" 이렇게 얘기하면 부모는 그게 아니거든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보라색 리본을 만들고 있는 모습


■분향소, 그 단어 이상의 의미

며칠 뒤 다시 찾은 지민이네 집.

방준원 기자/
안녕하세요.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봄아 엄마 갔다 올게. 봄이 냠냠.
엄마 올 때까지 코 자, 봄이 안녕.

지민 엄마, 오늘은 지민이와 다른 아이들이 함께 있는 서울시청 앞 합동 분향소로 향합니다.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저희가 16일부터 집중 추모 기간 해서 또 국화 꽃 다시 놓기로 했거든요. 오시는 분들 하시라고. 향도 피우고 국화 꽃도 다시 하고. 분향소 새 단장 했어요.

분향소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지민이를 찾아 인사를 합니다.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이쁜 지민, 엄마가 까까 가져왔다, 지민이 좋아하는 거. 오늘은 과자 먹어...보고싶다.

그리고 나선 분향소 앞 작은 탁상에 다른 엄마들과 함께 둘러앉습니다.
서툰 손놀림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유가족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시민에게 나눠줄 리본 10만 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시를 보고 똑같이 만들어야 돼”
“나는 이거 끼우는 게 힘들더라고. 손가락이 아파서”
"이런 식으로 이렇게 하는 거야?"
“그거 이제 잘 눌러야 돼”

또 다른 색의 리본은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그저 아이들 얘기, 일상 얘기를 나눕니다.
"아버님 잘 계셔?"
"응."
"점심 했어요?"
"같이. 여기 오다가 식사하러 가시는 분들 만나서 같이 가서 식사하고."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뒤 식사도 제대로 못 했던 엄마 아빠들은 이곳에 와서야 조금씩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그러니까 여기 오면 저 잘 챙겨 먹어요. 집에서는 안 먹잖아요. 이제 다 같이 가서 먹고 하니까. 먹게 되고 먹기 싫어도 저희 밥 먹는 쿠폰이 있어요. 그것도 후원해 주시는 거예요. 식당 한 세 곳? 그래서 저희들 후원받아서 식다 해요. 감사한 일이죠.

엄마들끼리 있으면 마음 편히 아이들을 추억할 수 있습니다.
김호경 / 고 김의현 씨 엄마
닭 다리는 의현이 거, 나는 날개. 닭 보니까 의현이 생각이 나서.

분향소는 돌아가면서 자리를 지키는 당번제로 운영되는데, 당번이 아니더라도 엄마들은 이곳을 찾습니다.
방준원 기자/
이렇게 오늘 오신 분들이 한 조이신 거예요? 아니면?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아니요. 그냥 오신 분도 계시고요. 자기 지킴이 당번도 있고

김호경 / 고 김의현 씨 엄마
저 같은 경우는 그냥 생각나서 오고

방준원 기자/
아 오늘이요?

김호경 / 고 김의현 씨 엄마
여기 오면 웃어요. 그냥 마음 편하고, 앉아서 자식 얘기할 수 있고 그러니까. 다른 데 가면 뭐 애들.. 우리가 자식 얘기를 꺼낼까 봐 먼저 다른 사람들도 조심하는 상태니까. 나는 꺼내줘도 괜찮은데. 그런데 여기는 뭐 언제든지 꺼내도.


자신들도 모르게 아픔을 공유하며 서로를 치유하고 있던 유가족들.
박영수 / 고 이남훈 씨 엄마
저는 여기에서 센 언니, 센 누나? (유가족들이) 뭐 친구 같고 형제 같고 오히려 편해요. 더 말도 속에 있는 말도 더 잘하게 되고 지금은 일상 얘기도 하고 가끔 농담도 좀 하고

방준원 기자/
여기 나오시면 어떠세요?

김영남 / 고 최혜리 씨 엄마
일단 같은 아픔을 갖고 있으니까 마음은 편하죠. 다른 친구들 모임도 있지만, 친구들이랑은 그 사람들도 우리한테, 저한테 전화하기가 조금 부담스러운지 뭔 말을 해야 될지 모르니까 제가 그 마음을 아니까 섭섭하지는 않은데 (여기 오면) 얘기를 해도 좀 부담이 없으니까 그런 게 있어요.

유가족들이 모이는 시청 분향소, 당장 올 겨울이 걱정입니다.
오일석 / 고 오지민 씨 아빠
물품 반입을 아직도 못 하게 하고 그러니까 지난 겨울도 난로를 하나밖에 반입을 못 했어요. 추웠잖아요, 그때도.

더 큰 문제는 이마저도 언제 철거될지 모른다는 겁니다.
서울시에 사용 신고를 냈지만, 서울시는 허락하지 않았고 무단 점유를 이유로 변상금 2천9백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오일석 / 고 오지민 씨 아빠
계고장만 계속 보내고, 불법 점유한다는 계고장만. 1차 때 보내고 지금 2차, 우리가 1차가 두 달 치가 나온 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1주기 이후부터는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도 선을 그었습니다.
오세훈 / 서울시장 (지난 16일 서울시 국정감사)
되도록 자진 철거를 유도할 생각입니다만 마냥 1년 2년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적어도 (참사) 1주기까지는 시민 여러분들이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참사 현장에 추모 공간을 만드는 안을 유가족과 논의하며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세훈 / 서울시장
(유족들과) 물밑 접촉도 하고 있고요. 그렇게 해서 최근에 (추모공간 조성안) 결재를 했습니다.

그런데 유가족들은 어찌 된 일인지, 금시초문이라고 합니다.
김희정 / 고 최민석 씨 엄마
녹사평에서도 그랬고 여기서도 마찬가지인데 여기를 이제 오세훈 시장이 1주기까지는 기다려줄 것처럼 이야기를 했지만 저희가 갈 곳이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갈 곳이 없어요.


■이태원 참사 1년, 이후 진행 상황은?
남현종 MC/
뉴스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던 10월 29일인데요. 벌써 1년 전이군요.

김수연, 방준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이게 ‘참사’라고 불릴 만큼 피해 규모가 컸잖아요?

김수연 기자/
그렇습니다. 작년 10월 29일이었죠.

코로나19 거리 두기가 없어지고 열린 핼러윈 축제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특히 1번 출구 쪽 폭 4m 내외의 좁은 골목에 사람들이 뒤엉키면서 최악의 압사 사고가 났습니다.

지난해 11월 중대본 발표 기준으로 158명이 숨지고 196명이 다쳤습니다.

이후에 다쳤던 한 학생이 숨져, 사망자는 모두 159명입니다.

남현종 MC/
소중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잃은 아픔, 상상도 하기 어렵네요.

방준원 기자/
유가족 분들은 “이제 그만 잊어라”, “가슴에 묻어라” 이런 말을 들을 때 마음이 아프셨다고 해요.
대신,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좋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부에서는 국가 트라우마센터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참사 유가족에게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희생자 가족뿐 아니라 생존자, 목격자, 또 이 뉴스를 접한 분 중에서도 힘든 분들은 누구나 도움받으실 수 있습니다.

남현종 MC/
심리 상담 지원도 필요하지만, 앞서 유가족들이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하는 게 마음에 걸리는데요,
추모할 수 있는 공간조차 제대로 마련이 안 된 건가요?

김수연 기자/
그렇습니다. 보신 것처럼 추모 공간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요,

유가족들은 추모 공간 마련을 포함하고 있는 이른바 ‘이태원 특별법’ 제정을 빠른 시일 내에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남현종 MC/
이태원 특별법, 얘기가 나온 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방준원 기자/
네, 공식 명칭은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인데요.

주요 골자로는 ▲추모공간 마련 외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별도 조사기구 구성, ▲‘피해자’의 범위 등 법률 지원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김수연 기자/
지난 4월 발의돼 6월엔 야권을 중심으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고요.

8월엔 담당 상임위인 행안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계류돼있습니다.

8월 상임위 회의 당시 여당 위원들이 퇴장할 만큼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데요. 어느 지점에서 맞서고 있는지, 당시 회의 장면 보시겠습니다.

VCR1-지난 8월 행안위
권성동 / 국민의힘 의원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등 23명이 사법처리 되었습니다.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55일간 국정조사 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이태원 사고 원인에 대한 의혹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문진석 /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진상규명 제대로 안 돼 있고 책임자 처벌 제대로 안 돼 있다, 또 재발 방지 대책도 제대로 안 돼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만희 / 국민의힘 의원
이 참사마저도 외면했다는 식으로 정부와 여당에 그런 비정한 프레임을 씌워가지고 정략적으로 결국 총선용으로 사용하겠다 하는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용혜인 / 기본소득당 의원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감추고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을 어떻게든 가로막기 위해서 여당 위원님들 스스로 국회의 권위와 권한을 내던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상민 / 행정안전부 장관
정부는 그동안 이태원 참사의 진상이 경찰수사와 국정조사 등을 통해서 규명이 됐고 피해자와 유가족 지원 등은 특별법이 없어도 현재 진행되고 있으므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말씀드렸고 현재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남현종 MC/
이 진상조사라는 게 결국 책임자를 가리기 위한 것인데, 한쪽에선 충분히 됐다, 다른 쪽에선 아니라는 건데, 참사 이후 여러 관계자들이 수사를 받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결론이 났죠?

방준원 기자/
경찰은 지난 1월에 특수본 수사를 마무리했는데요.

당시 총 28명을 입건해서 23명을 검찰에 넘겼는데, 이 중 6명이 구속, 17명이 불구속 송치됐습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은 안전관리 예방조치를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습니다.

골목길 옆 호텔 관계자 2명은 불법 건축물을 세운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저희가 이후 어떻게 됐나 살펴보니, 이들 대부분은 아직 수사 중이거나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지난 2월,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가결을 알리고 있다.
남현종 기자/
그런데 가장 큰 관심이었던 건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지휘라인, 그 중에서도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거취였잖아요?

김수연 기자/
그렇습니다.

실무선에 대한 수사는 철저했지만 정작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이런 의견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찰 수사 결과는 상급기관인 서울시와 행안부 대신 하급기관인 용산구에 집중됐고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가장 윗선은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방준원 기자/
이에 이상민 장관에 대한 헌정사상 초유의 국무위원 탄핵안이 발의됐는데요.

헌법상 정해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며 지난 2월 국회에서 야권을 중심으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겁니다.

당시 여당에선 탄핵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발했고, 대통령실에서도 반대하는 입장을
냈습니다.

VCR2-탄핵소추안 본회의
김승원 / 더불어민주당 의원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대통령 지시조차 제때 이행하지 않은 채 재난대책본부를 적시에 가동하지 않고 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았습니다.

송언석 / 국민의힘 의원
경찰 수사 결과 직무상 위법이 확인되지 않았고, 현재 검찰에서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보강수사를 계속 진행 중에 있습니다.

김진표 / 국회의장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탄핵소추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지난 7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소추안 기각을 밝히고 있다.

방준원 기자/
하지만 이 장관 탄핵안은 지난 7월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습니다.

이태원 참사는 특정한 하나의 원인이나 인물 때문이 아니라, 대규모 재난에 대한 각 정부 기관의 대응 미흡이 총체적으로 작동한 결과라는 이유였습니다.

VCR3-헌법재판소 선고

이종석 / 헌법재판관
=피청구인이 행안부 장관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그 책임을 묻는 건 기본권 심판 절차인 탄핵심판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유남석 / 헌법재판소장
주문 이사건 심판 청구를 기각한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안 기각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준원 기자/
유가족들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결정을 납득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정민/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이제 행정부 수장뿐만 아니라 모든 기관의 장들은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어떠한 문제를 일으켜도 그들은 책임을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실무에서 고생하는 실무자들만 모든 책임을 지고 그 위에 군림하고 명령하는 자들은 절대 책임을지지 않고 그들의 권력을 유지할 것입니다.

남현종 MC/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유가족들 진상규명도 미흡하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이렇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김수연 기자/
그렇습니다. 저희가 만난 엄마, 아빠들은 아이가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알고 싶은 것뿐이라고 말했는데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정조사에 수사까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아직도 그날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겁니다.

고 최민석 씨의 엄마 김희정 씨가 분향소에 둘 꽃들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 엄마들은 알고 싶다

소방 구급 일지에는 현장 처치와 병원 이송 내용 등 사고 이후 상황이 비교적 자세히 담겨있습니다. 올해 초,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당시 작성된 소방 구급 활동 일지를 유가족들에게 발행했습니다.

구급 일지를 보면 어떻게 아이들이 세상을 떠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유가족들은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김영남 / 고 최혜리 씨 엄마
제가 응급 의료 구급일지를 봤더니 발견 당시부터 나온 게 아니라 5시 반인가? 6시. 체육관, 다목적 체육관에서 일산병원까지 후송한 거. 그것만 나왔더라고요. (전에는 아예 안 나오고요?)네네.

박영수 / 고 이남훈 씨 엄마
우리 아이 구급대원이 처음 접촉한 시간이 새벽 1시 18분이에요. 새벽 1시 18분인데 아이 체온은 35도야. 의문점이 있어 가지고 동네에 저기 소방서, 119대원들 쫓아가 가지고 물어봤어. 그때 당시에 추웠어요. 2시간이 넘게 애를 길거리에다가 방치를 했다면 체온이 왜 35도밖에 안 되냐. 더 떨어져야 되는 게 맞는 거 아니냐. 나는 지금도 계속 무슨 일 하다가 여기에서 막 응어리가 져가지고 가슴이 아프고...

현장에서 숨진 건지, 무엇 때문에 숨진 건지, 의문만 쌓였습니다.
김은미/ 고 오지민 씨 엄마
모르는 거죠. 그러니까 길에 누워 있는 그 아이가 맥박이 뛰고 있었는지 아니면 뭐 사망한 상태였는지를 전혀 모르는 거지.

기자/
대부분 어머님들이 골목에서 사고가 났지만, 그 이후에 병원에 가서 처치를 받다가 돌아가셨는지, 아니면 뭐 나와서 돌아가셨는지 다 모른다고 하시더라고요.

김영남 / 고 최혜리 씨 엄마
그거를 전혀 몰라요. 그냥 추측으로 그날, 그날도 진짜 애를 볼 수 있는지 알았어요. 제가 첫 번째로 갔으니까. 제일 빨리 그거 받고서는 일산까지 갔으니까. 갔는데 애를 본 게 5시 넘어서 본 거 같아요. 카디건만 없지 옷은, 옷이랑 다 그대로 입고 있어서 처치를 못 받았...처치를 받았으면 뭔가 속옷 위에 거는 풀고 좀 헐렁하게 했을 텐데 바지도 좀 풀어놓고,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구급 일지마저도 받지 못한 엄마도 있었습니다.
김희정 / 고 최민석 씨 엄마
(참사 당일에) 그 골목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 한참 떨어진 GS25에서 CPR을 20분째 받고 있는데 의식이 없다는 최초의 전화를 제가 받았고 그래서 움직였고요.

기자/
어머니도 구급 일지 받아 보셨나요?

김희정 / 고 최민석 씨 엄마
구급 일지가 없어요. 민석이는. 신현영 의원 엑셀 파일에도 민석이가 연락받은 병원에 병원명이 없었고요.+보성 씨 누나 말로는 둘을 같이 옮겼대요. 차 한 대에 아이가 한 명이어야 되는데 차 한 대에 아이를 겹쳐서 옮기고..

진상조사가 끝났는데 이들의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식들의 마지막 행적을, 어떻게 눈을 감았는지만이라도 알고 싶다고 합니다.

오일석 / 고 오지민 씨 아빠
제일 궁금한 게 그거거든요. 참사 당일 현장에서 제대로 된 조치를 받았나. 그게 제일 궁금하고당시 구조에 출동하셨던 분들 바디캠이나 뭐 아니면 구급차에 있는 카메라나 그런 것도 다 있는데 공개를 안 하고 우리 국정조사 할 때도 제가 다 쫓아다녀 봤는데 시원하게 밝혀지는 게 없어요


■이제는 가족이 된 사람들

이른 아침, 민석 엄마가 분주한 걸음으로 남대문 꽃시장을 찾습니다.

김희정 / 고 최민석 씨 엄마
이 핑크도 예쁜 거 같아요. 진한색으로 주세요.

방준원 기자 /
어머니 이거 적어오신 건 뭐에요?

김희정 / 고 최민석 씨 엄마
오늘 전체 메인을 다 바꾸는 게 아니라 시들은 것만 빼고 보강하는 거라서 많이 안 사거든요. 그래서 보강하고 나중에 또 쓸 수 있는 거 오래 가는 종류로.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 나서서 합동 분향소 꽃을 가꾼 지 8달쨉니다.
김희정 / 고 최민석 씨 엄마
3월부터 했어요. 3월부터, 국화만 있는 게 너무 속상해가지고, 우리 애들이 다 꽃다운 애들이잖아요. 그때 이제 시청 분향소에, 시청 잔디에다가 꽃을 막 심어 놓을 때였어요. 그걸 보고 꽃바구니가 좋겠다 그렇게 해서 그냥 다 바꿔버렸어요. 그랬더니 훨씬 보기도 좋고, 덜 슬프고...

유난히 엄마에게 사랑 표현을 많이도 했던 아들.
엄마는 꽃을 보면 민석이가 생각나 더 정성을 다합니다.
김희정 / 고 최민석 씨 엄마
이제 제가 우울할 때는 그냥 남대문 와서 꽃시장을 돌면 기분이 좀 풀리고 다시 이제 다잡아지고. 어떤 날은 이제 기분이 그렇게 울적하거나 나쁘지 않은 상태고 스트레스가 없었는데도 많이 사게 됐어요. 봄인데. 그랬더니 민석이가 엄마 기분 안 좋아? 많이 사 왔으니까...

그날에 대해 알고 싶지만,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김희정 / 고 최민석 씨 엄마
이거라도 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것밖에 할 수 없어요.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이제 사망자이기 때문에 억울한 것도 밝힐 수가 없고 아니라고 얘기도 못 하고

또 다른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다른 아이들은 꽃다운 나이에 참사로 세상을 등지지 않길 바라며 엄마 아빠들은 오늘도 분향소를 찾습니다.
김희정 / 고 최민석 씨 엄마
안전한 사회 만든다고 해가지고 세상 떠난 애들이 다시 살아오는 것도 아니고 특별법이나 안전한 재발 방지법이 마련이 된다 한들 적용받지도 못해요. (우리를) 응원해 주고 힘들어도 같이 연대해 주시는 분들 때문에 그 사람들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억울한 일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방준원 기자/
어머님들도 이렇게 처음에 분향소 앞에 모이셨을 땐 약간, 어색하셨나요?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어색하죠. 처음에 소개하는 것도 되게 어색했어요. 지금은 그냥 가족이죠.


지난해 10월 29일 이후부터 159km를 함께 걷고, 국회까지 삼보일배하며 함께 견뎌온 가족들.

분향소는 이제 가족들의 집과도 같은 공간이 됐습니다.

김은미 / 고 오지민 씨 엄마
지민이는 배우는 거 좋아하고 여행 다니는 거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고 배우는 거 되게 좋아했어요.그냥 스스로 알아서 자기 일 찾아서 잘하고

김영남 / 고 최혜리 씨 엄마
(혜리는) 여행을 가도 가방도 번쩍 들고 막 다해주고 이제 서울에 있으니까 제가 오면 기차역까지 안에까지 짐 같은 거 다 들어주고...

박영수 / 고 이남훈 씨 엄마
우리 아들이요? (남훈이는) 유치원 때고 중학교 때고 다니면 동네 어른들 지나가다 하루에 다섯 번을 봐도 다섯 번 다 인사한다고 +이럴 정도로 착했어요.

김희정 / 고 최민석 씨 엄마
(민석이는) 남자 아이지만 엄마한테 사랑 표현을 끊임없이 해줬던 아이고, 친구들 알뜰살뜰하게 챙겼던 아이고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이 그곳에선 행복하기만 바랄 뿐입니다.

※ <9층시사국>은 이번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준비하면서, 지난해 참사 현장 관련 화면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상황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안덕기 교수에게 의뢰해 안무로 구성했습니다.

취재 : 김수연 방준원
촬영 : 조선기 강우용
영상편집: 이상미 손보라
그래픽 : 정예나
자료조사 : 이정훈 신용하
조연출 : 유화영 김영일
삽화 : 권민지
안무 : 한국예술종합학교 안덕기, 전수현, 김단아, 김민수, 김현정, 남달리, 남정인, 박준섭, 이민성, 임가현, 정서영, 한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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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원 기자 (pcba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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