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기자의 초강수] 금정·백양산 아우르는 27km 도시와 바다의 매력 모두 갖춰

조경훈 2023. 10. 27. 07: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계석마을~금정산~쇠미산~백양산~개림초등학교 1박 2일 종주 산행
금정산 하늘릿지를 보고 있다. 경로에서 살짝 벗어나면 저 거대한 바위에 오를 수 있는데, 갈 길이 먼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어릴 적 부산에 가진 전형적인 이미지. '광안리, 서핑, 돼지국밥, 밀면, 회, 불꽃축제' 대부분이 바다나 먹거리와 관련된 것뿐. 그중에 산은 하나도 없었다. 20대가 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산'이라는 공식은 여전히 이질적이었다. 그때의 난 산 잘 모르는 서울 안 개구리였다.

그런 내게 누군가 부산에도 끝내주는 산이 있다고 했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볼거리 많은 곳이라고도 했다. 나는 믿지 않았다. 그는 당당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본인이 직접 찍은 그 산의 풍경들 늘어놓았다. 나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들여다봤다.

생경한 부산의 모습이었다. 거대한 바위와 고즈넉한 산성. 그리고 수많은 아파트와 바다와 함께 기다랗게 늘어선 잘생긴 능선까지. 사진 속 부산의 모습은 꽤 멋졌다. 나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고 감탄했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금백종주는 도시산과 바다산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어. 절대 후회 안 할 거다."

양산 계석마을에서 출발해 금정산, 백양산 능선을 거쳐 부산 개림초등학교로 내려오는 27km 금백종주. 부산으로 떠날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한국외대 산악부 박지민군과 함께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계석마을에서 시작되는 들머리 초반부는 평범한 임도길을 따라 오른다.
다방봉에 도착해서야 빽빽했던 나무 사이로 풍경이 보였다.
다방봉에서는 양산신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정산의 세석평전

오전 11시, 계석마을에서 출발했다. 27km 금백종주의 시작이었다. 대부분 당일에 끝내는 코스를 나는 1박 2일에 나눠 걸었다. 이왕이면 여유 있게 산을 타고 싶었다. 가방은 약간 무거웠지만, 시간 압박이 없어 좋았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길에 들어섰다.

"다 불에 탄 건가?"

시작부터 나무에 막혀 있던 하늘은 곧 파란 얼굴을 드러냈다. 벌써 조망점이 나오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나무들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고개를 올려다봤다. 한 가지만 달라졌다. 원래라면 달려 있어야 할 나뭇잎들이 하나도 없었다. 지민군이 그 이유를 알려줬다. (그는 산행 전 코스에 대해 꼼꼼히 공부하는 편이다)

"여기는 산불 피해지래. 2020년에 산불이 났었는데, 지금은 산불재난 탐방길로 새로 조성했다고 하더라고. 산불 이후에 산림이 복구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게끔 한 것 같아. 꽤 교육적이고 의미 있는 시도 같아."

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흔적을 뒤로 하고 질메쉼터로 올랐다. 약한 오르막의 연속이라 딱히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날은 더웠다. 가을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우리는 쉼터에 가방을 내려놓고 옷을 갈아입었다. 반바지만 입었을 뿐인데 살 것 같았다. 체감온도가 5°C는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허벅지를 타고 시원한 바람이 들어왔다. 온몸에 서늘한 기운이 돌아 상쾌했다. 다시 가방을 멨다.

장군봉으로 향하는 길 중간마다 조망이 트이는 곳이 여러 번 나왔다.
꽤 가파른 경사구간에는 나무계단이 친절하게 설치되어 있다. 그래도 계단을 오를 때는 "헉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여기서부터 장군봉까지 쭉 오르막이에요. 경사가 심하진 않으니 페이스 조절하며 쭉쭉 올라봅시다."

우리는 727봉까지 쉬지 않고 천천히 올랐다. 평탄한 길에서는 조금 속도를 올렸다. 3.5km/h 페이스로 능선을 돌파했다. 사면을 타고 올라온 바람이 등 뒤로 불었다. 바람은 우리와 함께 능선을 걷고 있었다. 우리의 등을 살포시 밀어주기도 했다. 왠지 힘이 났다. 다방봉, 727봉 같은 가파른 봉우리를 만날 때엔 속도가 잠깐 줄었다. 이때는 느긋하게 올랐다. 그런데도 입에서는 "헉헉" 소리가 났다.

"여기 꼭 세석평전 같다."(경훈)

"북유럽 U자곡 같은데?"(지민)

727봉의 선물 같은 풍경을 보고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무얼 닮았는지는 사실 중요치 않았다.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곳의 풍경이 꽤 근사했다는 것이다. 727봉에서는 광안대교가 있는 부산 풍경과 낙동강이 흐르는 양산 풍경이 한눈에 보였다. 20km 정도 떨어진 해운대 고층 건물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맞춘 안경을 낀 것처럼 부산의 모습은 선명하고 생생했다.

생각 없이 걷다 느닷없이 장군평전을 만났다. 사진으로만 보던 넓은 초지였다. 초가을이라 황금빛 일렁임은 없었다. 그래도 군데군데 억새가 피어 있었다. 한 달 뒤면 완전히 가을옷으로 갈아입을 것 같았다. 바람이 평전을 살랑살랑 간지럽혔다. 초원의 파도처럼 풀들이 흔들렸다. 나도 그 파도에 흠뻑 빠지고 싶었다.

727봉에서는 지리산 세석평전이 연상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장군봉에서 내려다본 장군평전. 이곳을 지나면 곧바로 갑오봉이 나온다.

지민군은 어느새 평전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는 뒤돌아보며 말했다. "잠깐 뛰어볼까?" 나는 답했다. "가보자고." 우리는 가방을 내려놓고 평전 구석구석을 뛰어다녔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뒤따라 내려온 이신영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무슨 멧돼지들 뛰는 것 같아." 그 말에 우리는 한바탕 웃고 말았다.

"첫 번째 약수터야. 조금 이따 두 번째 약수터가 나오니 적당히 담아도 돼."

지민군의 말대로 장군봉 샘터에서 적당히 물을 채우고 고당봉으로 향했다. 둘레길 같은 무난한 능선길이 이어졌다. 마애여래입상과 하늘릿지를 구경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고당봉이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일몰까지는 2시간 남았는데, 앞으로 5km는 더 걸어야 했다. 어차피 고당봉 근처엔 바람이 세게 불어 머물기도 곤란했다. 우리는 고당봉 정상석과 고모당만 둘러보고 금샘으로 내려섰다.

고당봉을 뒤로 하고 소라 등껍질 같은 나선형 계단을 내려갔다. 멍때리며 걷다 보니 미리 찾아놓았던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낙동강 위로 내려앉는 태양빛이 고당봉 바위에 따스하게 물들고 있었다. 우리는 기분이 좋아 살짝 바위 위를 달렸다
금정산 고당봉에서의 인증샷. 우린 이 사진만 찍고 바람을 피해 곧바로 발길을 옮겼다.

2016년 고당봉 정상석은 벼락을 맞았다. 낙뢰가 떨어져 기존에 있던 정상석이 부서지고 지금은 2016년 10월에 만든 새 정상석이 세워져있다. 벼락 맞은 구 정상석은 북문 근처에 전시되어 있다.

1994년까지만 해도 고당봉은 공식적인 이름이 없었다. 고암·고당봉·고담봉 등 음이 같거나 비슷한 이름들로 다양하게 불렸다. 그러다 1994년 부산 금정구청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금정산 표석비 건립 추진위원회'를 열어 고당봉의 공식적인 이름을 정하게 된 것. 이때를 계기로 현재의 '고당봉姑堂峰'이 정식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금샘을 보고 금정산성 북문까지 뛰어가듯 내려왔다. 해가 지기 전에 산에서 내려가기 위해 조금 서둘렀다. 태양과 달리기 시합이 벌어졌다. 태양의 도착지는 지평선, 우리의 도착지는 산 아래. 30분 뒤 승부는 결판났다. 태양은 이미 결승선을 넘은 뒤였지만, 우리는 아직 원효봉까지밖에 못 갔다. 깔끔히 패배를 인정하고 헤드랜턴을 꺼냈다. 그리고 다시 1시간을 걸어 내려갔다. 어둠과 잡초를 헤치고 걷느라 정신이 없었다. 산 아래로 내려오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당장 어딘가에 눕고 싶었다. 침낭과 비비색을 땅바닥에 펼쳤다. 그리고 곧장 두더지처럼 침낭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잠들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산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걸어야 했다. 우리는 헤드랜턴 빛으로 어둠을 헤치며 쭉쭉 나아갔다.
금정산에서는 도시의 야경을 잔뜩 만끽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금정산성

다음날 일찍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야간산행을 해서 산에 오른 뒤 제3망루 근처의 커다란 바위에서 일출을 맞이했다. 초가을 아침 바람은 조금 쌀쌀했다. 플리스를 꺼내 입으니 딱 좋았다. 포근한 일출을 뒤로 하고 금정산성 동문으로 내려섰다. 오늘도 갈 길이 멀었다.

"금정산성 끝이 보이질 않아."

산성길을 따라 걷던 지민군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전날 북문에서부터 쭉 성곽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북문에서 동문까지 거리는 약 5km. 지도를 보니 앞으로도 성곽길이 한창이나 이어질 예정이었다. 휴대폰을 켜 금정산성을 검색했다. 가장 먼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면적의 산성'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성벽 길이만 1만8,845m에 달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중 일부 구간만 걷는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모든 성벽을 따라 걸어야 했다면 금백종주는 도전기로 끝날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대륙봉과 동제봉을 지나 제2망루에 도착했다. 제2망루는 특별한 조망은 없었다. 앞쪽으로 숲이 우거져 시야가 트이질 않았다. 하지만 아쉽진 않았다. 산성길이 끝나고 새로운 길이 나왔기 때문이다. 새로움은 활력을 불어넣는 법. 어떤 풍경을 만날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만덕고개로 향했다.

다음날 일출을 보기 위해 박지 근처의 바위에 올랐다.
예보와 달리 선명한 일출이 펼쳐졌다. 완전 땡잡은 기분이었다.
이른 아침 소나무들이 산림욕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 사이에 끼어 햇살을 즐겼다. 하품이 절로 나왔다.

오르락내리락. 넓어졌다 좁아졌다. 만덕고개 가는 길은 파도의 물결처럼 수시로 달라졌다. 대부분 평탄한 길이었기에 별 무리는 없었다.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금강공원을 지나 만덕고개에서 잠깐 도롯가로 내려섰다. 이곳의 약수터에서 마지막으로 식수를 보충하고 쇠미산을 올랐다.

밑에서 올려다본 쇠미산 계단은 아찔했다.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이 끝없이 이어져있는 것 같았다. 계단 옆으로는 완만하게 오를 수 있는 우회길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정면돌파했다. 계단을 오르면 시간도 줄이고 전망대에서 풍경도 볼 수 있었다. 바닥만 보고 올랐다. 하나, 둘, 셋, 넷… 생각없이 계단 숫자만 세다 보니 금세 424번째 계단까지 올랐다.

다행히 이것이 끝이었다. 걱정만큼 힘들진 않았다. 종아리가 살짝 땡길 뿐이었다. 계단 끝에 설치된 전망대로 다가갔다. 무료 망원경에 눈을 가까이 대니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이런 도시에서 버스 타고 30분만 가면 자연으로 들어올 수 있다니. 이건 분명 도시산의 축복이었다.

금정산성 동문부터는 산성 가까이에서 걸었다.
쇠미산으로 오르는 424계단.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보니 우회길로 가고픈 생각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결국 정면돌파했다.

쇠미산은 동네 주민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곳곳의 넓은 터에 마련된 벤치나 데크에 앉아 산림욕을 즐기고 있었다. 이전까지 걸었던 금정산과 다른 수종도 인상적이었다.

부산어린이대공원으로 내려서는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부터 삼나무·편백나무 숲이 펼쳐졌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를 걷는 것은 깊은 산속에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이곳을 산책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과거 임진왜란 때 왜군들을 피해 여인들을 숨겨주었던 쇠미산. 이곳은 지금 동네 주민들이 도시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자연의 대피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만남의 숲을 지나 마지막 백양산 오르막이 시작됐다. 이곳은 금백종주 최대의 난코스로 여겨지는 곳. 21km를 걸어온 이들에겐 작은 오르막도 거대한 방벽처럼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나 역시 이 오르막이 까다로운 문제로 느껴졌다. 등산화 끈을 질끈 조여 매고 움직였다.

고도 300m를 올리는 1km의 짧은 오르막은 1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탁 트인 매봉이봉, 그리고 오른편으로 보이는 금정산 능선을 보니 '드디어 끝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건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 이렇게 쉽게 끝나면 종주 산행이 아니었다. 지민군이 앞으로 늘어선 봉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424계단을 오른 자에게 선물로 주어지는 멋진 부산의 풍경
극악의 백양산 경사를 앞두고 편백·삼나무 숲에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중봉으로 오르는 길. 바리깡으로 민 듯한 등산로가 인상적이다.

"우리 저 능선을 넘어서 가는 거지…?"

바리깡으로 가운데만 밀어버린 듯한 백양산 능선이 보였다. 하나, 둘, 셋. 지금 당장 보이는 봉우리만 3개였다. 지도를 켰다. 아뿔싸. 개림초등학교로 내려가려면 보이는 것 외에도 봉우리 3개를 더 넘어야 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불웅령, 중봉, 백양산 정상 능선을 단숨에 쭉 밀어붙였다. 그늘 없는, 위아래로 굽이진 능선을 걷는 건 꽤 고역이었다. 얼굴에서는 눈물 같은 땀이 흘러내렸다. 다리도 덜덜 떨렸다. 그래도 끝이 보였다. 눈앞으로 거대한 돌탑과 백양산 정상석이 나타났다. 그 뒤로는 부산진구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부산 시내가 한층 가까워져 있었다.

불웅령에서는 우리가 지나온 금정산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장군봉은 고당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마침내 오른 백양산 정상. 하지만 몇 개의 봉우리를 더 넘고 하산해야만 금백종주가 끝난다.
끝내주는 풍경이 펼쳐졌지만, 꽤 지친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생맥주가 코앞이다!"

우리는 빨간 깃발을 향해 돌진하는 황소처럼 개림초등학교를 향해 질주했다. 1~2km/h였던 속도가 3~4km/h로 올라갔다. 1시간 40분 만에 유두봉, 삼각봉, 그리고 마지막 갓봉을 넘어갔다. 임도를 지나자 아래서 차소리가 들려왔다. 개림초등학교의 모습이 보이면서 금백종주가 끝이 났다. 종주가 끝나고 나니 뿌듯함과 허무함이 함께 몰려왔다. 아까는 그렇게 내려가고 싶었는데, 막상 내려오고 나니 다시 산으로 올라가고 싶은 모순.

"우리 엄광산, 구봉산 넘어서 부산역으로 갈까?"

지민군은 찡그린 표정으로 내 질문에 답을 대신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도착한 개림초등학교. 기쁜 마음에 피니시라인을 넘는 것처럼 부리나케 뛰어내려갔다.

어쩌다 마주친 명소

양산 가산리 마애여래입상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 49호로 지정된 입상. 높이는 12m 정도로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입상 주변으로 바위기둥들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가까이 가면 입상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개를 한껏 젖혀야 상반신이 겨우 보인다. 그만큼 크다. 아쉬운 점은 바위의 마멸이 심해 형상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매직아이를 보는 것처럼 자세히 들여다봐야 전체적인 형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가기 위해선 금백종주 등산로에서 살짝 벗어나 100m 정도를 내려가야 한다. 내리막이 약간 가파르지만 구경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위치 N35.2845400, E129.0494452

금샘

금정산의 마스코트 같은 곳. 가뭄이 들어도 바위의 물이 마르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SNS상에서는 '금정산 사진 스팟'으로 인기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금샘을 검색하면 게시물이 5,000건이 넘는다.

1454년에 쓰인 <세종실록지리지>에도 금샘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금샘의 바위는 8,000만 년 전 백악기 말기의 화강암 바위로 추정된다. 오랜 세월 풍화되어 만들어진 나마Gnamma다. 자연 속의 지질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에 로프를 사용해 오르는 구간에서는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나마Gnamma 평탄한 암석에 수직적으로 발달한 구덩이 모양의 풍화 지형

위치 N35.2807158, E129.0546304

물 걱정 없는 종주길

금백종주는 난이도가 쉬운 종주에 속한다. 등산로 자체가 쉬운 것도 이유겠지만, 물 보급이 용이하다는 것도 한몫한다. 금백종주 코스에는 무료로 물을 받을 수 있는 샘터가 몇 곳 있다. 취재진은 아래 소개된 3곳의 약수터를 이용했다.

장군샘

장군샘

장군평전에서 아래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위치 N35.2932074, E129.0549544

세심정

세심정

금정산 탐방지원센터 옆에 있다.

위치 N35.2757501, E129.0564602

만덕고개

만덕고개

금정산에서 쇠미산으로 이어지는 생태통로 근처에 있다.

위치 N35.2129012, E129.0519514

※ 방문 시기에 따라 음용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휴대용 정수기를 들고 다니는 것을 추천합니다.

산행길잡이

금백종주는 쉬운 종주에 속한다. 거리는 약 27km이며 가장 높은 지점인 당봉은 801.5m에 불과하다. 총 획득고도는 약 1,900m다. 대도시의 산답게 찾는 이가 많아 산길이 선명하고 탈출로도 다양하다.

금백종주는 해안가 산과 대도시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다. 낮은 높이에 비해 볼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육산과 암산의 매력을 두루 갖춘 것은 물론이고, 산불피해지와 금정산성, 곳곳에 설치된 전망대까지.

금백종주는 양산 계석마을에서 시작해 장군봉, 고당봉, 원효봉, 만덕고개를 거쳐 금정산 구간을 마치고, 이후 쇠미산과 백양산 정상, 삼각봉, 갓봉을 거쳐 개림초등학교로 내려옴으로써 마무리된다.

이 코스는 대부분 당일종주로 산행한다. 당일로 산행한다면 넉넉잡아 12시간이면 충분하다. 등산로 곳곳에 이정표가 잘되어 있는 편이지만, 종주길을 알리는 팻말은 따로 없다. 특히 백양산 정상 이후에는 갈림길이 많아 미리 선답자의 GPX 파일을 다운받는 것을 추천한다.

중간에 식수를 구할 곳이 많다. 물은 1L 정도만 챙겨도 충분하다. 아무리 쉬운 종주라 하더라도 일반 산행에 비해 거리가 길다. 때문에 몸에 이상신호가 생긴다면 무리하지 않고 가까운 등산로로 탈출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교통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부산이라 자가용 대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또한 종주산행 특성상 들머리와 날머리가 달라 차량을 회수하는 과정이 번거로울 수 있다.

부산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노포에 위치한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해 계석마을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터미널 근처 정류장에서 12, 16, 17번 버스를 타고 다방삼거리에 하차한 후 10분만 걸으면 계석마을 들머리다. 택시비 약 1만3,000원.

하산지점인 개림초등학교에서는 부산역이 가깝다. 부산 지하철 2호선 개금역 근처에서 168번 버스를 타면 부산역까지 한 번에 간다. 택시비 약 1만 원.

맛집(지역번호 051)

부산역 근처의 궁중손칼국수(462-8258)에서는 가성비 좋은 면요리를 먹을 수 있다. 조금 더 걸어 초량동 돼지갈비골목 근처의 괴정돼지국밥(464-4008)에서 뜨끈한 돼지국밥을 먹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초량동의 청도식당(466-5426)은 현지인들이 찾는 가성비 맛집으로 유명하다. 단돈 5,000원에 두루치기 한상을 먹을 수 있다.

등산 지도

특별부록 지도 참조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