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엄마, 나 살고 싶어요…우리 이렇게 죽지 말아요"

윤근영 2023. 10.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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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자녀를 돕는 세움의 이경림 대표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기사는 24일 [삶] 교도소에서 초등학생 딸의 머리 한올 한올 땋아주는 엄마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교도소 수용자 자녀를 돕는 세움의 이경림 대표는 지난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범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우리는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 어떤 사람들이 수용자 자녀들을 도와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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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가족, 이혼·생활고…삶 의지 잃고 극단선택 시도하기도"
"수용자 부모들, 속죄 위해 힘든 일 맡기도"…이경림 세움 대표

[편집자 주= 수용자 자녀를 돕는 세움의 이경림 대표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기사는 24일 [삶] 교도소에서 초등학생 딸의 머리 한올 한올 땋아주는 엄마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세 번째 인터뷰 기사는 조만간 송고할 예정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세 아이의 어머니는 남편이 경제사범으로 수감되자 시골로 이사해서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했다. 쉽지 않았다. 심한 공황장애와 우울증까지 왔다. 결국, 어머니는 살던 집에서 보증금을 빼고, 짐은 창고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은 구경거리가 많고, 맛있는 것도 있으니 신이 났다. 사흘 후의 자기 운명을 알 수 없는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웃고 떠들었다. 이를 보는 엄마의 가슴은 미어졌다. 여행을 마친 어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무인텔에 들어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한 사람의 범죄는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날벼락 같은 쇼크를 준다. 가해자의 가정도 풍비박산이 나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의 부모는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으니 죗값을 치러야 한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한다.

세움 여름 캠프의 모습 [세움 제공]

교도소 수용자 자녀를 돕는 세움의 이경림 대표는 지난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범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우리는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용자 자녀들은 양육자가 여러 차례 바뀌면서 조건 없는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그 자녀들이 또다시 범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고, 이는 사회의 안정을 해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수용자 자녀들도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건국대학교 사범대학 일본어교육학과를 졸업했고 강남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대학교 졸업 후에 6년간 서울 금천구 시흥2동에서 달동네 아이들을 도왔다. 이어 빈민 가정을 지원하는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서 23년간 일하면서 사무총장, 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2015년에는 세움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교도소 수용자 자녀들을 돕고 있다.

이 대표는 2018년에 제24회 서울지방변호사회 '시민 인권상', 2021년에 포스코청암상 '봉사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꼭 안아주세요'가 있다.

2022년 10월 교도소 현장 방문 중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 범죄란 무엇인가.

▲ 나는 아동 복지를 하는 사람이어서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사회적으로 지지받지 못하는 사람,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범죄에 휘말릴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범죄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우리가 범죄자를 비난하지만 비슷한 환경에 있다면 마찬가지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 사람에 따라서는 같은 환경이어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있다. 다만, 수용자 자녀가 일반인의 자녀보다 범죄에 휘말릴 확률이 높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가 있다. 부모의 수감으로 성장 시기에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유전적 관점은 편견이라고 본다.

-- 힘 있는 사람들은 죄를 지어도 처벌을 안 받는 일도 있지 않은가. 이런 사회가 다른 사람의 죄를 비난할 수 있나.

▲ 그런 접근은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 같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너희들이 범죄를 저지르니 우리도 저지른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본다. 사회구조 전반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세움을 비롯한 비영리 단체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경림 대표 [촬영 김수지]

- 부모가 범죄를 저지르면 자식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 양가(兩價)감정이 있다. 내가 왜 저런 부모한테 태어났는가 하는 원망이 있을 수 있다. 동시에 사람들이 범죄자라고 비난하지만 나한테는 하나뿐인 엄마이고 아빠인데,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어떤 여중생 아이는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했다. 수감돼 있는 아버지가 이런저런 서류를 떼오라고 시켰기 때문이다. 교도소에 있는 어떤 엄마는 여고생 딸에게 재심을 위한 서류를 준비하라고 하고, 변호사를 만나라고 했다. 그 아이 역시 이런 일을 하느라 학교 출석을 제대로 못 했다. 이런 것을 보면 속상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 부모의 죄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 않나.

▲ 학대당한 아이들은 맞았다고 하지 않고, 넘어졌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부모를 위하는 마음일 수 있다. 그러나 사안이 심각한 경우에는 아이를 부모로부터 격리해야 한다. 한 여고생은 어릴 때부터 아빠한테 많이 맞았다. 옷걸이, 야구방망이, 효자손 등으로 구타당했다. 이틀에 한 번씩 맞은 셈이다. 사춘기가 됐을 때는 아빠로부터 성추행과 성희롱까지 당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가 부모와 함께 살게 해서는 안 된다.

-- 엄마는 이런 상황을 계속 묵인하거나 방치했나.

▲ 엄마는 "너 때문에 아빠가 구치소에 갔다"면서 아빠를 위한 탄원서를 쓰라고 압박했다. 딸은 아빠보다 엄마가 더 밉다고 했다. 이렇게 어머니의 방조 아래 아버지가 자식한테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가끔 있다.

세움의 포스터 [세움 제공]

-- 자식이 범죄를 저지르면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 본인이 자식을 잘못 가르쳐서 사회에 해악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부모 본인의 잘못이며, 자기가 교도소에 가는 게 맞다고 한다. 사회에 지은 죄를 갚아야 하고, 손자녀들을 더 반듯하게 키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는다.

-- 자신을 혹사하기도 하나.

▲ 어떤 할머니는 요양보호사 일을 하시는 분이었다. 어느 날 딸이 범죄를 저질러 수감됐다. 할머니는 그때부터 요양원에 들어오는 사람 중에 제일 간호하기 힘든 사람을 골라 돌보기 시작했다. 욕창이 나고, 고름이 나오는 사람을 일부러 맡아서 몸을 씻겨줬다. 할머니는 "내 죄를, 내 딸의 죄를 사해주십시요"라는 마음으로 고된 일을 감당했다고 한다.

교도소 감시탑 [연합뉴스TV 제공]

-- 자식의 죄를 씻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부모도 있다고 하던데.

▲ 어떤 할아버지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신문에 나온 대형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조상의 묘에 가서 사죄하고, 그 뒷산에 올라가서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몇 번이나 실패한 할아버지는 "이렇게 목숨 끊기가 어려운데, 어쩌다 내 아들은 사람을 죽였나"라면서 한탄했다고 한다.

-- 수용자 가족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는 일도 있을 듯한데.

▲ 한 엄마는 평범한 주부였다. 어느 날 남편은 사업 실패로 경제사범이 돼서 수감됐다. 알고 보니 남편은 바람까지 피웠다. 이혼한 엄마는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지방에 내려갔다. 공장에 취업했지만, 생활이 쉽지 않았다. 우울증과 공황장애까지 왔다. 이 엄마는 죽고자 했고, 아이들까지 하늘나라로 데려가려 했다. 이때 아이들은 무릎을 꿇고 빌었다. 초등학생 아이들 3명은 "엄마, 나 죽기 싫어. 나 살고 싶어. 우리 죽이지 말고 같이 살아요"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세 아이를 껴안고 목 놓아 울었다. 엄마는 아이들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면서 후회했다.

이요셉 사진작가가 수용자 자녀들을 위해 지은 시 [세움 제공]

-- 어떤 어머니는 가족 여행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일도 있다고 하던데.

▲ 한 어머니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 남편은 사업 실패와 함께 수감됐다. 그 어머니는 혼자 3명의 자녀를 키워야 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 3학년생, 미취학 아동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어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시골로 갔으나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삶의 의지를 잃고 말았다. 어머니는 전세 보증금을 빼고, 짐은 창고에 넣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 여행 마지막 날 무인텔에서 어머니는 아이들 셋을 데리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다행히 숙박업소 주인이 새벽에 발견해서 4명은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 그 어머니는 어떻게 됐나.

▲ 어머니는 아이들을 죽이려 했으니 구치소에 수감됐다. 재판 과정에서 아이는 증인으로 섰다. 아이는 울면서 "엄마를 우리 곁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했다. 명절 며칠 전에 아이들의 외할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딸이 구치소에서 나와서 집으로 오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세움 활동가들이 지원 물품을 준비하는 모습 [세움 제공]

-- 아이들이 범죄 현장을 목격하는 일도 있나.

▲ 한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헤어졌다. 아빠가 만나자고 협박하자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아빠와 엄마는 그 자리에서 또 싸웠다. 엄마는 흉기를 휘둘렀고, 아빠는 숨졌다. 엄마 옷이 피에 젖었다. 현재 아이는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이지만 당시의 엄마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 아이한테는 충격적인 일이 될 듯한데.

▲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는다. 자녀들은 부모가 체포되는 장면을 목격해도 충격을 받는다. 선진국에서는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모를 체포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 인권위원회가 경찰청에 그런 권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어린 시절 학대받은 경험이 학대 가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 젊은 부부가 있었다. 두사람은 보육원에서 자랐고 신학대학에서 만났다. 졸업 후에 결혼한 두 사람은 작은 교회에서 목회 활동을 시작했다. 멀지 않아 문제가 생겼다. 부인은 어릴 때 학대받은 탓에 우울증에 시달렸고, 그 영향으로 자기의 딸을 학대했다. 그 결과, 그들의 아이는 숨졌다. 아내는 징역형을 살고 나와서는 새로운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그렇지만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남편은 아내와 자식을 모두 잃고 말았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이경림 대표 [촬영 김수지]

-- 아이들의 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는 게 중요한 일인 듯하다.

▲ 수용자 자녀들은 학교 전학, 이사, 양육자 변경 등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는다. 세움은 그런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고, 상담도 해주고,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이런 과정은 아이들이 건강한 성장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범죄 피해자 가족들은 도와주지 못하면서 가해자를 돕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 충분하지는 않지만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2008년 범죄피해자지원에 관한 법이 생겼고, 범죄 피해자 지원기금도 조성됐다. 이렇게 해서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스마일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세움이 지원하는 대상은 수용자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아동이다.

-- 가해자 가족들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나.

▲ 우리나라 헌법 제13조 3항은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다. 범죄를 공모하지 않은 가족들한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가족 간에도 모르는 게 많다. "가족인데 왜 그걸 몰랐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족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범죄자와 동일시해서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움에 기부금 전달식 [세움 제공]

-- 어떤 사람들이 수용자 자녀들을 도와주나.

▲ 부모의 범죄와 분리해서 아동을 보는 사람들이 도와준다. 자녀에게는 죄가 없다고 판단하는 분들이 묵묵히 후원한다. 유명인 중에는 이성미(개그우먼), 송은이(개그우먼), 이정은(배우), 이영표(전 축구 국가대표선수), 션(가수), 이지선 이화여대 교수 등이 있다.

-- 구체적으로 무엇을 도와주나.

▲ 가수 션은 아주 성실한 분이다. 아이들 모임에 꼭 온다. 시간이 없으면 잠깐이라도 들러서 아이들을 본다. 지난달에도 햄버거집을 통째로 빌려서는 아이들을 초대했다. 이지선 교수님은 매달 아이들 모임에 참여하고, 1박 2일 캠프에도 같이 가줬다. 송은이, 이영표 님도 아이들 모임에 함께 해주시고, 영화도 같이 보는 등 적극적으로 시간을 내주시는 분들이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배우 이정은 님도 아이들을 만나 같이 식사도 하곤 한다. 한번은 식사를 함께한 아이들 두 명 모두 지방에 각각 살았는데 본인이 직접 승용차를 운전해서 집에까지 데려다줬다. 먼 거리였지만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이성미 님도 한 가정의 아이 4명과 그들의 어머니를 4년간 지원하고 있다. 같이 식사도 하고 자기 이야기도 들려주면서 그 가족을 격려해주신다.

-- 기업체도 세움을 도와주나.

▲ 고려아연은 8년 동안 지속해서 세움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사회공헌단, 아산나눔재단, 브라이언임팩트재단, 하나금융나눔재단, 지앤앰글로벌문화재단, 이랜드재단 등 기업과 재단에서 지원하고 있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권고한 것이 있다. 수용자 자녀에 대한 정책을 시행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 권고에 따라 2024년 12월까지 관련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해당하는 부처는 법무부 교정본부뿐 아니라 행안부, 복지부, 여가부, 교육부 등 거의 모든 부처다. 우리 단체는 2024년까지가 수용자 자녀를 위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라고 본다. 이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는데, 국민의 많은 참여와 지지를 부탁한다.

(취재지원 김수지 인턴기자)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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