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국제정치] 트루먼 덕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다

김충제 2023. 10. 2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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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확산 봉쇄정책
한국전쟁에 미군 파병해
자유민주주의 국가 초석
미국 트루먼 대통령 독트린(Doctrine)은 공산주의 확산을 봉쇄하는 컨테인먼트(Containment) 정책을 말한다. 지난 80년간의 국제역사를 되돌아 볼 때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만큼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 판단을 크게 한 인물도 없을 것이다. 소련에 의한 공산주의의 확산을 도미노 이론으로 빗대어 한 국가가 공산주의로 빠져 버리면 이웃 국가들에 전염병처럼 번지기 때문에 도미노 이론이라고도 했다. 아시아를 살펴보면 소련과 중국이 공산국가가 되었는데 북한마저 공산주의가 되고 남침을 하여 남한을 공산화하려 전쟁을 일으키니 남한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군을 급파, 한국군과 유엔군이 같이 북한을 상대로 목숨을 건 전투를 치렀다.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북한이 패퇴하자 중국이 군대를 북한으로 보내 유엔군은 남쪽으로 후퇴하게 되고 전쟁이 길어져 급기야 1953년 7월 27일 3년간의 전쟁이 끝나고 휴전이 성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만약 그때 트루먼 대통령이 미군을 보내지 않았으면 남한은 공산주의의 손에 넘어갔을 것이다. 세계 전쟁사에 유례없는 신속한 결정이었다.

미국 중부의 항공 거점도시인 캔자스시티에서 15분만 자동차로 내려가면 트루먼대통령기념관이 있다. 태평양전쟁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원자폭탄에 관한 설명자료도 견학할 수 있다. 기념관 입구에는 '미국 대통령 역사상 가장 어려운 결정을 많이 한 대통령이었다'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두 가지 결정을 말하는데 첫째는 일본에 원자폭탄 2개를 투하한 결정이다. 단 2발의 원자폭탄으로 20여만명이 즉사하는 역사적인 결정을 한 것이다.

필자는 미국 유학 중 트루먼 대통령 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 "혹여 아버지가 원자폭탄을 떨어뜨리기로 결정한 전날 밤 잘 주무셨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잠을 같이 자지는 않았는데 그 당시 비서관을 통해 들었는데 잘 주무셨다"고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러면서 오키나와를 점령하는 데도 미군 1만여명이 죽었는데 도쿄까지 점령하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겠는가를 염려하여 차선의 선택으로 핵폭탄 투하를 결정하신 것 같다고 했다. 원자폭탄 투하로 군국주의 일본은 미국 최대 군함인 미조리함 선상에서 항복문서에 서명하며 태평양전쟁은 종식되었다.

한국의 치열한 독립운동과 일본의 항복을 발단으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소련의 지원을 받은 김일성이 북한을 장악하는 바람에 남한만의 한국 정부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국제정치라는 현상을 바라보게 되면 국제정치 변화에 의해 한국은 식민지배를 벗어나게 되고 자유주의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고 트루먼 대통령에 의한 국제정치 변화가 한국 국민의 생명과 삶의 모습, 국가의 주권 등 국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전쟁에 미군을 파견한 것이다. 전쟁의 결과 5만여명의 미군이 이름도 몰랐던 한국 땅에서 전사하게 되는 전쟁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군과 한국군, 유엔군이 북한군과 중공군을 몰아내지 않았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세월이 변하여 중국은 미국에 필적할 만한 주요 2개국(G2)이 되었고, 한국도 선진국 문턱에 있다. 그러나 분명하게 잊지 말아야 할 역사는 거의 다 이긴 전쟁을 중국이 북한을 도와 쳐들어 왔기 때문에 오늘날의 휴전선이 만들어졌다는 것이고 이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이 절대 공산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트루먼 대통령의 신념이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되었고, 일본도 트루먼 대통령에게 항복하면서 군국주의가 사라지고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국제정치 변화가 나라의 운명을 바꾸고 개인의 삶도 바꾼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역사적 경험을 트루먼 독트린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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