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덕 ‘사의찬미’ 6000만원·아이유 ‘꽃갈피’ 300만원…이제는 ‘판테크’ [新 LP의 시대]

2023. 10. 2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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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ㆍ브아솔ㆍ신중현까지
‘금지 문화’가 희소성 높여 가격↑
리셀 문화와 판테크도 LP 트렌드
2014년 3000장 한정판으로 처음 나온 아이유의 ‘꽃갈피’ LP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난 2014년 딱 4000장만 찍어낸 아이유의 ‘꽃갈피’. 이 음반은 한국 LP산업에서 분기점이 된 ‘상징적 음반’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공연장인 잠실 주경기장에 8만여 명의 관객을 거뜬하게 모으는 ‘K-팝 퀸’ 아이유가 한정 수량으로 음반을 내자, 전 세계 ‘유애나’가 결집했다. 발매 당시 순식간에 팔린 이 음반은 이후 온라인 리셀 시장에선 더 ‘핫’해졌다. 4만4000원이었던 음반 가격이 300만원까지 천정부지로 올랐다. 무려 6818%나 급등한 것이다.

‘꽃갈피’의 인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김창완의 ‘너의 의미’, 조덕배 ‘나의 옛날이야기’ 비롯해 1979~90년대 한국 가요를 리메이크한 음반이라는 점, 지난 10년새 아이유가 엄청난 스타로 성장했다는 점이 요인으로 꼽힌다.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가 지난 7월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꽃갈피’ LP를 재발매하기 전까지 이 음반은 ‘전설의 아이템’이었다. 더불어 이 음반을 기점으로 LP를 소구하는 2030 세대가 적지 않다는 것도 확인하게 됐다.

지난 몇 년새 전 세계 음반 시장 ‘최대 이슈’는 LP의 부활이다. LP 판매량이 CD를 추월한 미국 시장을 필두로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LP 활황을 체감하고 있다.

한국에서 LP 붐은 지난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조짐을 보였다. 온라인 음반 판매 사이트 예스24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닐 판매는 지난 2020년 2.1배, 2021년 1.4배, 2022년 1.1배 등 3년 연속 증가했다. 구매자 중 20~30대 비율은 36.3%, 40대 비율은 35%로 나타났다.

LP의 인기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트렌드는 ‘판테크’다. LP가 단지 듣는 용도가 아니라 재테크 수단의 하나로 수집의 대상이 된 것이다.

최규성 대중음악평론가는 “2030부터 50대까지 노후 준비를 위한 재테크로 LP를 사모으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며 “현재 온라인에서만 LP를 판매하는 곳이 1000여곳으로 늘었고, 온라인 공간에서 되팔기를 비롯한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LP

LP 가격은 사실 가수마다 혹은 장르마다 천차만별이다.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LP 수집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안착하며 전설의 팝스타들의 LP가 수억 원에 거래된다.

국내에서 역대 최고가로 거래된 LP는 윤심덕(1897~1926)의 ‘사의 찬미’다. 1962년에 발매된 유성기(축음기) 초반인 이 음반은 2016년 야후재팬 온라인 경매에서 550만 엔에 낙찰됐다. 당시 환율로는 수수료를 포함해 6080만원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신중현의 ‘히키 신 키타 멜로디’(1960), 브라운아이드소울 등 많은 가수들의 음반이 1000만원을 호가한다.

LP가 수백~수천 만 원 대에 거래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최규성 평론가는 “‘금지문화’가 있었던 1950~1960년대 군사정권 시절 폐기된 LP들이 많아 남아 있는 수량이 적다보니 가격이 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신중현의 음반은 대부분 ‘금지 음반’으로 낙인돼 실제로 남아있는 것은 10여장 밖에 되지 않는다. 최 평론가는 “희귀한 LP는 돈이 있다고 해도 살 수가 없어 특수성이 있다”고 봤다.

이승윤 한정판 LP [마름모 제공]

이소라, 김동률 등 1990년대 가수들의 LP도 중고 거래 시장에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대중가수 앨범들이 LP에서 CD로 넘어가는 시기라 LP 발매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최규성 평론가는 “1990년대는 CD로 넘어간 음악 소비 환경으로 LP는 극소수만 제작해 가격이 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활동 중인 가수들의 음반 가격이 높은 것도 이같은 희소성에 기인한다. 애초에 3000장 이내의 한정 수량만 제작하다 보니 팬덤이 탄탄한 가수들은 불티나게 팔리고, 되파는 가격 역시 치솟을 수밖에 없다. ‘싱어게인’(JTBC) 초대 우승자인 가수 이승윤도 최근 황금색 LP를 딱 1000장만 제작했다. “LP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최규성 평론가)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LP 제작기간”(김영혁 김밥레코즈 대표)은 K-팝 아이돌을 비롯한 인기 대중가수들의 LP 제작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되팔기를 통한 ‘판테크’ 문화는 사실 하루아침에 생겨난 현상은 아니다. 구매하려는 소비자와 리셀러의 요구가 만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오랜 시간 다져진 시장이다.

최규성 평론가는 “1990년대 말부터 LP 수집 문화가 생기며 외국의 LP 수집가들이 들어와 신중현의 LP를 싹쓸이하면서 가격을 띄웠다”며 “오리지널 음반과 재발매 음반, 중고 음반이 서로 다른 가격대를 형성하며 시장을 만들고, 리셀과 레코드숍, 온라인 경매 등이 다양하게 공존하는 것이 건강한 시장이라는 증거”이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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