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지나도 무너진 채 그대로" 일상 못 찾는 이태원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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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고 눈물 속에 살고 있죠. 1년이 지나면 무뎌질 줄 알았는데 자식 잃은 슬픔은 여전히 가슴을 쓰라리게 하네요."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둔 27일 오후 광주 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오영교(55)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매주 주말 서울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같은 슬픔을 지닌 유가족들과 만나는 시간이 힘든 나날 속 유일한 위안이 됐다고 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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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하루가 멀다고 눈물 속에 살고 있죠. 1년이 지나면 무뎌질 줄 알았는데 자식 잃은 슬픔은 여전히 가슴을 쓰라리게 하네요."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둔 27일 오후 광주 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오영교(55)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참사 희생자 오지연(당시 24세)씨의 아버지인 오씨는 휴대전화 덮개 속 고이 간직해온 딸의 얼굴 사진을 꺼내 보며 "아빠가 미안하다"는 흐느낌을 감추지 못했다.
덥수룩한 수염 사이로 흘러내린 눈물은 이내 손등에 떨어졌고, 혹여나 다른 사람이 볼세라 고개를 숙이며 머리에 썼던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에 갔다가 가족이 있는 광주로 돌아오지 못했다.
수십년간 은행에 근무하며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를 본받겠다며 상경해 서울의 한 은행에서 일을 시작했다.
꿈에 그리던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고향 친구와 이태원을 찾았다가 비극을 맞았다.
아버지 오씨는 자신 때문에 딸이 먼저 떠났다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다니던 일터도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
소식을 전해 들은 직장 동료들은 '언제든 회사로 돌아오라'고 위로했으나 딸을 잃은 그는 "참사 발생 1년이 지나도 평범한 일상을 꿈꿀 수조차 없었다"며 입을 열었다.
'자식 잃은 부모'라는 시선조차 두려워 딸의 부고를 알리지 못했고 주위 사람들과 만남도 끊었다.
매주 주말 서울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서 같은 슬픔을 지닌 유가족들과 만나는 시간이 힘든 나날 속 유일한 위안이 됐다고 그는 전했다.
오씨는 "피붙이를 잊지 못한 유가족과 함께 울면 슬픔이 가신다"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아픔을 유가족들은 알기에 서로 의지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고 울먹였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에는 또 한 번 슬픔을 드러냈다.
오씨는 "사고 당일 대응이 미흡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인데도 그 부분을 어느 사람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데 이게 정상인가"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중요시한다면 참사를 조사할 독립적 조사기구를 만들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며 "그것만이 유가족의 슬픔을 해소할 방법이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광주전남지부는 참사 1주기를 맞아 28일 오전 10시부터 광주공원 일원에서 추모 행동을 한다.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가족 기자회견으로 시작해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릴레이 걷기가 이어진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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