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에 처음 정식종목 채택된 여자씨름, 우승자 셋 “여자씨름 성장 기대해요”

이정호 기자 2023. 10. 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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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축제전에서 우승한 이다현. 본인 제공



지난 19일 전남 구례체육관서 끝난 제104회 전국체육대회에서 한국 씨름의 역사가 한 줄 더해졌다. 무궁화급(80㎏ 이하) 이다현, 매화급(60㎏ 이하) 최다혜(이상 거제시청) , 국화급(70kg이하) 이재하(안산시청)가 여자씨름의 역사적인 주인공이 됐다.

여자씨름은 이번 전국체전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1948년부터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된 남자씨름과는 무려 75년의 시간 차가 있지만, 의미있는 첫 걸음이다.

‘여자 강호동’이라 불리는 여자씨름 강자인 이다현은 결승에서 김다영(괴산군청)을 꺾고, 첫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다현은 지난해 시범종목으로 열린 여자일반부 무궁화급에서도 우승한 데 이어 2년 연속 우승했다. 이다현은 “여자씨름이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되면 여자씨름이 크게 달라질 것이란 얘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도 컸다. 실제 분위기도 지난해 시범종목일 때와 또 달랐다”고 말했다.

민속스포츠인 씨름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같은 국제대회가 없다. 씨름도 일년내내 대회가 끊이지 않지만, 다소 생소한 종합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최다혜는 “다른 대회와 준비하는 과정은 다르지 않았지만 팀 안팎에서 ‘체전에서 메달을 따야지’라는 격려가 은근한 부담이 됐다.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이다현은 “그동안 전국체전은 남자 경기를 보면서 늘 부러워했던 무대”라며 “막상 뛰어보니 선발된 지역에서 단합하는 분위기라 재미있었다. 시·도를 대표한다는 부담도 있어 각오도 달랐던거 같다”고 설명했다.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최다혜. 본인 제공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도 선수들에겐 조금 낯선 경험이었다. 씨름에서도 메달을 주는 작은 대회들이 있지만, 퀄리티는 다르다. 최다혜는 “메달이 크기 부터 다르다. 예쁜 케이스에 담아 주시니 웅장한 기분이 들었다. 큰 대회에서 우승했다는게 실감났다”고 했다. 이재하는 “보자마자 너무 예뻐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 디자인”이라며 웃었다. 장사대회만 20번 우승한 이다현에게도 전국체전 금메달은 또 특별하다. 이다현은 “첫 여자씨름 전국체전 금메달이라는 상징성에 내 평생 기록에 남을 금메달이라 더 뿌듯하다. 시범종목 때 받은 메달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했다.

마침 세 선수 모두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다현은 올해 설날장사, 여자천하장사, 추석장사에 이어 전국체전 우승까지 차지했다. 통산 10번의 장사대회 우승을 경험한 이재하도 올해에만 3개의 장사 대회 포함 4차례 우승했고, 전국체전까지 금메달을 추가했다.

최다혜의 경우에는 전국체전이 터닝포인트가 된 케이스다. 전국체전까지 1회 우승 뿐이었지만, 뒤이어 열린 제3회 안산김홍도여자씨름에서 첫 장사 타이틀까지 따냈다. 최다혜는 “전국체전 금메달을 따고난 뒤 경기 흐름을 읽거나 경기 운영에 있어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이재하. 본인 제공



여자씨름의 전국체전 정식종목 채택에는 씨름계의 오랜 염원이 담겼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전국체전에서 여자씨름에는 고교·대학·일반부를 합친 여자부 세 체급에 금메달이 걸려 있다. 고교·대학·일반부에 세부 7개 체급, 총 21개의 금메달이 걸린 남자부와는 차이가 크다. 여자씨름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아직 저변이 약한 탓이다. 2023년 기준으로 여자씨름 6개 실업팀에 등록된 선수는 43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유도, 레슬링 등에서 전향한 선수들이고, 대학팀 밑으론 등록 선수도 제대로 없는게 현실이다.

최다혜는 “전국체전 정식종목 채택을 계기로 각 시·도에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초·중·고교에 씨름부가 생기면 여자씨름 선수들을 육성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다현 역시 “전국체전 정식종목 채택이 적절한 타이밍에 여자씨름의 도약점을 만들어준 것 같다”며 “선수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치열해지고 경기력은 좋아진다. 발전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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