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디즈니 공주 없길래 심청전 각색…한국인 뿌리 자랑스러워”

이재은 기자 2023. 10. 27. 18: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재미교포 줄리아 류 작사·작곡 ‘Dive’
틱톡서 뜨자 LG전자 광고에도 등장
“심청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뮤지컬”
‘21세기 인문가치포럼’서 강연

지난해 초 미국 하버드대 졸업을 앞두고 있던 줄리아 류(24)는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 틱톡에 짧은 동영상을 하나 올렸다가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하룻만에 구독자 수가 1만명 늘었고, 인터뷰 문의가 쇄도했다. 지금까지 영상 조회수는 200만회를 넘겼고, 이 영상을 활용한 광고까지 만들어졌다. 이 광고 영상 조회수는 유튜브에서만 1600만회를 넘겼다.

이런 폭발적 반응을 얻은 동영상의 모티브는 한국 전래동화 심청전이었다. 공연예술 전공인 류씨는 졸업작품으로 심청전을 소재로 뮤지컬을 만들면서, 그 영상에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다이브(Dive)’를 불러 삽입했다. 류씨는 영상에서 필터를 사용해 얼굴을 만화 캐릭터처럼 바꾼 뒤 녹색 한복 저고리를 입은 심청으로 분해 열창했다.

미국인들은 이런 류씨의 모습이 “디즈니 공주 같다”며 열광했다.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을 담은 이 노래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인 엘사 등 디즈니 공주를 연상시킨다는 것이었다. 류씨는 영상에서 “디즈니 공주 중 한국인이 없길래 직접 만들어봤다”고 소개하는 내용을 넣기도 했다.

미국 작곡가 겸 작사가 줄리아 류(Julia Riew) / 한국정신문화재단 제공

한국계 미국인인 류씨는 심청전에서 심청이가 아버지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노래 ‘다이브’를 만들었다. 그러나 류씨는 효심과 희생을 강조한 기존 심청전과 달리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심청의 행위를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바닷속 그 어떤 것도 날 막지 못해 / 파도가 날 덮쳐도 끄떡없지 / 여정은 이제 시작됐어 / 날 지켜봐”라는 가사를 통해 심청을 주체적인 여성으로 승화시켰다.

미국 작곡가 겸 작사가 줄리아 류가 2022년 틱톡에 올린 영상. 영상에서 그는 만화 필터를 사용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다이브'를 불렀다.

이 노래가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큰 호응을 얻자 LG전자도 러브콜을 보냈다. LG전자는 지난해 노트북 LG그램의 광고로 심청전을 주제로 한 1분짜리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고, 류씨의 노래 ‘다이브’를 활용했다. 붉은 한복을 입은 심청이 류씨가 이 노래를 부르면서 인당수에 뛰어드는 장면이 담긴 이 영상은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심청전을 소재로 만든 곡으로 미국에서 한국 문화를 알린 류씨가 27일부터 3일간 경북 안동에서 열리는 ‘21세기 인문가치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이날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한인 3세인 내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뿌리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닮았다”고 말했다.

류씨는 오는 28일 이 포럼의 청년인문교류 세션에 참석해 심청전을 각색해 뮤지컬로 만들게 된 과정을 소개하고, 한국적인 요소를 살린 스토리텔링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어떻게 도움을 줬는지에 대해 강연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상북도·안동시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정신문화재단이 주관하는 ‘21세기 인문가치포럼’은 2014년부터 매년 안동에서 열려 올해로 10회를 맞는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인간다움, 우리는 누구인가’다. 변화와 갈등으로 점철된 사회 속에서 인간다움을 재정의하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성찰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심청전을 모티브로 LG전자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 LG전자 유튜브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나고 자란 류씨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연극을 좋아했지만, 하버드대 프리메드(pre-med·의대 예비과정)에 입학했다. 그러나 음악과 연극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3학년 때 공연예술로 전공을 바꿨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자란 탓에 대학 입학 전까지 한국 문화에 대해 잘 모른 채 살아왔다”며 “2020년 코로나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같이 살게 됐는데, 가족 중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할머니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류씨는 할머니와 한국어 말하기 연습을 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 물어봤고, 할머니가 들려준 수많은 이야기 중 심청전에 감명을 받아 졸업작품에 사용하기로 했다. 다이브는 류씨가 졸업작품을 위해 작사·작곡한 약 15곡 중 하나다.

지난해 5월 하버드대를 졸업한 류씨는 현재 뮤지컬 공연 작곡가 겸 작사가·극작가·편곡자·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류씨가 심청전을 소재로 만든 졸업작품은 하버드대 산하 아메리칸 레퍼토리 극장(American Repertory Theater)이 ‘다이브’라는 제목의 정식 뮤지컬로 제작하기로 했다. 첫 공연은 2024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류씨는 “한류 덕분에 한인 3세들은 (부모님 세대와 달리)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성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심청전과 같이 한국적인 요소를 담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즈니 등 유명한 애니메이션 영화사나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세대를 아우르는 내용을 담은 뮤지컬, 드라마, 영화 각본과 책을 쓰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 기사는 한국정신문화재단 후원으로 제작됐습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