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임상, 기대이하? 천만에"…반박나선 폐암센터장

황재희 기자 2023. 10. 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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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포사, 플라우라2와 비교 말아야"
3등급 이상 이상반응, 피부질환 위주
내년 공개될 전체 생존기간(OS) 기대
[서울=뉴시스] 황재희 기자=연세암병원 조병철 폐암센터장이 27일 오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2023.10.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유한양행 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임상을 주도한 연세암병원 조병철 폐암센터장(교수)이 렉라자와 얀센의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임상 3상인 ‘마리포사’(MARIPOSA)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나섰다. 마리포사 임상 결과가 기대보다 못미친다는 평가가 이어지자 따로 반박에 나선 것이다.

조 교수는 27일 오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마리포사 임상은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헤드 투 헤드(직접경쟁)로 진행한 세계 최초의 연구로, 이 같은 규모의 임상은 앞으로도 5~6년간 나오기 힘든 임상”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전이성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 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 치료 ▲경쟁약물인 타그리소 단독 치료 ▲렉라자 단독 치료 등 3개 투여방법에 대한 효능을 평가했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429명), 타그리소(429명), 렉라자(216명) 세 개 그룹을 대상으로,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을 평가했다. 2차지표로는 전체생존(OS), 객관적 반응률(ORR), 반응지속기간(DoR), 2차 무진행생존(PFS2) 등이다.

그 결과,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투여군의 환자의 종양 크기가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로 생존한 기간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은 23.7개월로 나타났다. 타그리소 단독군 16.6개월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을 3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종양을 일정 수준 이상 줄인 환자의 비율인 객관적반응률(ORR)은 렉라자 병용투여군에서 86%로 나타났다. 타그리소 단독 투여군도 85%로 유사했다. 반응지속기간(DoR)은 25.8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 16.8개월 보다 9개월 더 늘어났다.

렉라자 병용요법은 전 세계 표준 치료제인 타그리소 대비 환자의 사망 위험을 30% 낮췄으며, 단독요법에서도 렉라자가 타그리소보다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약 2개월 늘렸다.

그러나 임상 결과가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때 렉라자 병용요법 PFS가 30개월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며, 표준요법인 타그리소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마리포사 임상을 타그리소와 화학항암제 병용요법인 ‘FLAURA2’(플라우라2) 임상과 비교하며 크게 차이점이 없다는 분석이 이어지자 시장에서의 실망감은 커졌다. 플라우라2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렉라자 병용 임상을 견제하며 실시한 병용 임상이다.

조 교수는 “마리포사와 플라우라2 임상을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넌센스(nonsense)이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둘의 임상은 작용기전과 반응평가 방법, 스케줄 등 여러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마리포사 임상의 경우 매 8주마다 모든 환자의 뇌 MRI와 가슴·복부 CT를 찍었지만 플라우라2 임상에서는 뇌전이가 확인된 환자에 한해 임상적으로 필요시마다 실시했다.

즉 마리포사 임상은 매 8주마다 병변의 진행상황이 확인 가능했으나, 플라우라2에서는 처음 두 번은 6주마다, 이후에는 12주마다 CT 촬영을 한 만큼 병의 진행 상황을 바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조 교수는 “MRI와 CT를 더 자주 찍은 만큼 질병진행을 더 빨리 발견할 수밖에 없어 비교 대상 연구보다 PFS가 더 짧게 나오게 됐다”며 “쉽게 말해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측정하는 스피드건이 더 많았던 것인데, 그렇게 되면 속도를 조금만 위반해도 빨리 검출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MRI와 CT 횟수를 플라우라2와 동일하게 맞출 경우 렉라자 병용요법 PFS는 27.5개월로 늘어 타그리소 단독군과는 9개월이 차이난다.

또 렉라자 병용임상은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부작용) 발생률이 75%인데 반해 타그리고 단독요법은 43%였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 교수는 “어떤 약이든 병용 시 독성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며 “병용요법에서 부작용이 증가하지 않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증가된 부작용을 감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75%라는 비율은 약물과 상관없는 반응까지 포함한 수치로, 진짜 약물과 관련이 있는 이상 반응 중 모든 약제 투여를 중단한 환자의 비율은 병용군에서 10% 수준“이라며 ”또한 3등급 이상 반응이더라도 손발톱주위 염증, 피부·여드름 발진 등의 피부질환이 주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년 공개될 전체 생존기간(OS)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 병용보다 더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 교수는 ”렉라자 병용에서는 우호적인 경향성을 보였으나, 타그리소 병용요법에선 OS 개선 경향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며 ”OS 이득이 인정되지 않는 한 많은 의사가 이를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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