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에서 모티브를 얻은 도심 속 휴식 공간

리테일 인테리어 아이디어_46편

경복궁 근정전 창살 패턴의 단청 초록색을 포토샵으로 제거했을 때 매우 현대적으로 보이는 지점이 흥미로워 이 패턴을 1층에서 천장의 자작나무 합판에 CNC 컷팅 방식으로, 2층에서는 거울 위 UV프린트 방식으로 적용해 전면화했다.

가장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최전선. 다채로운 상업 공간의 설계와 스타일링 중 주택에 적용할 만한 사례를 꼽아 디테일을 들여다본다. 마흔 여섯 번째 장소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 ‘이이알티(eert) 경복궁’이다.

경복궁 근정전 창살 패턴과 동물
신상에서 영감 받아 완성한 공간

1 외부의 브루털한 느낌의 적벽돌 타일을 그대로 살리고, 이와 어울리는 녹슨 철판과 샌딩이 많이된 금속을 활용해 디스플레이 선반과 음료를 제작할 바 가구를 디자인했다. 전체적인 모습에서는 정돈된 깔끔함이 느껴지지만 요소요소를 보면 덜 다듬어진 거칠면서도 따뜻한 소재의 합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3 1층의 근정전 창살 패턴 모양으로 구멍이 난 실링은 상부에 전체 간접 조명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고, 천장형 에어컨과 배관을 효과적으로 숨기면서 행인들의 눈길을 끄는 기능적이자 미적인 마감재가 되었다. 4 3층은 벽, 바닥, 천장을 모두 자작나무 합판으로 감싼 좌식 공간을 만들었다.

‘tree’를 거꾸로 한 이름의 ‘이이알티(eert)’는 도심 속의 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지역과 어울리는 공간을 선보이고 있는 식음료 브랜드다. 서울숲의 1호점을 시작으로 마곡, 망원, 대구를 거쳐 올해 경복궁역 근처 4층짜리 건물에 경복궁점을 오픈하였다. 대로변에 위치한 건물은 포천석으로 단정하게 마감되어 경복궁 근처 다른 건물들과 제법 잘 어우러졌다. 또 각 층 면적이 10평 정도에 층고도 낮은 매우 협소한 공간이었고 저층부 외관의 적벽돌 타일과 출입구의 오각형 계단이 근사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층별 공간이 작았기 때문에 층마다 하나의 특징과 쓰임을 집어넣었다.

5 망원, 마곡점부터 이어온 자작나무 합판의 활용. 경복궁점에서는 합판 자체의 ‘면(surface)’으로써의 특성을 활용해 가구가 아닌 공간을 만들자고 했다. 1층은 인도에 가까이 붙어 있다는 점과 천장고가 낮다는 특성을 반영해 캐노피부터 내부 공간까지 이어지는 천장에 자작나무 합판을 적용했다. 6 3층 좌식 공간에서 내다보이는 바깥 풍경.7,8 문화재청 자료 등을 통해 신상, 잡상들의 도상을 확보하고 이를 계단의 난간, 좌식 테이블, 창고 손잡이 등 공간 이곳저곳에 다양한 방식으로 배치하고 외부 캐노피에도 경복궁 근정전 지붕 마루의 잡상들을 놓아 손님들이 친근하고 재미있게 콘셉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워크먼트(WORKMENT)는 그간 이이알티 마곡, 망원점과 이이알티 키친 브랜드의 공간 작업을 해 오면서 이이알티만의 따뜻한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지점별 특성을 놓치지 않는 공간들을 만들어 왔다. 따라서 이이알티의 경복궁점이 경복궁이라는 콘셉트를 가져오는 건 당연했다. 이에 경복궁 근정전의 창살 패턴과 경복궁 도처에 산재한 동물 신상과 잡상으로부터 영감받은 디자인을 이이알티 경복궁점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주택에서도 고즈넉한 궁의 느낌을 내보고자 한다면, 전통 문양을 새긴 자작나무 합판을 실내 천장에서부터 현관이나 테라스 캐노피까지 이어 붙여보거나 바닥, 벽, 천장 모두 자작나무 합판으로 감싸 차실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 여러 동물 신상 캐릭터를 활용한 디자인 요소를 공간 곳곳에 녹여봐도 좋겠다.

인테리어 디자인_ 워크먼트 workment.kr
시공_ 옐로우페이퍼www.yellowpaper.kr
취재협조_ 이이알티 경복궁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 127 1~3층

기획_ 오수현 | 사진_ 서 있는 점(STANDING POINT)

문화

궁에서 모티브를 얻은 도심 속 휴식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